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일 칼럼] ‘레이와 쌀소동’과 쌀 정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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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 7월 이래 지속되고 있는 쌀 파동으로 엄청난 국가적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른 데 비해 쌀값은 98.4% 상승했다.
이번 쌀파동을 겪으면서 일본 정부가 쌀 생산을 억제해온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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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해 7월 이래 지속되고 있는 쌀 파동으로 엄청난 국가적 홍역을 치르고 있으며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져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른 데 비해 쌀값은 98.4% 상승했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자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국면 전환을 위해 5월21일 농림수산상에 개혁파 고이즈미 신지로를 기용하고 정부 비축미 방출방식을 종래의 일반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했다. 또 쌀 수입을 서둘러 시장 공급을 확대하는 등 획기적인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인 민중봉기를 유발했던 1918년의 ‘쌀소동’에 비유해 ‘레이와(현 일본의 연호) 쌀소동’으로 불리는 지금의 쌀 파동은 처음에는 통계와 현실 간의 괴리, 수급 예측의 실패, 유통단계의 왜곡 등 행정 실무 차원의 문제에 논란이 집중됐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쌀 생산조정제를 포함한 쌀정책 전반의 구조적 이슈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쌀 담당 장관’을 자처하는 고이즈미 농상의 과감한 정책 행보로 6월 첫주 전국 평균 쌀값은 3주 연속 내림세로 돌아서고 매점물량으로 추정되는 쌀이 시장에 출하되기 시작하는 등 긍정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시바 총리에 대한 지지도 또한 30% 후반대로 반등하고 있으며 고이즈미 농상의 비축미 방출 등 정책에 대한 긍정평가가 70%를 웃도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쌀 파동 이후 줄곧 일본 농림수산성은 이상고온, 외국인 관광객의 쌀소비 증가, 투기세력의 매점 등이 주된 요인이라는 주장을 반복해왔지만 비판적 입장의 공통된 주장은 쌀 생산조정제를 폐지하고 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산 쌀 공급을 늘려 쌀값을 내리려면 생산 제한을 폐지해 생산량을 늘리면 된다. 생산이 늘어 쌀값 하락으로 영향을 받는 농가는 유럽연합(EU)이 시행하는 직접지불을 통해 정부가 경영안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하면 된다.
농가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생산을 제한함으로써 가격을 높여 납세자와 소비자에게 커다란 부담을 끼치는 왜곡된 농업보호정책은 식량자급률을 낮춰 식량안보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반면 생산제한정책을 철폐해 증산된 쌀을 평상시에 수출한다면 비상시 식량 수입이 중단되더라도 수출분을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어 평상시의 수출량은 일종의 비축 역할을 하는 셈이 된다.
이번 쌀파동을 겪으면서 일본 정부가 쌀 생산을 억제해온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소득보전제도를 도입하는 방식을 띤 쌀 생산 억제정책의 재검토는 이시바 총리의 오랜 숙원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농정개혁론자 고이즈미 농상의 향후 정치적 입지에 따라서 정책 변화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근 일본 농정의 정치지형은 자민당 농촌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농림족’ 등 기득권 세력의 입지가 좁아지는 반면 다수 소비자 및 국민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고이즈미 등 농정개혁파의 지지기반이 확대되는 변화의 기류가 폭넓게 감지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의 입지가 강화되고 고이즈미 농정개혁에 탄력이 붙는 결과가 나온다면 일본 농정에서 강고한 기득권 세력의 장벽이 붕괴되는 역사적 전환의 계기가 마련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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