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완벽해서 수상했다"…피싱범 두 번 잡은 '은행원의 촉'

이병권 기자, 민수정 기자 2025. 6. 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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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상 매수인과 매도인 정보, 거래 금액, 직인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이대현 계장의 '매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이 계장은 즉시 수표가 발행된 지점에 연락해서 그 돈이 인테리어 공사 명목으로 발행된 수표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 계장은 유사한 수법이 단기간에 두 번이나 발생했다는 점을 특히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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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 보이스피싱 인출책 2번 잡은 은행원/그래픽=김지영


#한 '중개인'이 골프 회원권 양수도 계약서를 들이밀며 은행 창구에 수표 5000만원 계좌이체를 요청했다. 계약서상 매수인과 매도인 정보, 거래 금액, 직인까지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이대현 계장의 '매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중개인의 정체는 보이스피싱 '인출책'이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올해로 7년 차, NH농협은행 금융PLUS분당센터 이대현 계장은 이달 들어 보이스피싱 인출책을 두 차례나 잡아냈다. 이 과정에서 회수해낸 보이스피싱 자금만 1억2000만원이다. 경찰은 단기간에 2건의 인출책을 가려내며 이례적인 성과를 낸 이 계장에게 감사장 수여를 검토 중이다.

당시 상황을 묘사한 이 계장은 인출책이 마치 계약서가 만능열쇠인 것처럼 들이밀었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자신 있는 행동도 이상했고 계약서를 살펴보니 직인은 인주가 아닌 컬러 프린트인 듯 보였다. 매도인도 골프장 회원권 보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도착한 경찰이 곧바로 계약서상 매도인과 직접 통화했고 "골프 회원권을 가진 적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보다 일주일 전인 지난 5일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타지역에서 발행된 7000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온 제3자가 일부 금액은 현금, 나머지는 새로운 수표로 교환해달라고 요청했다. 너무 큰 돈이라서 자금 출처를 묻자 그는 "어머니 친구에게 빌린 돈"이라며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놨다.

이 계장은 즉시 수표가 발행된 지점에 연락해서 그 돈이 인테리어 공사 명목으로 발행된 수표라는 것을 파악했다. 불분명한 용처에 곧장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수표 감식기 점검과 결재 지연 등을 명분으로 시간을 벌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인출책을 체포했다.

이 계장은 반복되는 창구 업무 속에서도 이상 징후를 놓치지 않고 농협은행의 '112 자동 신고 시스템' 등 매뉴얼을 활용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그는 'NH Best Banker(베스트 뱅커)'와 'NH카드연도대상' 등을 3년 연속 수상했는데 이번을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사기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더 크게 느꼈다.

이 계장은 유사한 수법이 단기간에 두 번이나 발생했다는 점을 특히 경계했다. 그는 "고액 현금 출금이 어려워지자 수표를 제3자를 통해 인출하거나 계좌로 송금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며 "고액의 수표를 각기 다른 사람이 여러 번 나누어 발행하면 자금 흐름의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노린 수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차적인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았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인출책이 돈을 들고 왔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이미 피해를 봤다는 뜻이라서다. 이 계장이 검거한 인출책의 돈은 회수했으나 또다른 현금이나 수표가 어디론가 흘러 들어가 유통되면 회수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자든 인출책이든 결국 은행을 거친다"라며 "창구 직원이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님들께서도 고액 인출 시 사유를 물으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꼭 정확히 설명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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