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이경규가 쏘아올린 ‘약물 운전’ 논란

윤인수 2025. 6. 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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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는 십수년 전만 해도 환자 혼자 몰래 앓아야만 했던 병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혹은 사소한 이유로 극심한 불안 증상을 보이거나 발작을 일으킨다. 발작하면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언제 발작할지 몰라 하루 종일 불안에 떠는데 설명할 수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이경규는 대표적인 공황장애 커밍아웃 연예인이다. 2011년 방송에서 공황장애를 공개했고 약물치료 사실도 밝혔다. 이경규가 우연한 해프닝으로 ‘약물 운전’을 공론장에 올려놓았다. 주차요원의 착각으로 남의 차를 운행했다가 신고받은 경찰의 약물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는 바람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병원의 처방약을 복용한 탓에 벤조디아제핀이 검출된 것이 문제였다. 벤조디아제핀은 공황장애, 불안장애, 불면증 치료에 흔하게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심신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졸림, 반응속도와 판단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있다. 병원이 정상적으로 처방한 약을 복용했을 뿐이라는 이경규의 해명에도, 경찰이 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입건한 이유다.

도로교통법 45조는 음주운전 외에도 과로, 질병,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음주와 마약 운전과 달리 일반인에겐 생소한 규제다. 주변에 공황장애나 불면증 처방약을 복용하고 운전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24일 경찰 조사 후 포토라인에서 “공황장애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을 크게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경규의 발언은 일반인의 인식에 가깝다.

지난 3월 입법예고된 도로교통법개정안은 음주운전처럼 약물운전도 경찰의 강제 측정 조항을 신설했다. 약물운전의 폐단을 줄인다는 취지인데 2023년 불발된 입법안이다. 병원이 처방한 치료약으로 일상과 생계를 유지하는 심인성 질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확장된 덕분이고,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질환이 급증한 탓이다.

공황장애 치료약 복용자의 운전이 불가하다면 산업현장에서의 노동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운전이 생계인 환자는 물론 공황장애자들의 노동이 곳곳에서 단절될 수 있다. 치료 가능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재발할 수도 있다. ‘양심 냉장고’로 공익 예능의 대부가 된 이경규가 쏘아올린 ‘약물 운전’이 사회적 쟁점이 됐다. 공익적 성찰과 논의가 필요하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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