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지 않아도 괜찮아 [달곰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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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화자가 청자에게 정확한 표현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이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어 뜻을 제대로 파악하여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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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몇 년 전,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나에게 한 이웃이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가시나 봐요"라며 인사를 건넨 적이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를 종류별로 '분류'하여 버리는 일을, '분리'하여 버린다고 한 것도 흥미로웠지만 쓰레기를 '배출'하는 일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인데 '배출' 대신에 '수거'라는 말을 사용한 것도 흥미로웠다.
재작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 학생이 친구에게 "나 이번 방학에 라식 수술해"라고 말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수술을 하는' 사람은 의사일 것이고 '수술을 받는' 사람은 학생일 것이다. 그런데 학생이 "나 이번 방학에 라식 수술을 받아"라고 말하지 않고 "나 이번 방학에 라식 수술해"라고 말한 것도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꽤 오래전의 경험인데도 이 두 일은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단어를 적시적소에 사용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뜻에 꼭 맞게 단어를 사용하여야만 한다고 강변할지도 모르겠다. 화자가 청자에게 정확한 표현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이상적인 의사소통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어 뜻을 제대로 파악하여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여 배출하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하여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수술받는 사람이 수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니 그러한 표현은 사용하면 안 될까.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말해 보자면, '꼭 그렇지는 않다'라고 답하고 싶다. 우리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는 것보다 '청와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 '청와대'는 움직일 수 없는 건물이므로 굳이 따져 보자면 전자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후자처럼 말하여도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다. 추론을 통하여 우리는 단어가 정확하게 사용되지 않은 문장의 의미도 곧잘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한국어를 사용하는 원리 중 하나라는 점만 알고 있으면 단어의 뜻을 엄격하게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오규환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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