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선녀', 강하게 풍겨오는 '선업튀'의 향기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6. 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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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견우와 선녀' / 사진=tvN

'견우와 선녀'에게서 '선재 업고 튀어'의 향기가 난다. 

크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문짝남'과 작고 당찬 '포켓걸', 밝고 능동적인 여주가 상처 입은 남주를 구원하는 서사, 그리고 교복을 입은 10대들의 학교 배경까지. 익숙하지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 강력한 설정 위에 알싸한 오컬트까지 더해지니 자연스레 대박의 기운이 감지된다.

tvN 월화 드라마 '견우와 선녀'는 시작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죽음을 예지하는 무당 소녀와 액운을 타고난 소년의 학원 로맨스와 오컬트를 접목한 복합장르물이다. 특히 고등학교라는 공간, 남주의 죽음을 예지한 여주의 구원 서사, 밝고 당찬 여주와 결핍 있는 남주 설정은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학원 로맨스물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든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견우와 선녀'는 고등학생 무당 박성아(조이현)가 액운을 타고난 전학생 배견우(추영우)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다.

'견우와 선녀' / 사진=tvN

1~2회 전개는 빠르면서도 직관적이다. 성아가 무당이라는 정체를 숨긴 채 첫눈에 반한 견우를 죽음에서 지키기 위해 물귀신, 불귀신 등과 맞서는 장면들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버림받았던 성아와 견우의 결핍도 들춰진다. 이 과정은 사랑이라는 감정적 동기와 운명을 바꾸려는 서사적 동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극의 밀도를 끌어올린다.

흥미로운 점은 이 드라마가 '선업튀'와 상당히 유사한 서사 구조를 공유하면서도 분명한 개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이다. '선업튀'가 타임슬립에 집중했다면 '견우와 선녀'는 오컬트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무복, 무구, 부적, 무당 계보와 귀신의 성격 등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된다. 이는 '방법'으로 오컬트 연출에 정평이 난 김용완 감독의 장기가 은근하게 녹아든 지점이다.

캐릭터 구도에서도 세부적인 차이가 있다. 조이현이 연기하는 박성아는 단순한 당찬 여주가 아닌 생계형 무당이자 삶의 평범함을 갈망하는 인물이다. 성아는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대사처럼 사회적 편견과 고립 속에서도 견우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행동한다. 이는 '선업튀'의 임솔보다 더 강한 동력과 주체성을 부여받은 주인공으로 기능한다.

추영우가 맡은 배견우는 전형적인 차가운 남주처럼 보이지만, 그 냉소가 지속된 불운의 아픔이라는 점에서 더 내밀하게 눈길을 내어주게 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유망한 고교 양궁 선수였지만 방화 사건에 휘말려 전학을 가게 되며, 유일하게 곁을 지켜주던 할머니마저 잃는다. 견우의 차가움은 외로움과 상실의 반영이다. 이러한 내면에 천천히 스며드는 성아의 존재는 단순한 로맨스 상대가 아니라 치유와 포용을 끌어내는 다층 서사로 진폭을 넓힌다.

'견우와 선녀' / 사진=tvN

드라마의 연출과 시각적 구성도 주목할 만하다. 물귀신, 불귀신 등 각 회차를 대표하는 귀신의 디자인은 꽤 정교하고 감각적이다. 특히 물세례 장면이나 부적을 몰래 붙이는 시퀀스 등은 코믹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잡아낸다. 덕분에 드라마는 공포, 로맨스, 코미디를 오가면서 다층적인 재미를 끌어낸다.

두 주연의 연기와 비주얼 합도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 요즘 가장 뜨거운 대세 추영우는 '광장', '옥씨부인전', '중증외상센터' 등을 통해 다져온 단단한 존재감을 바탕으로 액운을 짊어진 견우의 복잡하고 내면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조이현은 뽀얀 인상만큼이나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를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이며 성아 특유의 당찬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특히 186cm '문짝남'과 161cm '포켓걸'의 이상적인 비율을 자랑하는 두 배우의 투샷은 시청자들의 설렘 감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무엇보다도 '견우와 선녀'는 침체했던 tvN 월화극 시간대에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1회 시청률은 4.3%, 2회는 4.4%를 기록하며 케이블·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전작 '금주를 부탁해'의 최고 시청률은 3.7%(4회)였고, 그 전작 '이혼보험'(1회)은 3.2%였다. '견우와 선녀'는 방송 첫주 만에 두 개 전작의 최고 시청률을 뛰어넘었다. 특히 이 작품이 2049 타깃 시청률에서 강세를 보였다는 점은 '선업튀'가 남긴 MZ세대 중심의 학원 로맨스 수요를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견우와 선녀'는 핵심 장치를 변주해 기시감을 효과적으로 덜어낸다. '선업튀'에서 연쇄살인범이 서사의 긴장축을 이뤘다면, 이 작품은 그 자리를 귀신이라는 오컬트 요소로 대체하며 장르적 색채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 변화는 신선함을 부여하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성공적으로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선업튀'의 뒤를 잇는 신드롬 가능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견우와 선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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