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기성용(왼쪽)이 2024년 10월 31일 포항전을 앞두고 진행한 훈련도중 김기동 감독과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FC서울 제공
부상 복귀 후 명단 제외되자
에이전시 통해 새 팀 찾아
베테랑 중시하는 포항과 연결
정식 계약하는 순서만 남아
트럭시위에 훈련장 근조화환
팬들은 집단 반발 움직임
FC서울을 상징하는 미드필더 기성용(36)이 이적을 결심하고 새로운 팀을 찾는다는 소식에 K리그가 들썩이고 있다.
포항 스틸러스의 고위 관계자는 25일 기자와 통화에서 “선수 측이 먼저 포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협상은 어느 정도 진전됐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 본인이 서울과 계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계약이 반 년 남은 기성용이 계약 해지 등의 절차를 진행한 뒤 포항과 정식으로 계약하는 순서만 남았다는 얘기다.
기성용은 25일 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을 찾은 팬들 앞에서 “선수로서 너무 초라하게 끝내는 건 싫었다. 내가 더 이상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이적 의지를 직접 밝혔다.
서울 구단도 이날 “기성용과 인연을 잠시 멈추기로 결정했다. 올해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이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고 요청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성용이 포항 유니폼을 입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기성용은 2006년 서울에서 프로 데뷔해 스타로 성장한 간판 선수다. 2009년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해 스완지시티(웨일스)와 선덜랜드·뉴캐슬 유나이티드(이상 잉글랜드), 레알 마요르카(스페인)를 거쳐 2020년 서울로 복귀했다. 유럽에서 뛴 시간이 더 길지만 서울을 상징하는 선수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은퇴 역시 서울에서 할 것 같았던 기성용이 뜻밖에 이적을 결심한 것은 ‘뛰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다.
기성용은 지난 4월 12일 대전 하나시티즌과 홈경기(2-2 무)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반 31분 만에 이승모와 교체된 이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이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뛰지 못하다 6월 A매치 휴식기 팀 훈련에 복귀했다. 금세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였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훨씬 길어졌다. 지난해 서울에 부임한 김기동 감독과 관계에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은 기성용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황도윤과 류재문이 주전을 굳혔다. 황도윤은 쉼없이 달리면서 활동량을 불어넣는 선수고, 류재문은 수비 보호라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상황에 따라 중원에서도 뛰는 정승원과 백업 멤버 이승모 등의 존재를 감안하면 기성용의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과거 선덜랜드에서 기성용을 지도했던 거스 포옛 전북 감독은 지난 21일 서울전을 앞두고 “기성용이 벤치에 앉지 못할 정도로 서울의 선수단 퀄리티가 좋다. 지금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이지 않느냐”고 지적했을 정도다. 기성용은 이날 전북전에서도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자 변화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뛰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기성용은 에이전시와 함께 새로운 팀을 찾았고, 별다른 인연이 없었던 포항과 닿았다. 연봉도, 계약 기간도 모두 포항에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도 큰 돈을 쓸 수 없는 현실에서 기성용 영입은 나쁘지 않은 카드다. 포항은 기성용보다 2살 많은 신광훈이 아직 선발로 뛰는 등 30대 베테랑을 중용하는 기조가 강하다. 기성용이 남은 반 년을 지나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갈 가능성이 포항에서는 열려있다.
일각에선 기성용이 인연 있는 포옛 감독의 전북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실제 접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기성용이 서울을 떠나기로 하자 팬들의 반발이 크다. 서울 팬들은 모기업 GS그룹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벌이는 한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 근조화환을 보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