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서 나만의 별 찾아요”… 꼬마 천문학자 ‘낭만수업’ 삼매경 [농촌愛올래]
1박 2일 ‘별 헤는 밤 가족캠프’
체험관 근처 개울가서 뛰어놀며
교과·생태·역사 융합교육 들어
6대 망원경으로 천체 관측 백미
가족과 계절별 별자리 직접 찾아
모닥불서 군고구마 굽기 체험도

남원 =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와 달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치즈 같아요!” “한 입 베어먹은 수박처럼 보여요!”
지난 5월 31일 전북 남원 산동면 상신마을(하늘별마을) 만행산천문체험관 앞마당. 뉘엿뉘엿 땅거미가 깔리더니 만행산 자락은 이내 어둠에 뒤덮이고 바로 옆 개울가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만 우렁찼다. 한동안 구름 속에 갇혀 있던 초승달이 스르륵 얼굴을 내민 건 오후 8시. 달 관측이 실패로 돌아갈까 시무룩하던 아이들과 가족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내 망원경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직 과학교사로 구성된 강사진의 설명에 따라 6대의 천체 망원경에서 1∼2가족씩 나눠 관측을 시작했다. 까불까불 장난치기에 여념 없던 아이들도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천문학자다. 추울까 봐 패딩까지 갖춰 입고 나온 진민서(10·남원 원천초 4학년) 군은 “달 분화구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체험관에 모인 가족들은 ‘별 헤는 밤 가족 캠프’에 참여한 이들이다. 캠프는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자원개발원이 손잡고 진행하는 ‘농촌애(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 사업’(농촌애올래)과 연계해 진행됐다. 달을 시작으로 별·화성까지 천체 관측이 이어졌다. 초승달이 한 입 베어 문 수박 같다는 정바론(7·세종 해밀초 1학년) 군은 할머니 최금란(여·60) 씨의 설명을 들으며 망원경에서 눈을 뗄 줄 몰랐다. 최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20여 년 전, 당시 지구과학 교사였던 장형근(61) 만행산천문체험관장 소개로 폐교에서 별자리 체험을 했었다”며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별자리 체험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세종에 사는 손자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별·숲·시와 함께하는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하는 이번 ‘별 헤는 밤 가족 캠프’는 장 관장이 기획한 작품이다. 수십 년간 살아 숨 쉬는 자기 주도 과학교육을 위해 힘써온 장 관장이 그간의 경험을 녹여 농촌애올래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재구성했다.
할머니와 손자, 엄마와 아들, 언니와 동생, 부부와 아이 등 가족 구성은 제각각이었지만 이들 10가족 27명은 여름 초입, 고즈넉한 시골 마을에서 별과 달을 볼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남원·전주·광주·세종 등지에서 이날 아침 일찍 만행산에 도착했다. 체험관 주변은 놀거리·볼거리 천지다. 아이들은 짐도 풀기 전에 개울가에서 잠자리 유충을 잡고 물고기와 놀았다. 우리 말로 ‘이몽룡 별’이라 불리는 ‘목동자리 아크투르스’, ‘춘향 별’로 불리는 ‘처녀자리 스피카’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체험관 뒤 마을 주민들이 가꾸는 텃밭에는 파·옥수수·가지·케일이 자라고, 대추나무·굴거리나무·등나무·자주달개비가 싱그러움을 더한다. 저 멀리에는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모내기를 앞둔 논 위로는 검은 잠자리가 날아다니고 빨갛게 익어가는 뱀딸기가 아이들의 시선을 빼앗는다.
장 관장을 비롯한 7명의 캠프 강사는 모두 베테랑 교사 출신이다. 단순히 농촌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생태·역사·천문을 아우르는 구성으로 생태에 대한 소양을 키우고 생명의 귀중함·공존의 필요성·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한편 인성을 함양하는 게 이번 캠프 목표다. 마을 주민들이 키운 뽕잎과 죽순으로 직접 무친 나물에 쑥국, 제육볶음으로 차려진 ‘생태밥상’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가족들은 함께 ‘반달’ 동요를 부르며 첫 번째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밤하늘 별과 생태주의’로 문을 연 강연에선 우리나라와 달리 몽골에서 별이 잘 보이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전등과 가로등 등 문명의 이기(利器)가 불러오는 장단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광주에서 체험관을 찾은 중학교 과학교사 김혜숙(여·52) 씨는 “별이 주제지만 지리·사회·문화·인물·철학까지 융합교육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라 참여하게 됐다”며 “교육 현장에 적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이어 천체망원경 실습에 나섰다. 은퇴한 과학교사인 최봉규(68) 강사의 진두지휘로 망원경을 직접 조작해 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각자의 눈에 맞도록 초점을 맞추는 겁니다.” 최 강사의 설명에 따라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들은 망원경을 직접 다뤄본다. 대물렌즈·접안렌즈·삼각대·파인더 등 교과서에서나 보던 망원경 구조를 직접 보며 하나하나 초점을 맞춰갔다. 정은후(10·남원 도통초 4학년) 군은 “예전에 망원경을 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만져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 군은 제자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싶었던 2학년 때 담임선생님과 함께 캠프를 찾았다.
가족들은 이어 봄철·여름철·가을철·겨울철 등 사계절 별자리와 북쪽 하늘 별자리 그리기 실습을 통해 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보냈다. 이어 저녁 식사 후에는 윤동주 시인의 생애에 대해 공부하고 시인이 쓴 ‘별 헤는 밤’과 ‘서시’를 읊어본 뒤 별을 주제로 시도 지어보았다. 망원경으로 별·달·행성 등을 관찰한 가족들은 모닥불에 구운 군고구마를 나눠 먹고 노래를 불렀다. 이어 모든 전등을 소등한 뒤 옥상으로 올라가 눈을 감고 바람 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듣고 느끼며 깊어가는 캠프의 밤을 즐겼다.
체험관 2층에 마련된 깔끔하고 아늑한 숙소에서 단잠을 잔 가족들은 ‘만행산 퉁정골 숲으로 가는 학교’에서 숲 생태계를 풀·모래·물 등 10가지 범주로 분류·탐구하는 시간을 보낸 뒤 캠프를 마무리했다.
조수영 남원시농촌종합지원센터 지역단위 농촌관광 코디네이터는 “이번 캠프 프로그램을 여행 상품처럼 만들어 판매하는 게 목표”라며 “합리적인 가격에 고객들이 찾는,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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