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형 조달 브로커, 연매출 491억…“불법 명시·제재 가해야”

전상우 기자 2025. 6.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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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물품 조달시장, 꼼수 입찰 활개-법망 피한 브로커 기업

조달청, 2023년 근절책 실시
위반땐 계약 해지·참가 제한
직접 체결 입찰 공고만 적용

A사, 공기관·지자체만 집중
직접이행의무 법적 규정 無
적발 '0'건…당국, 단속 못해

제조사 흔들기 뿌리뽑아야
▲ 지난 18일 취재진이 A사 홈페이지에 명시된 본점 주소인 안양시 동안구의 한 사무실을 방문했으나, 실내 인테리어 공사로 인해 A사 관계자들을 만날 수 없었다. 한 공사 관계자는 "A사 직원들은 2~3달 전에 다른 데로 모두 옮겼다. 여긴 이미 다른 업체 소유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상우 기자 awardwoo@incheonilbo.com

60조원 규모의 물품구매 조달시장을 교란하는 기업형 브로커들이 물품 제조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 당국과 사법기관은 단속을 못하는 실정이다. '물품구매(공급) 계약을 체결한 계약 상대자가 직접 생산·납품해야 한다'는 '직접이행의무'가 법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일보 6월 25일자 1·6면 >

2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코스닥에 상장된 A사는 사업자등록증이 있는 4000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나라장터 등 물품구매 입찰에 참여해 왔다. 낙찰될 경우 A사는 낙찰금액의 3~5%를 수수료 명목으로 수익을 챙기고, 낙찰 회원에게는 5%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실제 납품은 미리 섭외한 제조업체가 진행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A사 연 매출은 약 491억원에 달했다.

▲조달청, 기업형 브로커 알고 있었다

조달청은 지난 2023년 7월 "구매물품 공급능력이 없는 일반인 또는 업체가 기업형 브로커나 민간 플랫폼 등을 통한 공공입찰 무분별 참여 행태를 막겠다"며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서 '브로커'는 계약상대자가 아님에도 입찰·계약체결·계약이행 등의 과정에 개입해 직접 이익을 취득하거나 계약상대자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을 얻게 하는 자로 규정된다. A사는 해당 규정에 포함된다.

조달청은 직접이행의무를 위반할 경우 물품구매(제조)계약 특수조건 제7조의3 제3항에 따라 계약 해지, 계약보증금 국고귀속,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제재처분을 가하고 있다.

직접이행의무는 계약을 체결한 업체(낙찰자)가 해당 물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납품해야 한다는 의무를 뜻한다.

또 계약상대자가 브로커 불공정행위에 개입하거나 협조한 경우에도 동 조건 제26조의5 제3항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 계약 해지와 같은 제재가 이뤄진다.

그러나 해당 조치는 조달청이 직접 공고한 입찰에만 적용된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기업형 브로커가 공공연히 활동할 수 있는 구조다.

▲브로커, 직접이행의무 규정 없는 곳 노려

이 때문에 A사는 법의 허점을 노리고 조달청 대신 다른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입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조달청에 적발된 불공정 행위 사례는 '0건'이었다. 사실상 편법을 쓰는 것이다.

인천일보가 최근 3개월간 화성시 물품구매 공고를 분석한 결과, 공장 설비가 필요한 17건의 입찰에서 낙찰 업체 주소지가 대부분 아파트나 주택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제조 능력이 없는 업체들이 낙찰받은 것으로 보인다.

A사와 같은 기업형 브로커의 행태는 형법 제315조(경매·입찰 방해)에 따라 공공입찰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수사 당국은 사전공모, 낙찰 구조 설계, 수익배분, 수수료 지급 구조 등을 입증하기 어려워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방해죄의 경우 대부분 내부 또는 피해자 고발로 수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물품 제조업자 경영난 '허덕'

피해는 결국 제조업체 몫이다.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입찰구조면 기업 생존자체가 어렵다"며 "손해를 감수하고 기업형 브로커 회원으로 가입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제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기관 입찰은 기업의 인공호흡기 같은 것"이라며 "제조업 근간을 흔드는 브로커의 행태는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우리는 A사를 불공정 조달 브로커 기업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상위 기관에서는 A사 행위를 '담합'이 아니라고 판단해 제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에 이러한 행위를 명확히 불법이라고 판단해야 조달청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다"며 "지금은 조달청 계약 특수조건으로만 직접이행의무를 담는 식으로만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관련 법 개정 없이는 조달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운 셈이다.

▶관련기사 : "중소 업체 참여 아예 없다"…기업형 브로커, 사실상 독점

/김혜진·전상우·고륜형 기자 awardw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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