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없어서” “폭력적이라” 마약 사범 진료 못하는 지정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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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유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포항의료원은 1999년 치료병원으로 지정된 뒤 올 6월까지 단 1명의 마약류 사범도 치료한 적이 없다.
경기도의 한 지정 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보다 정신건강 응급환자는 업무가 2배, 마약 중독 환자는 3배 힘들다. 폭력 성향을 보일 때도 있어 의료진이 마약 중독자 진료를 꺼린다"고 했다.
중독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일상에 복귀하면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들 주변 사람이 새로운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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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2만3022명으로 2년 연속 2만 명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가 지정한 기존 치료보호 병원조차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아 마약 사범의 재범 및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적발 및 처벌뿐 아니라 치료·재활 인프라를 강화해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마약 중독 치료병원 14곳은 ‘진료 0명’
현행 마약류 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르면 마약 사범으로 적발된 뒤 검찰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거나 본인·가족이 원하면 최대 1년까지 입원 또는 외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현재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31곳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이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마약 중독자는 전년 대비 26.7% 늘어난 875명이었다. 이중 14곳은 진료 기록이 한 건도 없었다. 연간 5명 이하를 진료한 병원도 4곳이다. 중독자들은 일부 병원에만 몰리고 있다. 인천참사랑병원(509명)과 경남 국립부곡병원(141명) 두 곳의 진료 인원이 전체의 74.3%를 차지했다.
이는 마약 중독 치료 역량을 갖춘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본보가 연간 진료 인원 5명 이하 병원 10곳에 환자가 없는 이유를 묻자 7곳은 “마약 중독 환자를 볼 전문의나 재활 프로그램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다른 환자들과 공간 분리가 어려워 의료진이 입원 치료를 꺼린다”고 했다.
치료 병원으로 지정된 공공병원 상당수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충청권 지정 병원 4곳의 총 진료 인원은 9명에 그쳤다. 공공병원인 청주의료원은 환자가 한 명도 없었고, 정신질환 전문인 국립공주병원도 환자 3명에 불과했다.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전문의가 없어 마약뿐 아니라 모든 중독 관련 환자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는 인력과 시설을 갖춘 곳에서도 기피 대상이다. 경기도의 한 지정 병원 관계자는 “일반 환자보다 정신건강 응급환자는 업무가 2배, 마약 중독 환자는 3배 힘들다. 폭력 성향을 보일 때도 있어 의료진이 마약 중독자 진료를 꺼린다”고 했다.
● “중독자 치료-재활 연계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마약 근절을 위해선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갖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중독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일상에 복귀하면 다시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이들 주변 사람이 새로운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34.5%에 이른다.
윤홍희 남서울대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과 교수는 “현재는 모든 마약 사범이 강제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더 많은 중독자를 강제적으로 치료-교육 기관에 연계해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을 범죄로 엄하게 다스리되, 우선 치료를 받아야 하고 평생 관리해야 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영덕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중독자는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까지 연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보건복지부(치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재활)로 나뉜 중독자 관리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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