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내란 핵심 증거 CCTV 비공개하는 국회

강혜인 2025. 6. 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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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이 발생하고 몇 달 후였다. 국회에서는 내란 혐의 국조특위가 활동을 마무리할 즈음이었다. 국회에 나온 내란 핵심 세력들이 전혀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던 장면과 비상계엄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던 장면이 씨줄과 날줄로 겹치던 즈음, 한 취재원에게서 "국회사무처가 계엄 당일 국회 CCTV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토로를 들었다.

오해가 있는가 싶어 사정을 잘 알 만한 다른 취재원들에게도 물었다. 답은 비슷했다. 내란 국조특위에서도 국회사무처로부터 계엄 당일 CCTV를 받는 데 애를 먹었다든가, 국회사무처는 편집된 CCTV만 공개했다든가 하는 말들이었다.

정보공개청구가 기각됐다

곧바로 국회사무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국회 본청 내외부의 CCTV 리스트와 비상계엄 당일 22시부터 다음날인 4일 새벽 3시까지 전체 CCTV영상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중, CCTV 리스트는 국회사무처가 현재까지 얼마 만큼의 영상을 공개했는지 그 현황을 파악해보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리고 며칠 뒤 '비공개 통지'가 날아왔다.

국회사무처는 ▲개인정보보호법,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이하 정보공개법) 등을 사유로 CCTV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요약컨대, CCTV에 담긴 국회의원 등 개인들의 정보를 보호해야 하며, 내란 관련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반박했다. '계엄 당시 CCTV 영상은 그 자체로 12.3 비상계엄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인데 이를 비공개하는 것은 공공의 안녕과 공익에 복무해야 하는 국회가 12.3 비상계엄의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냐고, 이의신청서에 썼다. '국회사무처가 개인정보법 등을 들어 CCTV 영상을 비공개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썼다.

전체는 아니지만 이미 국회사무처가 수사기관과 내란 국조특위에 약 3시간 분량의 'CCTV 영상 편집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전체 영상이 비공개라면, 그 3시간 분량의 영상이라도 제공할 수는 없을까. 일부라도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도 썼다. "비공개 대상 정보와 공개 대상 정보가 혼합되어있을 경우에는 비공개 정보를 가려서라도 최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정보공개법의 취지입니다".

국회사무처가 한 차례 이의신청 결정 기한을 연장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올라왔지만 헛수고였다. 사무처는 이의신청 역시 '기각'했다.

요지부동이었다. 사무처는 CCTV 영상이 공개될 경우 "수사 계획이 노출되거나 관련자 진술 확보 등에 영향을 미쳐 수사에 중대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했고, "국회사무처가 보유한 CCTV영상에 모자이크나 분할 등의 조작을 가하는 것은 새로운 동영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의 업무와 작업자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새로운 정보의 생산 또는 가공에 해당하므로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영상에 일반 국민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보가 있고, 비식별 처리를 해도 특정인 식별이 가능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공개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비공개 결정을 유지했다.

개별 의원실 요청도 안 된다는 국회사무처

지난해 12월 3일 국회 본청으로 향하는 계엄군의 모습 (출처 : 국회 유튜브 채널)

지난해 비상계엄 하루 뒤,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계엄군의 불법행위가 담긴 CCTV 전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힌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이때 국회사무처는 계엄군의 동선이 담긴 약 10분 분량의 영상을 직접 편집해 언론사에 보냈고, 국회 유튜브 채널에도 게재했다. 국회는 12.3 비상계엄의 피해자였기에 당연한 조치였다.

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지난 5월, 정보공개청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국회사무처 직원과 통화를 해봤다. 이 직원은 김민기 사무총장이 지난해 12월 4일 자체 공개한 CCTV와 추후 공개된 국회의장 공관 CCTV 영상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내란 국조특위 요청에 따라 일부 영상을 추가로 특위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조특위가 아닌) 개별 의원실에서 요청하는 영상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개별 국회의원들이 요청하는 영상까지 제공하지 않는다는 말에 뜨악했다. '지금은 국조특위 활동이 끝나지 않았냐(국조특위는 지난 2월 말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면 앞으로 추가로 영상이 더 공개될 가능성은 없냐' 물으니 이 직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계엄 당일, 무장 병력이 국회 1층 유리창을 깨고 본청 내부로 진입했다. 계엄 해제 의결을 하는 본회의장에 어떻게든 들어가려고 한 것이다. 국회의 회녹색 돔을 향해 무장병력이 탄 헬기가 날아오던 순간 이미 얘기는 끝난 것이었다. 국회에 있던 시민들과 보좌진들, 직원들은 저마다 군인들과 맞섰다. 민주주의를 침탈하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 그 모든 역사가 바로 국회의 계엄 당일 CCTV에 녹화돼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 정보공개청구와 이의신청 끝에 마주한 건, 비상계엄의 가장 큰 피해자 국회가 피해 사실을 100% 온전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아이러니였다. 집에 여러 명의 도둑이 들었는데, 그중 한 두명이 찍힌 CCTV만 골라 제공하는 격이었다. 

뒤늦게 공개된 중요 증거들

현재까지 전국민에 공개된 국회 CCTV는 극히 일부다. 일단, 12월 4일 김민기 사무총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영상이 하나 있다. 국회 유튜브에도 올라와있는 영상이다. 약 10분 분량의 영상으로, 군인들이 국회 외곽에서 경내로 진입하는 모습이나 국회 본청 후면 안내실로 진입하려다가 저지당한 장면, 군인들이 국회 본청 내부에 진입한 장면, 의원회관으로 철수하는 모습 등이 담겨있다. 

그리고 약 3시간 분량의 CCTV가 있다. 위의 10분 분량의 CCTV가 포함된 것으로, 수사 기관과 내란 혐의 국조특위에 제출된 CCTV다. 707특임대나 경찰 등의 국회 진입 장면이 담겨있지만 원본 형태가 아닌 편집본이라고 한다. 사무처가 여러 곳에서 찍힌 CCTV를 모아 편집한 영상이다. 

이밖에 내란 국조특위에서 추가로 확인한 극히 일부 영상들이 더 있다. 예컨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도 등장한 '국회 단전 시도 영상'은 별개의 영상이다. 내란 국조특위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한병도 의원실이 '계엄군의 국회 단전 시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아, 특위 차원의 자료 요구를 거쳐 추가로 사무처로부터 입수한 영상이다. 만일 계엄군의 국회 단전 시도가 있었다는 제보를 의원실에서 받지 못했다면? 공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계엄군이 케이블타이를 이용해 뉴스토마토 기자를 포박하는 영상 역시 뒤늦게 공개됐다. '케이블타이는 문 봉쇄용이었지 사람에게 쓸 용도가 아니었다'는 김현태 707특임단장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이 영상은 12.3 비상계엄 이후 약 4개월 만에 확인됐다.

해당 기자는 뉴스토마토 유튜브에 나와 영상이 뒤늦게 공개된 데 대해 "국회사무처로부터 영상을 받는 데 난항을 겪었다", "군인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영상 공개가 안 됐는데 도저히 납득이 안 갔다. (군인들을) 고소하지 않는 한 영상을 주기 어렵다고 해서 사건 당사자로서 고소장을 제출한 뒤에 영상을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회 본청 지하 1층에서 계엄군들이 국회 단전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영상.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CCTV를 통해 무엇이 더 규명돼야 하는가

그렇다면 국회 서버 안에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계엄군의 행적이 담긴 CCTV가 더 남아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2월 3일 당일 707특임단 병력은 유리창을 깨고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본회의장 방향으로 진입하다가 국회 보좌진 등과 대치했다. 국회 직원, 보좌진들은 이들이 본회의장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격렬히 저항했다. 

이후 군인들은 뒤를 돌아 3층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다시 본회의장으로 가려다가 또 이를 저지하는 국회 직원 혹은 보좌진들과 맞닥뜨렸다. 군인들 중 일부는 여기서 다시 길을 돌아와 이번에는 본회의장 방청석으로 들어갈 수 있는 4층으로 진입했다. 그 후 일부는 지하 1층으로 향해 배전함에서 단전을 시도했다. 이들 계엄군은 어떻게 국회 내부 구조를 알고 동선을 짰을까. 이들에게 국회 내부를 안내하거나 본회의장 진입을 도와주려고 한 숨은 조력자는 없었을까. 이런 장면들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CCTV에 남아있지는 않을까. 

계엄 당일,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은 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본회의에 불참했다. 국회가 아닌 국민의힘 당사에 머물렀던 의원들도 있었고, 국회에 있었지만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의원도 있었다.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들의 그날 행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내란 특검, 국회 CCTV 확보해야

내란 특검이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국회 CCTV를 확보해야 한다. 그를 통해 비상계엄의 실체를 더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 그날 계엄군을 도운 국회 내부의 조력자는 없었는지, 계엄 해제 의결에 최선을 다해야 했을 국회의원들은 몇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도 밝혀 내란에 동조하거나 부화뇌동한 자들을 찾아야 한다. 

국회사무처는 내부적으로 수사 기관에 제출한 영상에 한해 외부에 제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니 내란 특검에 제출한 영상이라면, 그것을 근거 삼아 개별 국회의원들이나 언론사도 다시 한 번 자료들을 요청해볼 수 있지 않을까.

국회사무처도 전향적인 판단을 해야한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사의 정보공개 청구 요청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마냥 덮어놓고 '비공개' 처리를 할 것이 아니라, 최대한 공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계엄 당일 CCTV에 애써 숨기고자 하는 장면들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뉴스타파 강혜인 ccbb@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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