전생에 여자였던 남자의 뜨거운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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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포터 감독의 '올랜도'(1992년)에선 남성으로 태어난 귀족 올랜도가 어느 날 여성이 되어 400여 년간 늙지 않고 살아가는 내용이 나온다.
유달리 수줍음 많던 조선의 시인 최성대(崔成大·1691∼1762)도 자신이 여성이었다고 노래한 적이 있다.
조선 후기 들어 남성 시인이 여성을 대신하거나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노래한 한시가 늘어났지만, 시인처럼 자신이 여성이었다고 고백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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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10년 연상의 벗 신유한과의 관계가 부부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본 칼럼 28회 참조), 위 시를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신위, ‘二詩塚 幷序’). 영화의 원작인 버지니아 울프의 동명 소설도 작가와 사랑과 우정을 넘나드는 관계였던 10년 연하의 여성 비타 색빌웨스트를 모델로 했다(‘버지니아 울프와 비타 색빌웨스트 서간집’).
영화 속 올랜도가 시대별 고정관념을 넘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면, 시는 여성의 불행한 삶에 대한 연민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드러낸다. 꽈리풀로 유발된 시인의 비애란 기실 나물 캐던 전생의 나만이 아니라 현실 속 나의 고뇌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남성과 여성이란 주어진 성별을 넘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양성적 정신을 이상화한 것과 달리, 시는 시인의 고민을 투영한 자신의 데칼코마니 같은 여성을 소환한다. 옛날이야기에 따르면 꽈리란 명칭은 주변 사람의 시기와 음해로 시름시름 앓다 숨진 수줍음 많던 젊은 여성의 이름에서 온 것이라 한다. 시인이 노래한 꽈리풀에도 현실 속 좌절로 인한 회한과 삶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담겨 있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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