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서 시작된 제주관광, 세계를 향하다
道·관광공사, 유엔관광청 주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포럼 참가
지역의 힘으로 만든 로컬관광, 유엔무대에서 울려 퍼진 제주다움

"지역은 단지 출발지가 아니라, 미래 관광의 방향성이다."
지난 5월 19~22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9차 유엔관광청(UN Tourism) 아시아태평양 관광정책 개발 연수 프로그램에서 제주가 외친 이 메시지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위 공무원들과 전문가들 앞에서 지난 10여 년간 제주가 실천해온 로컬관광 정책의 전환과 실행 사례를 공유하며 '지역에서 출발한 글로벌 정책 모델'로 주목받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관광과 문화: 긍정적 영향의 극대화와 회복력 구축'이다. 이 자리에서 제주는 질적 성장 중심의 관광 전략, 지역 자산을 활용한 체류형 프로그램, 민간과 공공의 협력 거버넌스 모델 등을 통해 지역기반 관광 정책(CBT, Community-Based Tourism)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증명했다.

▲성장에서 전환으로…관광 정책의 방향을 바꾸다
2016년 제주는 연간 관광객 수 1500만명을 돌파하며 '관광성장 신화'의 정점에 도달했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경제와 삶의 질에 대한 경고음도 존재했다.
단순 방문객 수 중심의 관광은 한계를 드러냈고, 제주는 곧 관광정책의 방향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전환'으로 바꾸게 된다.
관광객의 체류기간, 소비패턴, 여행 만족도, 국적 다변화 등 정성적 지표로 전환한 정책은 지역경제의 파급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시스템 기반의 '질 높은 관광'으로 이어졌다.
특히 휴대전화 위치 데이터와 카드 소비 내역 등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정책 설계는 국가 의존형 관광 구조의 위험성에 대한 해법으로도 주목받았다.

▲해녀, 마을, 밥상…'관광화된 일상'에서 진정성을 찾다
제주는 지역 고유의 문화와 생태를 중심에 둔 '공감형 관광'을 실현해왔다.
대표적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 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정교하게 풀어낸 다이빙 체험, 해녀 밥상, 마을 탐방 프로그램은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삶의 공유'로 변모했다.
이러한 흐름은 '카름스테이(Kareum Stay)'로 이어졌다. '카름'은 제주어로 '작은 마을'을 뜻하며, 방문객이 마을에 머물고, 지역 주민과 일상을 함께하는 구조다.
현재 도내 13개 마을이 참여 중이며, 체류 공간(하드웨어), 콘텐츠(소프트웨어), 주민(휴먼웨어)이라는 세 축 위에서 운영된다.
그 결과, 지역경제 분산과 주민 주도의 관광생태계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포럼 기조강연에 나선 신현철 제주관광공사 글로컬관광팀장은 "제주 로컬관광 정책의 핵심은 바로 민간과 공공간의 협력적 거버넌스로 그 바탕에는 신뢰가 있다. 당장의 관광객 유치와 미래의 제주관광의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민간주도의 생태계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이 무엇을 잘할 수 있고, 무엇은 외부 협력에 맡겨야 하는지를 구분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임을 강조했다. 제주의 로컬관광이 민간 생태계 기반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공은 촉진자이자 설계자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다.

▲동백마을에서 세계로…주목받은 제주 사례
이번 포럼에서 제주는 단순 참가국이 아닌 주요 사례 발표 주체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세션2 '지역기반 로컬관광 개발'에서는 제주 동백마을 사례가 단독 주제로 소개됐다.
허정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는 "지역 기반 관광은 프로젝트가 아닌 시스템이어야 한다"며 동백마을 사례를 통해 전략적 전환, 수평적 학습, 지역 주체의 권한 강화 사례를 분석했다.
현장에 참석한 유엔관광청 자문위원 조셉 치어 박사는 "제주의 정책은 실행 가능성과 통찰력을 동시에 갖춘 사례"라고 평가했고, 사모아와 스리랑카 관계자들은 자국에 도입 가능한 모델로서 깊은 관심을 보이며 후속 협력을 요청했다.

▲제주다움의 세계화, 글로벌 투어리즘 시대를 열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유엔 관광 포럼에서 지역관광의 비전과 실행 전략을 명확히 전달했다. 제주의 관광이 단지 '지역경제 활성화'에 머물지 않고, 세계 관광정책의 실험실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4·3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로 '유네스코 5관왕'을 달성한 제주도는 문화와 자연을 토대로 지역성과 세계성을 동시에 품은 글로컬 관광(Glocal Tourism)의 최적지로 부상하고 있다.
도와 제주관광공사는 향후에도 지역 기반 콘텐츠와 국제적 플랫폼을 결합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며 관광이 지역에 뿌리내리되, 세계로 뻗어나가는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제주다움을 지키는 것이 곧 세계와 연결되는 길. 제주 로컬관광은 지금 그 시작점을 세계 무대 위에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