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할머니가 전하는 인생에 대한 통찰 [새로 나온 책]

나이 들수록 행복해지는 인생의 태도에 관하여
글래디스 맥게리 지음, 이주만 옮김, 부키 펴냄
“손을 얹고 가슴에 물어본다. 내가 사랑하는 일은 무엇일까?”
2024년 103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102세 때 펴낸 책이다. 그는 의사이자, 의료운동가였다. 오랜 의사 생활과 인생 경험에서 깨달은 통찰을 전하는 동시에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삶의 태도를 설명한다. 자신에게 생기를 주는 일을 찾는 법, 막히는 일 없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살아가는 법, 두려움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법 등 6가지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제시한다.
언뜻 보면 ‘지당하신 말씀’인 것처럼 들리지만, 쿵 하고 가슴을 울리는 성찰이 여럿 있다. 가령 유년시절의 가장 기뻤던 순간을 떠올리고, 최근에 그런 느낌을 받은 일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라는 조언이 그렇다. “내 기준으로 99세 이하면 모두 젊은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이 새삼 와닿는다.

레고 이야기
옌스 아네르센 지음, 서종민 옮김, 민음사 펴냄
“레고는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의 덴마크어 ‘leg godt’를 축약한 말이었다.”
장난감 회사 ‘레고 그룹’은 2000년대 초 심각한 매출 감소와 적자에 직면했다. 2004년 35세의 CEO 예르겐 비 크누스토르프가 임명됐다. 그가 등장하면서 3세대에 걸친 오너 경영이 끝났는데,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구호 아래 레고를 부활시켰다. 지난해 매출은 743억 크로네(약 15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87억 크로네(약 3조9000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덴마크의 유명 전기 작가인 저자가 제3대 오너 키엘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을 인터뷰하고, 레고의 공식 기록 보관소를 이용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를 발굴했다. 저자는 덴마크의 한 목공소에서 시작된 레고가 현대 놀이 문화를 혁신한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어느 아이 이야기
김안나 지음, 최윤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채플레인 양은 유감스럽게도 검둥이 아이는 소개할 수 없다고 썼다.”
삶이 할퀴고 지나간 내밀한 고통의 흔적을 오롯이 보여주는 방식으로 타인을 위로하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계 오스트리아 작가인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반영한 작품 속 인물을 통해 인종 문제와 소수자성에 대해 두루 질문한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느 소설과는 다른 결의 울림을 주는데, 이는 혼란을 극복하고 마침내 정체성의 뿌리를 발견하는 ‘디아스포라 소설’의 흔한 결말을 거부했기 때문일 터이다. ‘작가의 말’에 적은 문장이 이에 대한 설명을 대신한다. “나는 과거를 변형시키지도, 미화하지도 않고 묘사해서 이 선물에 합당한 대우를 하려고 했다. 이미 상처를 받고 혼란스러워했던 이들에게 자신들의 고통에 대한 결정권을 되돌려주기 위해서다.”

정의의 그늘 아래에서
카트리나 포레스터 지음, 공민우 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롤스의 이론은 유령처럼 살아남았다.”
제목의 ‘정의’는 20세기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기틀이 되었던 〈정의론〉과 그 저자인 존 롤스의 사상이다. 〈정의론〉은 1971년 출간과 동시에 정치철학의 강력한 틀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대에 뒤처진 책이기도 했다. 롤스는 성장과 번영의 낙관주의와 복지국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2차 세계대전 전후 시기에 자신의 기본 개념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정의론〉이 출간되어 영향력을 확장하던 1970년대 초엔 이미 이런 조건들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스태그플레이션, 복지국가 해체, 민영화, 세계화, 신우파의 부상 등으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현실적 가능성은 계속 좁아졌다. 저자는 책에 롤스의 영향(‘그늘’)을 받은 자유주의 정치철학자들이 세계의 변화에 맞서 분투한 역사와 함께 그 성취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담았다.

최선을 다해 멸망 중입니다
이동은 지음, 정이용 그림, 허블 펴냄
“우리에게 나중이 어딨어?”
P-17 프로젝트라는 게 있다. 나이와 성별이 다른 팀원 여섯 명이 사랑 노래를 지어 부르며 춤을 추면 인류가 멸망한다. 지구가 아니라 인류가. SF 그래픽노블 〈최선을 다해 멸망 중입니다〉의 주인공 아영과 서진은 그 프로젝트를 믿어보기로 한다. 이 책은 그 얼렁뚱땅 여정을 담은 ‘모험기’다.
멸망이나 멸종이 더는 낯선 단어가 아니게 됐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인간들의 태도란 ‘느린 자살’에 가깝다. 이동은과 정이용은 (이들이 써온 전작이 그러했듯) 정직한 절망 위에 다정하게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어리석지만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연민할 수밖에 없는 ‘사람됨’의 순간을 포착한 장면을 만날 때면 슬그머니 냉소를 거두게 된다. 일단 ‘오늘은’ 춤추며 살아 있어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창의성에 집착하는 시대
새뮤얼 W. 프랭클린 지음, 고현석 옮김, 해나무 펴냄
“창의성이 거의 모든 문제의 해답이라고 생각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다.”
개인의 일상이나 업무 수행을 개선할 뿐 아니라 인류와 전 지구를 살릴 길이 창의성 고양이라고 믿는 이가 많다. 문화사 연구자인 저자는 이런 주장을 한데 모아보면 “다소 과장되고 혼란스럽다”라고 적었다. 창의성은 모호한 개념이다. 어떤 이들은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지만 다른 이는 타고난 성격의 특성으로 여긴다. 서로 맞부딪히는 의미가 한 텍스트에서 융합되며 ‘창의성은 만병통치약’이라는 결론으로 치닫는다. 저자는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19세기에야 기록되었고, 20세기 중반 들어 비로소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했다. 대중과 노동자의 ‘평범함’이 ‘탁월함’에 대한 집착으로 나아갔다. 오래된 집착의 뿌리를 더듬으며 질문을 던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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