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 잡는 K-걸그룹 이야기…할리우드 자본도 한류에 푹 빠졌다
-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 블랙핑크 똑닮은 주인공들 등장
- 무속신앙·기와집 ‘한국맛’ 가득
- 사흘 연속 글로벌 영화부분 1위
- 소니픽쳐스 등 해외 대형 제작사
- 영화·애니 단골소재 K-팝 주목
주류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한 K-팝이 영화와 드라마 시장에서도 매혹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심상치 않은 인기가 이를 방증한다. 인기 K-팝 걸그룹이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이고, 꽃미남 5인조 보이그룹이 그들을 위협하는 악령이다? 이 독특한 이야기에 전 세계 시청자가 빠져들었다.

지난 20일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사흘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부분 시청 순위 정상을 지켰다. 사운드트랙 역시 미국 아이튠즈 앨범 차트 100에서 1위를 기록했으며, 송 차트에서도 기록을 내고 있다. 일각에선 K-팝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사냥하는 데몬 헌터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만든 소니픽쳐스가 제작한 작품으로, 한국계 캐나다인 강 감독과 미국 출신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인상적인 것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한국 문화와 정서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한국 무속 신앙과 민화, 기와집, 남산 타워 등 한국적인 요소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캐릭터 목소리와 노래 모두 한국인 혹은 한국계 아티스트들이 맡은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병헌과 안효섭 김윤진 등 스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트와이스의 OST 참여 소식 등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차은우와 남주혁, 블랙핑크 등 한국 스타들의 비주얼을 참고해서 캐릭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팬덤으로부터도 큰 환대를 받는 분위기다.
해외 제작사가 한국 문화와 정서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글로벌 시장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니는 의미는 뜻깊다. 감독 매기 강은 작품이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모국에서 인정받았다고 해도 되겠죠?”라며 SNS에 감격한 반응을 올리기도 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인기를 끌면서 K-팝을 끌어안은 또 다른 작품들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정재의 아티스트스튜디오와 영국 제작사 이매지네리엄 프로덕션이 함께 준비 중인 ‘시크릿 아이돌’이 대표적이다.
K-팝 연습생으로 위장 잠입한 비밀 요원이 글로벌 범죄 조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담는 첩보 액션물로 할리우드 배우 캐스팅과 글로벌 배급·제작 등을 논의 중이다. 앞서 아티스트스튜디오는 “‘시크릿 아이돌’은 K-팝의 세계적 확장성을 증명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배우 레벨 윌슨 역시 K-팝을 소재로 한 ‘서울 걸즈’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서울 걸즈’는 한국계 미국인 여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세계적인 K-팝 아이돌의 오프닝 무대에 오를 가수를 뽑는 오디션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은 영화 ‘나우 유 씨 미’를 연출했던 메러디스 윅이 메가폰을 잡고 한국계 작가 김영일이 감수를 맡을 예정이다. 한국계 미국 배우 윌 윤 리는 미국 제작사와 함께 레이첼 반 다이켄의 로맨스 소설 ‘마이 썸머 인 서울’(My Summer in Seoul)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한국계 미국인 여주인공이 한국 레코드 레이블에서 일하다 K-팝 그룹 멤버들과 사랑과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K-팝을 소재로 한 예능, ‘키에팝드’도 조만간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난다. 애플TV+가 런칭을 준비 중인 프로그램으로 팝의 아이콘들이 K-팝 최고의 아이들과 협업해 자신의 히트곡 중 하나를 재해석하는 무대를 선보이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우승자는 서울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관객이 최고로 ‘K-팝화’된 곡을 뽑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강남스타일’로 글로벌 팬층을 확보한 싸이가 시리즈 호스트로 참여한다.
일련의 흐름은 K-팝이 단순히 음악 산업을 넘어 콘텐츠 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음반 판매량 하락 등 K-팝 성장 둔화에 대한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K-팝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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