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의 구조…누군가는 웃었고, 피해자는 죽었다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 수백 채의 다가구 주택 등을 보유한 전세사기범 A씨. 그는 자신의 자본 없이 수백 채의 주택을 소유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는 남의 돈으로 땅을 사고, 남의 돈으로 건물을 짓고, 다시 남의 돈으로 빚을 갚았다. 그가 쓴 '돈'은 모두 대출금과 임차인의 보증금이었다.
그 구조 안에서 건물이 올라갔고, 금융기관은 대출이자로 배를 불리고, 공사비는 지급됐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피해자는 전 재산을 잃고, 일부는 극단적 선택까지 내몰렸다. 이 기형적 구조의 끝에 피해자의 '목숨값'이 있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5. 6. 23 [단독]새마을금고+브로커, 전세사기 불법 대출?…검찰 수사 착수 등)
'무자본 건물주'의 확장 방식
피해자 보증금은 흘러갔고, 누군가는 이득을 봤다
A씨가 보증금을 통해 이자를 납부하던 금융기관은 새마을금고 등 대부분 제2금융권으로, 담보를 통해 대출을 집행했다. 금융권 입장에서도 대출 하나하나가 실적이 되는데다,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원금 회수가 가능해 손해 보는 부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동일인 한도초과 대출은 그 금액에 따라 담당직원은 물론 책임자까지 해직사유가 될 정도로 징계수위가 높은 상황에서도 막대한 대출금을 제공한 이유는 뒷거래가 있지 않고선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다.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는 "동일인 대출금 한도초과는 담당직원에게는 자신의 직을 걸어야 할만큼 징계수위가 높은 사안"이라며 "이런 위험을 감안하면서까지 대출금 한도를 넘었던 이유는 브로커 등과 직원, 임대사업자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찰 역시 이 사건과 관련해 새마을금고 직원과 부동산 브로커 등이 전세사기 불법 대출을 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대전전세사기 피해자들은 2023년 이 사건이 불거진 당시 "새마을금고는 다가구 업자들이 엄청난 수의 다가구를 매입해 전세사기를 벌일 수 있는 돈줄을 마련해준 꼴"이라며 "해당 금고는 다가구 임대업자들에 대한 대출내역과 실행 경위를 밝혀야 하며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와 경찰 역시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대전의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온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재섭 사무처장은 "이미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에서 (새마을금고 관련) 의심이 가는 정황을 충분히 제기했고, 피해자들도 수차례 조사를 받으면서 문제를 제기했었는데 지금까지 침묵하다 정권이 바뀌고 면피용으로 수사를 급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조사가 시작된 만큼 철저하게 수사돼야하고, 새마을금고뿐만 아니라 전세 사기와의 연계성이 의심되는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조적 허점 그대로…또다른 '무자본 건물주' 막을 수 있나

A씨는 LH가 운영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 LH에 제출하는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에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축소·허위 기재한 뒤 제출하는 수법으로 공사를 속여 모두 159억 원에 달하는 전세 임대차보증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1심 법원은 "A씨가 전세기간 종료 후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판결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가 활용한 구조 자체는 지금도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외상으로 짓고, 전세를 주고, 돌려막는 구조는 현재도 일부 중·소형 다가구 매입 임대 시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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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CBS 김미성 기자 msg@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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