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납북어민 심세인씨, 56년만에 무죄 선고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 해역에서 조업 중 납북됐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등 유죄를 선고받았던 어민들에게 56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단독 이창경 판사는 국가보안법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심세인(85)씨 등 4명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심씨 등은 1967년 10월 12일 어선 무진호, KI3호 등에 승선해 옹진군 백령도 근해에서 조업을 하다가 납북됐으며, 2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에 돌아왔다.
국내에서 심씨 등은 서해안 어로한계선을 넘어가 북측 해역에서 조업했다는 이유로 1968년 9월 국가보안법,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법원은 심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사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돼 선고가 확정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는 2023년 심씨 등과 함께 납북됐던 무진호 어민들에 대해 “국가는 납북귀환어부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형사소송법이 정한 바에 따라 재심 등 화해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심씨는 진실화해위 결정문 등을 토대로 재심을 신청했다. 심씨와 유가족들은 재심심판절차에서 앞서 기소됐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검찰 측 신청 증거들에 대해 불법감금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 등을 위반해 수집한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재심개시절차에서 인용 의견을, 재심심판절차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이 판사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며 “거친 파도와 싸우다 불의의 피해를 입으신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지 56년이 지났다”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피고인과 유가족들에게 사법부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를 드린다. 이제라도 명예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재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4명 중 심씨를 제외한 3명은 사망했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선고는 최종 확정된다.
심세인씨는 재심 판결 이후 “아직까지도 잘 때 발작 증세가 나타나기도 하고, 고통스럽다”며 “재심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정운 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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