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축구할 줄 안다…남미 강호 40개 슈팅 막아낸 놀라운 무승무

김세훈 기자 2025. 6. 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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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선수들이 25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클럽월드컵 최종전에서 보카 주니어스와 비기며 첫 승점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다. AFP



아마추어 클럽 오클랜드 시티(뉴질랜드)가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이변을 연출했다.

오클랜드는 25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C조 최종전에서 전통 강호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다. 대회 최종전에서 따낸 첫 승점이다. 전 세계 프로팀들 속 유일한 아마추어 참가팀인 오클랜드는 앞선 두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0-10, 벤피카에 0-6으로 참패하며 조기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다. AP는 “마지막 경기에서 남미 거함을 상대로 자존심을 되살리며 역사적인 첫 승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보카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다. 전반 26분 보카 수비수 라우타로 디 롤로의 헤더가 골대를 맞고 나왔고, 오클랜드 골키퍼 네이선 개로의 팔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책골로 이어졌다. 보카는 이후에도 파상공세를 펼쳤다. 팔라시오스의 중거리슛이 크로스바를 강타했고, 메리엔텔의 헤더도 골대를 때렸다. 전반에만 총 22개 슈팅을 퍼부은 보카였지만 추가 득점엔 실패했다.

전반 내내 밀리던 오클랜드는 후반 7분 반전을 이뤄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제르손 라고스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수비수 크리스천 그레이가 과감한 다이빙 헤더로 꽂아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는 이번 대회 오클랜드의 유일한 득점이자, 이들의 유일한 유효슈팅이기도 했다. 그레이는 경기가 끝난 뒤 “우리 팀은 자원봉사자들로 운영되고, 대부분 본업이 있다. 난 교사인데, 밀린 과제들을 처리해야 한다”며 “힘든 일정이었지만 이 한 점으로 조금은 자존심을 되찾은 것 같다. 이 승점 하나가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동점골 이후 보카는 공세를 더욱 강화했지만, 오클랜드 수문장 네이선 개로는 연이은 선방으로 보카 슈팅 40개를 모두 막아냈다. 후반 막판 말콤 브라이다가 날린 위협적인 헤더를 다이빙 선방으로 쳐낸 장면은 이날 최고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개로는 경기 후 “전반엔 내 실수로 실점했지만 후반엔 팀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고 싶었다”며 “우리 팀은 프로는 아니지만, 오늘 만큼은 프로 이상의 정신력으로 싸웠다”고 밝혔다.

오클랜드 골키퍼 네이선 개로(오른쪽)가 경기 후 동료와 포옹하고 있다. 로이



보카는 이날 경기 전까지 1무1패(1득점 2실점)로 탈락 위기에 놓여 있었고, 승리가 절실했지만 오클랜드의 육탄 방어에 막혀 무승부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벤피카가 같은 시각 바이에른 뮌헨을 1-0으로 이기면서 보카는 조 3위로 탈락이 확정됐다. 보카 주니어스 사령탑 디에고 마르티네즈 감독은 “우리는 90분 내내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부족했다”며 “그들의 수비는 정말 훌륭했고, 골키퍼 개로는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이 결과는 우리에게 큰 반성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말했다.에딘손 카바니, 미겔 메리엔텔 등 주전 공격진은 대부분 침묵했고, 메리엔텔이 넣은 후반 초반 골도 VAR 판독 끝에 미드필더 케빈 세논의 핸드볼로 취소됐다.

오클랜드를 이끄는 앨버트 레데루아 감독은 “우리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팀의 가치를 보여줬다.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 모두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이 경기는 우리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숫자만 채우는 팀’이 아니다. 오늘 보여준 정신력은 뉴질랜드 축구 전체에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로 오클랜드 시티는 1무2패,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세계 축구무대에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축구는 돈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클랜드 시티는 몸소 증명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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