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송미령인가…” 李대통령 농림장관 유임에 與도 野도 부글

주희연 기자 2025. 6. 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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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농민 기만한 비상식적 인사”
野 “양곡법 변심, 李정부 부역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결정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선 윤석열 정부 때 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을 반대했던 송 장관을 재기용하는 것은 농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송 장관이 양곡관리법에 대한 입장을 바꾸자 “비겁한 태도” “이재명 정부 부역자”라며 비판했다.

정치권은 물론 농민 단체에서도 송 장관 임명 철회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능력과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며 유임 결정을 유지할 뜻을 내비쳤다.

송 장관 유임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었다고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4일 “전 정부 장관 출신이지만, 따지지 않고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적임자를 쓰겠다는 판단”이라며 “이 대통령의 탕평과 통합, 실용주의 면모를 보여주는 인선”이라고 했다.

하지만 송 장관이 과거 양곡관리법 등을 ‘농망(農亡) 4법’이라 비판하며 민주당과 농민 단체와 대립했다는 점에서 반발은 심해지고 있다. 여권에선 송 장관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고 있다.

당장 농민 단체는 송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트랙터 상경 시위를 예고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 유임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남태령 정신’ 계승을 뒤집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트랙터를 몰아 투쟁의 광장을 열겠다”고 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도 이날 대통령실 앞에서 송 장관 유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농가가 많은 전남이 지역구인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장관직을 고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상식적이지 않은 인사”라며 “농민에 대한 배신이라는 반발이 심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농해수위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관련 우상호 정무수석과 면담 전 모여 대화하고 있다./뉴시스

◇李, ‘탕평’이라 했지만… 與 “농민 기만” 野 “비겁하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4일 국회를 방문해 설득에 나섰다. 우 수석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농해수위 의원들은 대통령이 공약했던 농업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를 전달했다”며 “송미령 장관에게 (잘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밝혔다.

정치권에선 송미령 장관 유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농림부 장관 후보자로 거론되던 여권 인사가 여럿인 데다, 농어업이 발달한 호남 지역 배려 차원에서 광주·전남 출신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임 결정은 이 대통령의 뜻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내각 인선에서 한 자리 정도는 윤 정부 출신 장관 유임을 검토했다고 한다. 일각에선 송 장관이 계엄 이후 국회에 나와 여러 번 “계엄은 잘못된 것” “장관이 된 것을 후회한다”는 등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발탁 배경이 됐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합이라는 의미도 있고, 민주 정부에서 30% 정도 여성 국무위원을 선임하고 있는데 송 장관이 눈에 띈 것 같다”고 했다.

송 장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농림부 현안을 적극 전달하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송 장관을 일할 준비가 된 현직 국무위원으로 판단한 것으로 짐작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송 장관이 평가절하된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는 26년 농정 전문가로 일했고 현장에 많이 나가서 현장 상황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특히 송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벼 재배 면적의 사전 감축을 강화하는 조건 아래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법 개정안 대안을 보고했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양곡관리법은 사전 감축 노력은 하되, 쌀이 남아 쌀값이 하락하면 정부에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송 장관은 의무 매입 조항은 그대로 두면서 대신 정부가 사전에 벼 재배 면적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대로 벼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하는 ‘사전 감축’ 조건을 두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런 절충안을 전농 등 농업계 눈치를 봐야 하는 여당 인사로는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송 장관을 유임시킨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송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유임 소감을 묻자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방향에서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양곡법에 대해 새 정부의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는데 국민들 시각에서는 매우 비겁한 태도로 보인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성과와 실력으로 판단하겠다는 건 말장난”이라며 “송 장관은 일국의 장관으로서 그리고 공직자의 기본 자세조차 의심받는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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