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연꽃 닮은 향기로운 골프를 꿈꾸며

[골프한국] '처염상정(處染常淨)'
'더러운 곳에 있어도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항상 깨끗하다'는 뜻으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에 나온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은 붓다가 중생들이 쉽게 불법(佛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한 초기 대승경전이다. 줄여서 '법화경'이라고도 한다. 어떻게 하면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다양한 비유법과 현실 속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한 경전이다. 이름이 암시하듯 물속에 피지만 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 모티브다.
화엄경(華嚴經)에도 '如蓮花不着水 心淸淨超於彼'에 연꽃이 등장한다.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처럼, 마음을 깨끗이 닦아 번뇌에서 벗어나 피안으로 가자'고 강조한다.
연꽃은 늪이나 연못 진흙 등 지저분한 곳에서 자란다. 그러나 그 꽃은 깨끗하고 아름답고 향기롭다. 연꽃은 비록 탁한 곳에서 피지만 물이나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수면에 비친 하늘의 구름은 산산이 부서진다. 둥근 달도 일그러진다. 그러나 하늘의 구름은 그대로 평화롭게 떠 있다. 눈부신 보름달도 자신의 궤도를 따라 흐트러짐 없이 운행하고 있다. 돌 때문에 흐트러진 수면에 그렇게 비칠 뿐이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장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 없는 적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을 적으로 만들어 학대하기도 한다. 자연이나 코스의 조건은 예전과 다름없는데 스스로 코스를 진흙밭으로 만들어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린다. 진흙탕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상황을 더욱 악화할 뿐이다.
항상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동반자 역시 모두 내 맘에 들 수만은 없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리듬을 잃어 난조에 빠진다. 동반자도 깔끔한 신사가 있는가 하면 매너와는 담을 쌓은 사람도 있다.
주말 골퍼들은 동반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날 골프의 스코어나 골프의 즐거움 정도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골프 매너도 좋고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매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라운드할 때 골프의 즐거움이 배가되고 스코어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다음에도 이 사람과 골프 칠 기회를 만들고 그날을 기다린다. 이런 파트너가 몇 사람 있다면 행운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은 늘 찾아오지 않는다. 실력 차도 심하고 매너도 엉망인 사람과 함께 라운드할 기회가 의외로 자주 찾아온다. 이런 부정적인 요인들로 인해 상대방의 인간성마저 저평가되기도 한다.
이런 동반자와 라운드하면 샷이 난조에 빠지고 정성도 덜 쏟게 된다. 샷이 나쁜 것도 이 동반자 때문이고 그린이 잘 읽혀 지지 않는 것도 동반자 탓으로 돌린다. 심한 경우 이 동반자와 함께 라운드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 되어 빨리 골프가 끝나기를 바라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처염상정(處染常淨)' '여연화불착수(如蓮花不着水)'다.
세상 살다 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게 되듯, 골프를 치다 보면 온갖 사람과 조우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상대가 아무리 골프 매너가 엉망이고 수준 차이가 나더라도 그 상황에서 골프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현명한 자세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결국 자신 탓이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많은 시간을 쓰면서 즐거움이 아닌 괴로움을 맛본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이럴 때 진흙 속의 연꽃이 될 필요가 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지만 꽃은 흙탕물에 물들지 않는다. 진흙 속에 핀 연꽃이 향기롭듯 진흙탕 속에서도 향기로운 골프를 잃지 않는다면 그대가 바로 연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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