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하늘을 날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관리자 2025. 6. 2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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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일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나는 방식은 상상이라기보다 소유에 가깝다.

빠를수록 좋다는 믿음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왔는가.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둥실, 떠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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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사라세노, ‘에어로센(Aerocene)’ 프로젝트, 2007-, Photography by Janis Elko.

하늘을 나는 일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나는 방식은 상상이라기보다 소유에 가깝다.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연료를 태우고, 엔진을 만들고, 탄소를 뿜는다. 우리는 과연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 걸까.

토마스 사라세노의 ‘에어로센(Aerocene)’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답한다. 연료도, 배터리도, 추진 장치도 없이 오직 뜨거운 공기와 햇빛, 바람만으로 하늘에 오르는 이 비행체는 더 빠르게나 더 멀리가 아니라 더 가볍게, 더 여럿이 함께 나는 기술은 가능하지 않을까 되묻는다. ‘에어로센’은 개인의 실험이 아니다. 예술 프로젝트이자 공동체 기반의 운동이며, 전세계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생태계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비행체 설계도는 오픈소스로 공유되고, 참가자들은 재료를 모으고 바람을 읽으며, 태양 아래의 비행을 함께 실현한다.

2020년 아르헨티나 소금사막에서는 여성 조종사가 탄 비행체가 화석연료 없이 약 668m를 비행하며 세계 최초 무탄소 비행 기록을 세웠다. 값비싼 장비가 아닌 상상력과 협력으로 완성된 이 기술은, 독점이 아닌 공유와 연대를 지향한다. 제어가 아닌 감응, 속도가 아닌 기다림, 소유가 아닌 공유의 원리를 따르는 이 비행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기술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빠를수록 좋다는 믿음 아래,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왔는가. 무엇보다 이 비행은 무언가를 ‘정복’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비닐로 만든 이 비행체는 천천히 공중을 맴돌며, 기술은 꼭 위대한 해답이 아니라, 함께 건네는 물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시대. 인간의 판단은 기계의 선택에 위탁되고, 기술은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통제의 도구가 됐다. 우리는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었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생각하고 있는지를 빠르게 잊어간다. 하늘을 나는 일은 이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의 방식이고, 존재의 감각이다. 기계 없이 하늘을 나는 ‘에어로센’ 프로젝트는 가장 윤리적인 기술의 얼굴을 하고 있다. 바람과 햇빛에 몸을 싣고 부유하는 이 특이한 비행체는 말한다. 기술은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계가 아니라 기술을 다시 묻는 태도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함께 둥실, 떠오를 수 있을까.

박재연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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