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관영 물러가라" 아수라장 된 전북지사의 완주 방문

완주·전주 통합 반대 군민들, 도지사 앞길 막고 고성·욕설
경찰력 도움으로 겨우 군청 빠져나가…주민들 "일방적 추진 잘못"

생각에 잠긴 김관영 전북도지사 (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전북자치도 완주군청에서 '도민과의 대화'가 예정됐던 25일,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하는 군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2025.6.25 warm@yna.co.kr

(완주=연합뉴스) 임채두 나보배 기자 = "김관영은 물러가라!"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가 완주군청을 방문한 25일 완주·전주 통합에 반대하는 완주 군민들의 저항과 반감은 거셌다.

김 도지사가 군청에 들어서는 순간 청사는 고성과 육두문자로 가득 찼고 완주군민과 대화의 파행도 이때부터 예고됐다.

군민들의 분노는 김 도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의 기자간담회 직후 폭발했다.

두 사람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자 군청 1층 복도에 집결한 다수의 군민이 김 도지사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들은 "김관영은 물러가라", "완주는 우리가 지킨다", "(완주·전주 통합은) 재선 노림수 아니냐"는 등 갖가지 감성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몸싸움도 불사했다.

김 도지사의 앞길을 트려는 도청, 군청 직원들과 군민들이 한데 뒤섞여 서로를 밀어냈다.

누구는 힘에 밀려 바닥으로 내쳐졌고 누구는 안간힘을 쓰며 압력을 버텨냈다.

사방에서 두들기는 꽹과리 소리에 정신마저 혼미할 정도였다.

평소라면 기자실에서 나와 청사를 빠져나가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이날은 12분이 넘게 걸렸다.

청사를 빠져나와서도 김 도지사의 수난은 이어졌다.

그가 차에 올라탄 뒤에도 군민들이 차 앞을 가로막거나 드러누웠다.

고성과 거친 말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차에서 끌어 내려", "어딜 빠져나가" 등 격한 감정은 쉬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전북도지사 차 가로막는 완주군민들 (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가 완주군청을 방문한 25일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하는 완주군민들이 김 지사가 탄 차량을 가로막고 있다. 2025.6.25 doo@yna.co.kr

앞을 가로막힌 차량이 후진하자 성난 군민들도 곧장 따라갔다.

차량은 경찰력이 대거 동원된 후에야 겨우 청사를 벗어날 수 있었다.

당초 김 도지사는 기자간담회 이후 군청 옆 문화예술회관에서 '완주 군민과의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으나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내쫓기듯 빠져나가야 했다.

몸싸움을 감당하느라 헝클어진 옷차림의 유의식 완주군의장은 "(김 도지사는) 완주 군민 일부가 통합 찬성 건의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지금 완주·전주 통합을 하는 건데, 사실 김 도지사가 통합을 공약으로 내건 것 자체가 문제의 발단"이라며 "충분히 주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통합을 반대하는 군민 300여명은 오전 9시께부터 군청 앞에 무대를 설치한 뒤 줄을 갖춰 앉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완주를 지켜내자", "희망의 도시 완주를 지켜내자", "김관영은 물러가라"며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비폭력 평화운동을 하자"며 "옳은 일을 하는 데 책잡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선택이 이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기도 했지만, 일부 군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완주군의원 11명 중 10명도 청사 앞에 설치한 무대 위에 올라 '통합 반대'를 외치며 머리카락을 깎았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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