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 당할줄 알았는데"…기자도 멘붕 온 보이스피싱
등기수령 미끼 온라인 접속 유도
범죄사이트 순순히 접속 ‘아찔’
차분히 파악하니 허점 투성이
광주 최근 3년 피해 1천138건
“의심 들면 무조건 전화 끊어야”

항상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역 일간지에서 사건기자 생활을 한 지 어느덧 만으로 3년이 넘었다. 그 시간동안 경찰서를 출입하며 경찰들과 가깝게 지내는 만큼 내가 범죄 대상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것도 보이스피싱을 말이다.
지난 24일 오전 10시30분께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여서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자신을 우체국 집배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내 이름을 말하며 등기를 받아야 하는데 오후에 댁에 있냐고 물었다.
작성 중인 기사가 있었는데, 멀티가 안 되는 스타일이라 "10분 뒤에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목소리에서 특이한 점은 느끼지 못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을 즈음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 집배원이었다. "우편함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니, "법원에서 보낸 등기라 직접 배송이 원칙"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얼마 전에도 불법 주정차 과태료 고지서를 직접 찾으러 간 적이 있었기에, "서광주우체국으로 가면 되냐"고 묻자 집배원은 갑자기 "서울로 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집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집배원이 "아니면 온라인 접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너무 반가웠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냐는 말에 가능하다고 답했고, 집배원이 불러주는 '법원조회365.com'이라는 사이트를 주소창에 검색해서 들어갔다. 이때까지도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시키는 대로 무의식적으로 '나의사건조회'를 클릭하고 '비회원 로그인'을 해보니 모니터 화면에 '사건사실확인원'이 나왔다. 이어서 집배원이 설명하는데 또 멀티가 안 됐다. 일단 읽어보고 싶어서 급한 전화가 들어온다고 하고 다시 전화주겠다고 하고 끊었다.
그러고 나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성매매 특별법 및 자금 세탁, 불법 명의도용 사건에 연루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때문에 명예훼손에 걸린 거라면 쉽게 납득했겠지만 당황스러웠다.
평소 아는 경찰에게 전화해 물어봤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돌아온 답은 "보이스피싱 같다"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형사사법포털 사이트와 완전히 똑같이 만든 것이었다.
그제서야 이상한 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건사실확인원의 접수인 이름이 내 이름이었다. 진짜 사건에 연루됐다면 접수인의 이름은 피해자여야 하지 않을까. 또 급수에 '특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건에 급수는 없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검찰 조직에는 없는 직책인 '검찰법무관'이라는 표기와 하루에도 수십, 수백장의 문서에 도장을 찍는 수사관들이 지장을 찍었을 리가 없다.
세부 내용에도 '수사 진행과 동시에 휴대기기 검열 조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헛소리다.
결정적으로 기관 홈페이지에서 비회원 로그인을 하는데 카카오톡 간편인증과 같은 2차 인증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더 웃긴 것은 범인들이 알려준 사이트에서 나의사건조회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클릭 되지 않는다.
선배와 동료, 후배들과 실없이 나눴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린 사기 같은 건 안 당하지 않을까. 큰 착각이었다. 동시에 사람들이 왜 많이 피해를 보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아찔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기사를 쓰기로 했다. 물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법원조회365.com이라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 차단 신고도 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3년간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은 총 1천138건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335건, 2023년 367건, 2024년 436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피해 금액도 2022년 96억원에서 2023년 97억1천만원, 2024년 205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이 기사는 서사적 글쓰기인 '내러티브 저널리즘(narrative journalism)'을 활용했습니다. 취재기자 자신이 보이스피싱을 당할 뻔했던 경험을 독자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시 직접 느낀 감정 등을 단순 사실 전달식 기사 형태에서 벗어나 이야기하듯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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