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넘어 사회로, 함께 만드는 돌봄의 공공성과 존엄

기호일보 2025. 6.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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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돌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맞벌이가정 확대 등으로 돌봄은 이제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사회 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 예전에는 돌봄이 주로 가족, 특히 여성에게 집중됐으나 사회구조 변화로 인해 이제는 돌봄을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돌봄의 사회화'는 중요한 화두로 부상했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기관들은 어린이집, 요양시설, 방문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제도와 서비스를 확대하며 돌봄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예산과 인력, 정책지원이 늘고 있음에도 돌봄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한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용자들 또한 획일화된 서비스에 맞춰야 하거나 꼭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특히 민간 위탁 확대와 경쟁 중심의 운영방식이 확산되면서 돌봄의 인간적 의미와 관계성 그리고 삶의 맥락을 함께 나누는 본질적인 과정이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돌봄 사회화가 '가족이 하던 일을 국가나 민간기관이 대신하는 것'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정책은 종종 행정 효율성이나 예산집행, 실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돌봄노동자의 권리와 삶의 질 그리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와 현실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과 제도의 틀 안에서 돌봄이 효율성과 숫자, 관리 중심으로만 평가될 때 돌봄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업무가 늘어나도 임금은 그대로"라는 돌봄노동자의 호소와 "상황에 딱 맞는 지원은 찾기 어렵다"는 가족의 어려움이 반복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을 헌신이나 희생이 아닌 정당한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하고, 일하는 이들의 권리와 전문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 적정 임금, 쉴 권리, 성장 기회가 마련돼야 돌봄의 질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다. 돌봄 수혜자 역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필요에 맞는 돌봄을 직접 설계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와 생활의 맥락이 충분히 반영돼야 하며, 지역과 개개인의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돌봄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

돌봄의 책임과 자원의 분배는 국가나 민간기관에만 맡겨서는 충분하지 않다. 지역사회와 이웃 그리고 돌봄 당사자가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각 지역 특성과 상황의 다양성을 살리고 공동의 논의와 참여를 통해 돌봄정책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을단위 돌봄 공동체나 자치적 돌봄협의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현장과 제도가 긴밀하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돌봄과정에 적극 참여해 돌봄의 질적 향상과 지역공동체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관계와 존엄 그리고 공공성'에 기반한 새로운 돌봄사회다.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고 돌봄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사정과 필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논의, 충분한 예산과 자원,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권리 보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미래를 대비해 돌봄인력의 전문성 강화,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 체계 구축,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돌봄은 모두에게 필요하고, 누구나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제 '돌봄 국가'를 넘어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돌봄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진정한 돌봄의 사회화는 모두의 책임이며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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