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위에 쌓는 도시, 인천내항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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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906억 원, 42만9천㎡. 해양수산부와 인천시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은 숫자만 봐도 그 파급력이 짐작된다.
그러나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단순한 건물의 배열이나 용도의 변화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여러 재개발 사례를 통해 배웠다.
항만 기능은 대부분 인천신항 등으로 이전됐지만 그 흔적이 품고 있는 도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인천내항의 재개발이 바로 그러한 가능성의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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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906억 원, 42만9천㎡. 해양수산부와 인천시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은 숫자만 봐도 그 파급력이 짐작된다. '해양문화 도심공간 조성'이라는 계획 아래 원도심 중구 북성동과 항동 일대에 수변광장, 상업시설,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6월 12일 열린 공청회에서 그 내용이 제시됐지만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과 전문가의 시선은 동의보다는 많은 의문과 우려가 교차했다.
도시는 언제나 재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단순한 건물의 배열이나 용도의 변화만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여러 재개발 사례를 통해 배웠다. 서울 마포의 경의선숲길은 한때 폐철도 주변의 낙후 공간이었지만 리모델링 이후 인기 있는 관광지로 변모했다. 문제는 그 직후 발생한 급격한 임대료 상승과 소상공인의 퇴출이었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성공한 도시재생'이지만 내부에선 삶터의 붕괴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전라남도 순천시는 이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오래된 철길과 빈집, 낡은 공터를 주민과 지역공동체가 함께 가꿨다. 낡은 창고는 협동조합 카페가 됐고 빈집은 마을 도서관으로 다시 쓰였다. 관광객도 찾아왔지만 무엇보다 마을 주민이 그 자리에 남았다는 점이 이 도시재생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이제 인천내항을 바라보자. 이곳은 단지 유휴 부지가 아니다. 조계지 시절의 일본 적산가옥과 해운창고가 혼재하고, 100년 넘은 부두 구조물과 염전 노동의 기억이 켜켜이 남아 있는 '살아 있는 항구의 역사'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개발계획에서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서술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보존은 단지 외관을 남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건물과 장소의 맥락을 함께 기억하고 서사의 일부로 이어 갈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한다.
재개발이 이뤄지면 인근 도로망과 교통체계, 생활기반시설도 급변할 것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인근 도로 확장과 수변 접근성 확보가 병행된다지만 이에 대한 주민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항동 일대 주민들은 개발 이후 생활환경이 좋아질지, 오히려 대형 상업지구에 밀려 일상이 더 힘들어질지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은 시민 참여의 방식이다. 이번 공청회는 평일 오전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단 하루 열렸다. 발표 자료 중심의 행사에 일부 질의응답이 곁들여졌지만 행사 형식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도시개발은 행정의 설계가 아니라 거주자의 동의와 참여 속에서 지속성이 담보된다. 하지만 여전히 공공의 모습은 일관된 행동을 한다. 일방적인 정보 제공! 공급자 중심의 행동들이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닐까?
인천은 항구도시다. 내항은 그 중심에 있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항만 기능은 대부분 인천신항 등으로 이전됐지만 그 흔적이 품고 있는 도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축물'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억' 위에 어떻게 새로운 시대를 쌓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어쩌면 도시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없애고 세우는 일'이 아니라 '기억을 품은 채 이어 가는 일'이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인천내항의 재개발이 바로 그러한 가능성의 사례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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