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고등학교 편(상)

김성찬 2025. 6. 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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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의 도시에서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를 찾은 저희들은 이곳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선조들의 넋을 기리고 헌화와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남일보가 주최하고 경남도교육청이 후원하는 학업중단 예방 집중지원 학교 프로그램 '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이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일본 현지에서 진행됐다.

도내 9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한 이번 역사·문화탐방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조선인 강제연행이 시작된 장소인 시모노세키역(驛) 근처의 카이쿄 유메광장을 비롯,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히로시마 평화 기념 자료관과 평화 공원, 조선인 위령비 등 일본 큐슈와 혼슈지역에 산재한 역사의 현장을 직접 찾아 질곡의 한국 근대 역사 현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아울러 히로시마성(城)을 비롯해 일본 3대 비경으로 알려진 이츠쿠시마 신사와 일본 3대 명교 중 하나인 긴다이쿄, 아키요시 동굴, 후쿠오카 시민방재센터 등을 찾아 일본의 다양한 자연 환경과 문화,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일본 역사문화탐방에 참가한 창원 명지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 유현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번 탐방에 참가한 창원 명지여자고등학교 2학년 학생 유현진입니다. 운 좋게도 이번 일본 역사·문화탐방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전달해드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짧은 듯 길었고, 긴 듯 짧기만 했던 지난 3박 4일의 여정을 저희들과 함께 떠나보실까요.

◇눈으로 직접 본 전쟁의 상흔

비행은 정말 짧았어요. 김해 공항에서 후쿠오카 공항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린듯 하네요. 처음 밟아 본 일본 땅.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요. 여기는 일본이잖아요. 하하. 저희들은 이번 여행의 첫 목적지이자 조선인 강제연행이 시작된 장소, 시모노세키의 카이쿄 유메 광장으로 출발합니다.

시모노세키역 근처에 있는 유메 광장에는 예전 칸푸(관부) 연락센터가 있었다고 해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이긴 기념으로 1905년 9월 개설한 이래 일본과 대륙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던 곳이라고 하네요. 유메광장은 시모노세키의 랜드마크인 높이 143m의 카이쿄 유메타워가 있는 곳인데 이 타워에서 바라보는 간몬해협과 간몬대교(혼슈와 큐슈를 잇는 다리)은 경치가 너무 좋아 '연인들의 성지'로 인정받는다고 해요. 하지만 그들이 경치를 감상하기 위해 찾는 이곳이 예전에는 우리 선조들이 일본으로 끌려와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이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묘하네요.

다소 무거워진 마음을 안고 저희들은 히로시마로 향했습니다.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일본 히로시마는 태평양 전쟁 중이던 1945년 8월 6일 미군이 원자폭탄 '리틀 보이'로 폭격한 도시에요. 세계 최초의 핵공습이죠. 이 폭탄으로 34만40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일본인 33만명 중 14만명이 사망했다고 해요. 물론 우리 한국인들도 목숨을 잃었어요. 일본에 의해 이 곳으로 강제연행된 한국인 14만명 중 3만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 했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1945년 8월 6일 당시 히로시마에는 일본에 의해 강제연행된 한국인 14만명이 살고 있었어요. 이 중 3만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 했죠. 저희들은 그 희생을 기리는 위령비를 찾아 헌화했습니다.

드디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도착. 무척 더운 날씨였음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 곳을 메우고 있었어요. 특히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의 행렬이 눈에 띄게 많았는데 우리들이 독립기념관을 견학하듯 이들 역시 이런 곳을 찾아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 같았어요.

처음으로 둘러본 자료관에는 당시 피폭자의 유품을 포함해 약 2만2000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는데 말 그대로 원폭의 무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답니다. 특히 유명한 '인영의 돌'과 '사다코의 종이학'을 실제로 보니 전쟁의 참상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 했어요. 인영의 돌은 원폭돔 인근에 있던 스미토모 은행 앞에서 어떤 사람이 오픈 시간을 기다리며 앉았는데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열에 의한 그을음이 그림자처럼 남은 것이고, 사다코의 종이학은 2살 때 피폭된 사사키 사다코가 10년 뒤 백혈병으로 죽어가면서 회복을 간절히 빌며 접은 것이라고 하네요.

다시는 없어야 할 전쟁의 참상을 뒤로 하고 저희들은 평화공원 내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비로 향했습니다.

1970년에 완성된 위령비는 한국산 돌을 사용해 한국에서 제작됐어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당시 조선인 희생자는 3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다고 합니다. 위령비 희생자 명단에는 약 2500명 정도가 있는데 이는 신원이 명확하게 밝혀진 희생자들의 명단만 넣은 것 뿐이에요. 특이한 점은 공원 내 위령비들마다 물병이 잔뜩 놓여져 있었는데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원폭 희생자들이 목마름을 가장 많이 호소해서 다들 추모의 의미로 생수병을 두고 가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들 모두는 이곳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선조들을 생각하며 꽃을 드리고 잠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숙소를 향하는 버스 안. 노성영 가이드님의 말씀이 저희들의 마음을 또한번 흔들어 놨습니다. "우리들이 오늘 둘러본 평화기념공원 안에는 원폭으로 죽거나 다쳐 고통받는 일본인들의 피해를 전시하며 그 슬픔을 추모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본인들은 여전히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왜 원자폭탄이 이 도시에 떨어져야 했는지, 왜 이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어요. 진정한 반성이 없는데 추모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여러분들도 곰곰히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저희들 뒤로 보이는 바다가 시모노세키 간몬해협이에요. 그 위를 지나는 다리가 간몬대교인데요 일본 혼슈와 큐슈를 잇는 다리랍니다. 이런 곳에서 기념사진 안찍으면 섭섭하겠죠.

◇일본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왔으니 그들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일도 빼놓으면 안되겠죠? 저는 특히 히로시마 미야지마 섬 안에 있는 이츠쿠시마 신사와 야마구치 아키요시 동굴이 인상 깊었어요.

이츠쿠시마 신사는 물 위에 토리이(신사 입구에 세우는 기둥문)가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라고 해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만큼 유명한 문화유산입니다. 안타깝게도 저희들이 갔을 때는 썰물이어서 물 위에 토리이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토리이 크기가 상당히 커서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섬 안에는 사슴들도 많았는데 실제로 사슴을 만져볼 수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아키요시 동굴도 너무넘무 좋았어요. '시간이 만들어 낸 거대한 갤러리'란 수식어가 딱 맞는 느낌이랄까. 동양 최대 규모의 이 종유 동굴은 30만 년이라는 세월 동안 지하수가 석회암을 녹여 만들어낸 시간의 거대한 조형작품을 연상케 했답니다.

이밖에도 일본 3대 명교(名橋)로 꼽히는 '긴다이쿄'의 아름다운 곡선, 지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일본 최대의 카르스트 대지인 '아키요시다이'의 광활한 풍경,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모지코 레트로 지구'에서 만난 이국적인 건축물들, 일본 전국 6000여 개에 달하는 무나카타 신사의 총본산 '무나가타 대사'에서 느낀 엄숙함, 후쿠오카 박물관을 둘러보며 접하게 된 일본의 역사와 민속문화에 대한 생경함까지. 어느 곳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3박4일의 알찬 여행이 준 선물들이었습니다.

자, 저희들의 일본 역사·문화 탐방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짧은 여정 동안 왜 사람들이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멀다고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소중한 체험들이었습니다. 두서없는 설명 탓에 저희 일본여행의 감흥들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정리=김성찬 기자 kims@gnnews.co.kr

※ 본 기사는 2025 꿈을 키우는 사제동행 역사·문화탐방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저희들 뒤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그 유명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안에 있는 '원폭돔'이에요. 폭탄을 맞아 폐허가 된 이 건물의 정체는 히로시마현 상업전시관이었다고 해요. 전쟁의 참상이 오롯이 남은 역사의 현장입니다.

 
이츠쿠시마 신사는 물 위에 토리이(신사 입구에 세우는 기둥문)가 떠 있는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랑하는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입니다. 사람 크기가 저 정도이니 기둥문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되지죠?

 
일본 3대 명교(名橋)로 꼽히는 '긴다이쿄'의 아름다운 곡선이 잘 보이시나요. 아치형 곡선 5개가 연속으로 이어진 나무로 만든 다리입니다. 1673년 완성된 보기 드문 목조다리이지만 물난리에 여러번 유실되기도 했다고 하네요.

 
일본 다이쇼 시대(1912~1926년)의 로망이 넘치는 레트로한 석조건물이 늘어선 모지코 레트로 지구. 이 곳을 방문한 저희는 이 지역의 명물, '시오카제'라는 이름의 레트로 미니 관광 열차를 타고 해안가를 10여 분간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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