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한국판 ‘천인계획’을 서두르자
학자들에 연구비·교수직 보장
AI·전기차 등 과학굴기 뚜렷
韓도 국가주도 인재육성 절실
의과대학이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30년, 서울대학교 공대 김영오 학장이 지난 17일 비명을 질렀다. 김 학장은 “고급 공학 인재가 턱없어 부족하다. 국가 주도의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면서 ‘한국형 천인계획’을 제안했다. 천인계획(thousand talent program)은 중국이 2008년부터 시행하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중국이 과학 논문 수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딥시크와 같은 인공지능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전기차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할 태세를 보이는 등 과학기술 굴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게 되자 중국의 성공 비결에 외부인은 궁금해했고, ‘천인계획’을 그중 하나로 얘기한다.

구체적인 천인계획 얘기는 서울대학교 J교수로부터 들었다. 그는 천인재 프로그램 수혜자였다. 서울대에 오기 전에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대학교에서 일할 때 ‘청년 천인재’였다. 그가 선전에 있는 대학교에 부임하니, 총장은 베이징대학교 부총장 출신이었고, 학장은 미국 대학교에서 석좌교수로 근무하다가 옮겨온 중국인이었다. 학교를 키우는 데 열심이었다. 학장이 “당신이 논문을 많이 쓰면 우리는 행복하다. 한국 대학교로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거라. 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가라”고 말했다. 학교에서 초기 연구비로 10억원쯤 줬다. 그가 중국어를 못하니 통역비서 한 명을 붙여 줬다. 박사후연구원 인건비도 학교에서 줬다.
연말이 가까워졌을 때 학교 측이 그를 베이징 당국에 천인계획 후보로 추천했다. 천인계획은 연구자 본인이 신청하는 게 아니라 소속 기관이 추천한다. 연말에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과학원의 면접심사를 봤다. 한두 달 지나서 천인재로 선발되었다는 증명서가 날아왔다. 천인재에 선발되니 연구비가 나오는데, 광둥성에서도 축하금을 보내왔다. 광둥성의 축하금은 천인재 지원금의 10~20% 규모였다. 또 선전시가 연구비와 생활비를 일부 제공했다. 돈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J교수에 따르면, 천인재가 되면 중국 지방 대학교수는 바로 정년을 보장받는다. 베이징에 있는 베이징대학교나 칭화대학교는 조교수에서 부교수로 승진시킨다고 했다. 그는 이런 돈을 다 써보지도 못하고 한국에 왔다. 서울대학교로 가겠다고 하니 학장, 부총장, 총장이 나서 붙잡았다. 총장은 백지수표를 제안했다. 연봉 얼마 받고 싶으냐, 홍콩에 살고 싶으면 홍콩에 주택을 얻어주겠고 차량도 제공하겠다고 했다.
연세대 김 교수는 내게 “중국 과학이 너무 무섭다. 10년 지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게 5년 전이다. 10년이 아니라 5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중국 과학이 한국을 추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어떻게 할 것인가?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한국을 대표하는 공학자의 호소에 한국사회는 답해야 한다.
최준석 과학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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