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코, '신의 직장'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윤수현, 금준경 기자 2025. 6.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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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하락에 10년째 영업손실, '973억' 연수원 매각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방송 정부광고 대행-크로스미디어렙법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가능성 미지수

[미디어오늘 윤수현, 금준경 기자]

▲생성형AI 챗GPT로 만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련 사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벼랑 끝'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방송 불황으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코바코가 경기도 양평에 있는 11만 평 규모의 연수원을 973억 원(감정가)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출 하락과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린 자구책이지만, 부동산 매각으로 코바코의 구조적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코바코가 방송 정부광고 대행, 크로스미디어렙법 등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에너지 수요 변화로 제 기능을 잃어 청산 절차를 논의 중인 석탄공사처럼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고조된다.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린 코바코가 연수원을 판매하는 배경에는 광고산업의 변화, 그리고 고질적인 경영악화가 있다. 지상파 매체 영향력이 살아있던 2006년 사무직 연평균 임금이 3726만 원인 반면 코바코 평균임금은 6900만 원으로 정부산하기관 중 가장 높았다. 현재도 코바코 임금은 높은 편이다. 지난해 직장인 평균임금은 4484만 원이지만 코바코 정규직 평균임금은 8765만 원에 달한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처우와 무관하게 코바코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매출 현황. 클릭 시 확대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윤수현 기자

코바코의 최근 10년 경영 실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코바코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이며 10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1921억 원, 누적 당기순손실은 745억 원에 달한다. 2015년 2079억 원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해 1157억 원으로 44.3%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216억 원, 당기순손실은 140억 원이다. 연수원이 1000억 원에 매각된다고 해도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을 충당하지 못한다. 남은 부동산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지분 50% 보유)·양천구 방송회관·송파구 광고문화회관 등으로 매년 임대 수입을 거두고 있는 만큼 매각이 쉽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코바코는 대한민국 유일의 공영 미디어렙이다. 코바코는 주요 매출 창구는 KBS·MBC 등 공영방송 광고 판매다. 광고 판매뿐 아니라 광고정책연구·공익광고 등 광고진흥 사업도 코바코가 맡고 있다.

지상파 광고가 획기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코바코 구성원들은 조직 축소, 나아가 조직 존폐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바코 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방송광고 시장이 축소되면서 공익적 역할을 하기 쉽지 않아졌고, 방송광고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인력이 줄어들진 않았다. 코바코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연수원을 매각한다고 하지만 감정가에 팔릴지도 의문이고, 대금을 온전히 가지고 있지도 못한다. 민간에 연수원을 내주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광고업계 관계자 B씨는 “지상파 광고는 점차 줄고 있는데, 이제는 코바코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코바코는 자산을 매각하면서 하루하루 근근이 버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영업이익 현황. 클릭 시 확대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윤수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2008년 코바코 지상파 방송광고 대행 독점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것도 코바코 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당초 코바코는 KBS·MBC 등 공영방송뿐 아니라 SBS 광고판매도 맡고 있었지만, 헌재 판결로 인해 지상파 광고 독점판매 체제가 무너진 것이다. 2012년 미디어렙법이 개정돼 SBS는 자체 미디어렙을 신설했고, 코바코는 소관 부처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로 변경했다. 이런 가운데 코바코 주요 고객사인 MBC는 코바코로부터 독립을 원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MBC가 공영방송의 성격이 있기에 코바코가 MBC 광고 판매 대행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MBC 내부에서 별도 광고판매대행사를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상균 당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광고 공사 시스템은 한 세대 지났고 환경 변화에 맞는 (새로운) 틀이 나와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바코는 △방송사 정부광고 분리 대행 제도 도입 △크로스미디어렙 도입 등을 탈출구로 삼고 있다. 정부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독점 대행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광고 독점 대행 제도 개선' '정부광고 수수료 수익 통한 지역·중소방송사 지원 확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9월 이 대통령 공약과 유사한 '지역방송지원 4법'을 발의했다. 양승광 전국언론노동조합 코바코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지상파 광고가 살아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면서 “결국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데, 방송 정부광고 대행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언론재단보다) 방송광고 전문성도 더 갖추고 있고, 단순히 코바코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방송을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문업계와 문체부 등 반대 속에 정부광고 분리 대행 현실화는 미지수다. 실제 코바코에 방송 정부광고 대행 업무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21대 국회에서도 나왔으나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신문협회는 정부광고 대행 업무 분리에 반대하고 있으며, 언론재단 소관 부처인 문체부뿐 아니라 기재부도 분리 대행에 부정적 입장이다. 문체부와 방통위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재원 안정성이 결여될 수 있으며, 광고수수료로 지역방송 지원 시 재원과 사업 사이 연계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해 12월 이훈기 의원 발의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단일기관이 정부 광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따르는 협상력, 업무 효율성은 일부 상실될 수 있다”고 했으며 “코바코가 광고판매 대행업을 수행하는데 광고대행업도 겸임할 경우 광고주와 매체사의 이익이 상충하게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광고뿐 아니라 온라인 광고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크로스미디어렙 도입도 활로가 될 수 있지만 현실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0년 양휘부 전 코바코 사장 때부터 꾸준히 논의가 나왔지만 필수 통과 법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으며, 지상파·종합편성채널·CJ 등 방송사가 네이버·유튜브 등 온라인에 송출하는 광고를 대행하는 SMR(스마트미디어렙)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상파 관계자 C씨는 “현재 상황은 방송광고 하락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코바코의 조직 혁신 실패 때문인데,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 같다”며 “온라인 광고는 SMR을 비롯해 다른 업체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인데 코바코가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건 적절하지 않다. 코바코보다 일반 대행사와 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2020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광고 결합 판매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도 관건이다. 결합 판매는 코바코가 지상파 광고 판매 시 지역·중소·종교방송사 광고를 묶어 판매해 수익을 나누는 제도로, 1981년 코바코 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마련되었다. 코바코의 지상파 광고 판매 독점의 주요 명분이 결합판매인만큼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코바코의 존립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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