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차원이 다른 유망주’ NBA가 주목하는 쿠퍼 플래그, 그는 누구인가?

[점프볼=정지욱 기자] 2024-2025 NBA 정규리그 중반 이후부터 하위권 팀 경기에서는 이상한 일이 자주 발생했다. 툭하면 연패에 빠지는 팀들이라면 1승이 소중할 텐데 이길 수 있는 흐름에서 감독이 주축 멤버를 빼는 일을 꽤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팬들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왜일까.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하위권 팀들이 서로 지지 못해 안달이 난 건 2025년 드래프트에서 높은 지명권을 획득하고 싶어서였다. 그 중에서도 바로 이 선수, NBA 데뷔하기 전부터 이미 스타덤에 올라서 있는 유망주 쿠퍼 플래그 때문이다. 대체 누구길래 이렇게 난리인 걸까?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쿠퍼 플래그는?
2006년 12월 21일 생. 농구선수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쌍둥이 형제인 에이스 플래그도 메인대학교에서 농구선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진작에 점프볼에서 인터뷰했을 농구인 가족이다. 몬트버드 아카데미 2학년 때부터 206cm의 신장에 빼어난 기량으로 유명세를 탔으며 듀크대로 진학, NCAA (전미대학스포츠협회)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치렀다. 2025 NBA 드래프트 1순위는 떼놓은 당상.
대학경기 제일 싼 티켓이 500달러?
지난 2월 KBL 경기본부와 뉴욕에 갔을 때의 일이다. KBL 경기본부가 NBA 심판들과의 오퍼레이션이 있던 주간 주말에 뉴욕 닉스가 원정 일정을 소화했다. 닉스가 비운 메디슨스퀘어가든(MSG)에서는 듀크와 일리노이의 경기가 펼쳐졌다. 플래그의 경기를 실제로 볼 수 있겠다 싶어 KBL 경기본부의 김상민 사원이 티케팅에 나섰다. 이게 웬걸. 가장 저렴한 3층 관중석 가격이 500달러(약 70만원)였다.
여기에 세금이 더해지면 거의 80만원을 내고 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구매가 어려웠다. 높은 가격에 망설이는 사이 티켓이 매진된 것이다. 맨해튼을 걸어다니다 아쉬운 마음에 MSG에 갔는데 펜실베니아스테이션(MSG가 있는 지하철역) 인근 카페와 펍에는 티켓을 사지 못한 듀크, 일리노이 팬들이 잔뜩 앉아 대형 TV를 통해 경기를 보고 있었다. 뉴욕에서 열리는 NCAA 경기 자체만으로 관심이 높기도 했지만 놀라운 티켓 가격 상승은 플래그가 불러온 효과다.
농구는 스타플레이어의 종목이다. 코트 위에선 5명 중 팀의 핵심인 스코어러의 존재는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야구에서 선발투수, 아메리칸풋볼의 쿼터백만큼이나 농구에서 환상적인 스코어러는 팀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빼어난 실력에 스타성까지 겸비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스테픈 커리 등은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해 전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다.
그런 의미에서 쿠퍼 플래그는 프로 데뷔 이전부터 남다른 스타성을 갖췄다. 206cm 102kg의 다부진 체격, 216cm의 윙스팬. 여기에 백인 임에도 40인치(약 102cm)의 버티컬 점프까지 겸비했다. 고교 시절부터 ‘백인 케빈 듀란트’라고 불리며 ‘당장 NBA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교 졸업 후 플래그는 듀크대학교로 진학했다. 이미 NBA 레벨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가 최고의 대학교에 진학했으니 관심은 더 커졌다. 가뜩이나 인기가 많은 듀크는 플래그의 합류로 더 주목을 받았다. 플래그는 NCAA 2024-2025시즌 37경기에서 평균 19.2점 7.5리바운드 4.2어시스트 1.4스틸 1.4블록슛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비록 4강에서 듀크는 휴스턴대에 67-70으로 덜미를 잡히면서 탈락했지만 많은 부담, 상대의 집중 견제가 쏟아지는 토너먼트 5경기에서 평균 21.0점 7.6리바운드 5.0어시스트 2.0블록슛으로 이름값을 했다.

플래그는 어떤 유형의 선수인가?
영상의 시대니까 일단 유튜브 시청을 권한다. ‘Cooper Flagg’를 검색하면 하이라이트 영상이 수두룩하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것도 유튜브 덕분이다. 고교시절 스테픈 커리가 주최한 농구 캠프에서 동년배 선수들을 가지고 놀 듯이 플레이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당시 이 영상은 조회수가 400만을 넘었다. 올드팬들에게는 ‘운동능력 좋은 래리 버드’, 2000년대부터 NBA 본 팬들이라면 ‘백인 케빈 듀란트’ 정도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교 시절에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운동능력만으로도 엄청난 지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서는 외곽 플레이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기도 했다. 실제로 듀크대에서 시즌 초반 외곽슛이 엉망이어서 거품이 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점차 이를 개선했고 38.5%라는 준수한 3점슛 성공률로 시즌을 마쳤다. 2025년 1월 12일 노틀담대와의 경기에서 그는 42점을 쏟아부었는데 6개의 3점슛 중 4개를 성공시키며 외곽슛에 대한 우려도 잠재웠고 가치는 더 높아졌다. 토너먼트 5경기에서는 3점슛 성공률이 무려 50%에 달했다.
플래그가 높은 평가를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비에 있다. 수비는 이미 NBA 최상위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도 있을 정도다.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를 소화하지만 블록슛 능력은 어지간한 림프로텍팅 센터에 버금간다. 2024-2025시즌 그는 DBPR(수비 득실마진)이 무려 5.0이었다. NCAA 1위 기록이다. 대학교 1학년 선수가 상급자들을 수비에서 다 제압하고있는 것이다.
플래그는 듀크 입학 이전에는 2024 USA 셀렉트 팀에 선발되어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 역할도 했다. 리그 최고 수비수 중 하나인 즈루 할러데이를 상대로 스텝백 점퍼를 성공시켰으며 앤서니 데이비스와의 매치에서는 3점슛을 꽂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셀렉트 팀에서 유일하게 NBA 선수가 아니었지만 이질감은 전혀 없었다. 3월 14일 조지아공대와의 경기에서 리바운드 후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심하게 꺾이는 부상을 당했지만 1경기 결장 후 다시 출장을 이어갔다.
좋은 신체조건, 운동능력, 스타성, 듀크 출신 이라는 점에서 자이언 윌리엄슨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미국 언론 ‘크로니클스’는 컬럼을 통해 플래그와 자이언은 플레이 스타일, 팀 내 역할도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컬럼은 “플래그는 자이언보다 다재다능하다. 자이언이 폭발적인 운동능력과 개인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면 플래그는 수비와 팀워크를 중심으로 한다.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또한 워싱턴 포스트의 제리 브루워 기자는 “플래그는 단순한 유망주가 아니다. 경기력 자체도 뛰어나지만 농구 역사상 가장 헌신적인 선수이며 겸손하다”며 운동에 대한 태도까지 높게 평가했다.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서는 NCAA 토너먼트 직전 NBA 단장, 스카우트를 대상(익명)으로 플래그에 대한 평가를 보도한 바 있는데, 동부 컨퍼런스 한 구단 스카우트는 “대학 무대에서는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NBA 스카우트들은 플래그의 비교 대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전성기의 카와이 레너드’
한편 듀크대 선배이자 올림픽팀에서 플래그와 함께 훈련을 했던 제이슨 테이텀(보스턴 셀틱스)은 “쿠퍼(플래그)는 정말 잘하는 선수다. 하지만 현재를 그저 즐겼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 그가 뭔가를 이룬 선수처럼 너무 과도한 기대와 부담을 주는 것 같다. 누군가는 과대평가라고도 한다.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의 재능은 ‘찐’이지만 주변 평가에 휩쓸리지 말고 현재의 여정을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NBA 하위 팀, 왜 지지 못해 안달이었나?
듀크에서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많은 언론사의 NBA 예상 드래프트에서 플래그는 단 한 번도 1순위 예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NCAA에서 플래그의 활약이 연일 보도되는 사이 NBA에서는 하위 팀들의 경쟁도 장난이 아니었다. 바로 ‘탱킹 경쟁’이다. 로터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서로 지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다. 필라델피아는 하위 6순위 안에 들어야 지명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픽이 오클라호마시티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일찌감치 조엘 엠비드-폴 조지가 부상 이탈한 필라델피아는 재빨리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 없이 졌고 24승 58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하위 6위 안에 들고야 말았다. 하위 3위 팀에게만 주어지는 14%를 얻지는 못했지만 일단 로터리픽을 지켰다.
이 상황은 비극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펼쳐졌다. 리그 팀 중 거의 4분의 1이 패배를 통해 드래프트에서의 이익을 얻고자 했다. NBA 사무국에서 탱킹을 방지하기 위해 또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에 대해 아담 실버 NBA 커미셔너는 4월 있었던 구단주 회의에서 “1순위뿐만 아니라 몇몇 상위 지명권이 매우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드래프트일 때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것은 리그에서 합법적인 재건 방법이다. 당장 드래프트 로터리의 새로운 조정을 발표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계획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결국 이 리그에서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경쟁’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탱킹 팀이 쏟아지는 상황을 마냥 반기지는 않았다.

1.8%의 확률 건진 댈러스, 플래그와 새 시대 연다.
5월 13일(한국시간) NBA 관련 소셜미디어는 난리가 났다. 특히 댈러스 매버릭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순위 추첨식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것이다. 댈러스 매버릭스는 구단 소셜미디어에 1순위 픽이 확정되는 순간 구단 사무실 영상을 담아 업로드 했다. 1순위 지명권 팀에 댈러스 매버릭스가 호명되자 니코 해리슨 단장을 비롯한 구단 직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1순위 지명권이 가장 반가운 사람은 단연 해리슨 단장이었다. 그는 지난 1월 ‘우승을 하겠다’며 슈퍼스타 루카 돈치치를 LA 레이커스에 트레이드 시키면서 온갖 비난을 다 뒤집어 쓰고 있었다. 심지어 팀은 주축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당하면서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탈락해버렸다. 댈러스 팬들은 분노했다. 경기가 열릴 때마다 ‘해리슨을 해고하라’는 팻말이 가득했으며 전광판에 잠시라도 그의 모습이 잡히면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면서 모두가 행복해졌다. 해리슨 단장도, 돈치치를 대신할 새로운 스타를 받아들일 댈러스 팬들도 이미 돈치치를 잊은 듯하다. 드래프트는 6월 27일에 열리지만 댈러스의 선택은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다. 쿠퍼 플래그다. 순위 추첨이 끝난 직후 플래그가 댈러스 유니폼을 입은 합성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도배하고 있다. 플래그와 앤서니 데이비스의 만남에 댈러스 팬들은 벌써부터 다음시즌을 기대하고 있다. 돈치치를 보낸 댈러스는 플래그와 함께 새 시대를 맞을 준비가 됐다.

플래그에 대한 NBA스타, 농구전문가들의 코멘트
케빈 듀란트(피닉스 선즈 포워드)
“올림픽 팀 훈련 때 매치업 해보고 싶었는데 내가 부상으로 그러지 못해 아쉽다. 나는 그를 벤치에서 바라봤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고 경험이 쌓일수록 계속 발전할 것이다. 17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올림픽 멤버들을 상대로 마치 베테랑처럼 플레이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본인의 역할을 잘 해냈다. 기대된다.”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가드)
“본인만의 자신감, 높은 농구 지능을 보여줬다. 항상 옳은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훌륭한 운동능력과 기술력을 가졌으며 성급하지 않고 침착하다. 고교 선수들은 대개 본인의 운동능력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NBA 레벨의 농구를 한다.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동년배 선수들과 다른 차원의 경기를 한다.”
폴 조지(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포워드)
“엄청난 선수다. 몇 년 뒤면 우리(슈퍼스타 레벨)와 경쟁 할 것이다. 슈퍼스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엄청난 선수다.”
하이메 하케스 주니어(마이애미 히트 포워드)
“그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제일런 듀렌(디드로이트 피스톤즈 센터)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다.”
스티브 포브스(웨이크 포레스트 감독)
“그는 NBA에서 오랫동안 플레이 할 것이다. 케빈 듀란트, 카와이 레너드 같은 선수들과 비교할 수 있다.”
세스 그린버그(ESPN 해설자)
“플래그는 제이슨 테이텀과 비슷한 면이 있다. 단순한 득점 이상의 영향력을 경기에서 보여준다.”

NBA 드래프트 순위는 어떻게 정해지나?
NBA 드래프트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14개 팀이 로터리 추첨(1~14순위) 자격을 얻는다. 14개 팀은 로터리 추첨을 통해 상위 1~4순위를 결정하는데 전년도 정규시즌 성적이 나쁠수록 높은 확률(최하위 3개 팀이 각각 14%의 확률)을 갖는다. 플래그가 참가하는 2025 드래프트에는 2024-2025 정규리그 최하위 3팀인 유타 재즈(17승 65패), 워싱턴 위저즈(18승 64패), 샬럿 호네츠(19승 63패)가 14%의 확률을 가져갔다. 성적을 보면 알겠지만 꼴찌 싸움이 꽤 치열했다. 최하위 1~3순위가 다 1승 차이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21승 61패), 필라델피아(24승 58패), 브루클린(26승 56패) 등도 열심히(?) 졌지만 82경기에서 20승을 넘기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조건 1순위가 나온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14%의 확률을 가져갈 뿐인데 한 시즌을 통채로 버린다? 우리나라였다면 트럭 시위 몇 차례 일어났을 법하지만 NBA에서 스타의 영입은 그만큼 효과가 크다. 단순히 경기력 향상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전국방송을 타는 횟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중계권료를 더 챙길 수 있으며 선수 관련 상품으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스몰마켓 팀일수록 드래프트에서 대형 스타를 영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FA로는 슈퍼스타 영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만 봐도 답이 나온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시카고 불스는 1984년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마이클 조던을 통해 명문 구단으로 올라섰으며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각각 르브론 제임스와 스테픈 커리로 인해 변방 팀에서 인기 팀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82경기에서 20승도 하지 못한 유타, 워싱턴, 샬럿 등은 1순위 지명권으로 플래그를 얻길 원했지만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로터리 추첨자격이 없이 단 1.8%의 확률만 있었던 댈러스가 행운을 가져갔다.
#사진_AP/연합뉴스, 점프볼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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