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 원의 정치학, ‘포퓰리즘과 민생 사이’

기호일보 2025. 6. 2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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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정치부국장
박주성 정치부국장

대선이 끝나자마자 중앙이든 지방정부든 잇달아 민생 회복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삶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맞물려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에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 24일 지역화폐인 인천이음 카드의 캐시백을 기존 5%에서 10%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정책 모두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일각에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 대다수가 절박한 현실에 내몰린 지금, 찬밥 더운밥을 가릴 여유가 없다.

민생지원금은 2021년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과 유사한 방식이다. 현금성 자금을 직접 국민에게 지급해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의도다. 일정 부분 그 효과는 인정할 수 있다. 당장 가계의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정 금액의 현금이 투입되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자영업자들의 매출도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즉각적인 반응을 얻기 쉽다. 여당과 정부는 이를 통해 정치적 우호 여론을 확보할 수 있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게 부담이다.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25만 원을 지급할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족히 13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 문제는 이 자금을 어디서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이미 국가 채무는 급증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해 복지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기초 재정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일회성 현금 지원을 반복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또 국민들이 이 같은 지원에 익숙해지면 구조적 의존성이 생겨날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포퓰리즘이 남긴 후유증은 대개 무겁고 깊었다.

유 시장이 추진하는 인천이음 캐시백 정책도 초창기부터 포퓰리즘 논란이 적지 않았다. 특히 전임 시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정책이기에 정치적 논쟁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이 정책이 지역의 소비 진작과 소상공인 보호에 기여한 바가 분명하다는 평가도 함께 자리 잡았다. 실질적으로 지역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논란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

여기에 더해 유 시장은 같은 날 추가로 민생 회복을 위한 생활밀착형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천원주택'에 이어 '천원택배', '천원티켓' 등 이른바 '천원 시리즈'가 그것이다. 이 정책들은 공공서비스를 상징적 가격인 1천 원에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실생활 부담을 낮추고 자존감은 유지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천원주택은 시가 보유하거나 확보한 빈집을 리모델링해 청년, 신혼부부, 취약계층에 하루 1천 원 임대료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천원택배는 고령자, 장애인, 교통소외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시가 물류 배송을 지원해 1천 원에 생활필수품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천원티켓은 시립 공연장,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의 공공시설을 1천 원에 이용케 한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천원 시리즈는 단순한 저가 서비스 제공을 넘어선 생활밀착형 민생정책이다. 1천 원이라는 상징적 금액은 '공짜'가 아닌 최소한의 기여를 유도하면서 시민의 자존감도 지킬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작지만 촘촘한 복지와 공공서비스는 지역경제 회복과 행정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천원 시리즈는 숫자보다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정책으로 인천형 민생 회복의 실용 모델로 주목받기에 충분하다.

방식은 다르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민생지원금이나 유정복 시장의 천원 정책은 궁지에 몰린 민생 회복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지 '크고 빠른 지원'과 '작지만 지속적인 지원'이란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한국사회는 지금 복합 위기 상황이다. 임시방편이 아니라 국민 신뢰와 경제 회복을 위해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중앙과 지방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목표는 민생 회복인 만큼 정책의 설계와 실행력에도 통합과 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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