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리셀 참사 1주기, 희생자 추모 재판으로 완성해야

경인일보 2025. 6. 24. 1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화성시 전곡리 아리셀 참사 화재현장에서 ‘아리셀 참사 1주기 현장 추모 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2025.6.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아리셀 화재 참사 1주기인 24일 유족들이 위령제를 열어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지난해 화성시 전곡해양산업단지에 있는 리튬배터리 생산업체인 아리셀에서 공장 내에 보관중이던 엄청난 물량의 배터리가 폭발했다. 배터리 폭발로 인한 화재의 특성상 출동한 소방장비는 무력했다. 이 화재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등 총 23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사고 발생 초반 여론은 배터리로 인한 초대형 화재에 집중했지만, 화재 진압 후에는 기업의 악의적인 노동 안전불감증에 치를 떨었다. 아리셀은 배터리 군납이 규격 미달 판정으로 지체되자 계약 미이행에 따른 손실을 피하고자 안전을 팽개쳤다. 제조공장 노동이 금지된 파견 근로자를 투입해 생산에만 몰두했다. 사고 이틀 전 생산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고까지 무시한 채 생산 제품을 공장 내에 적치했다. 화재 발생에 대비한 안전교육은 전무했다. 폭발 당시 이주노동자가 대부분인 파견근로자들이 대피로를 찾지 못해 집단 희생에 이른 이유다.

경기도는 참사 1주기를 맞아 ‘눈물까지 통역해달라’는 아리셀 참사 백서를 발간했다. 제목처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비추어 한국 노동현실을 성찰하고 제도적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유가족에겐 아리셀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사건이다. 참사를 발생시킨 경영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 부자는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혐의다. 경영 과실로 2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을 따지는 재판인 만큼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죽음에 합당한 판결을 기대한다. 하지만 부자 관계인 박 대표와 박 본부장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는 법기술적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재판에서 검찰은 과실치사의 책임자로 아리셀 박 대표를 특정했지만, 변호인단은 아리셀의 실제 대표가 아들 박 본부장이며 박 대표는 이른바 ‘바지사장’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중처법 방탄용 계열사 사장을 내세우는 대기업 행태도 비판받는 현실이다. 누가 봐도 경영승계 수업 중인 아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박 대표의 변호 논리는 법인제에 반하는 억지이자, 희생자 23인에 대한 도의적 모욕에 가깝다. 경기도의 백서 발간으로 아리셀 참사의 제도적 성찰이 이루어졌다면, 법원은 합당한 판결로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를 완성해야 한다.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