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6월 25일, 모리스 라벨을 듣다- 이창원((사)인디053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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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군인으로 자원입대했다.
독일군의 폭격이 빗발치는 최전방에서 무기를 수송하는 임무를 담당한 그를 두고, 동료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의 나이와 명성을 생각한다면 더 쉬운 곳에서 있을 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칭송했다.
그러나 라벨의 예술혼을 다시 일깨운 것은 전쟁 중에 고통을 겪고 있는 조국 프랑스 국민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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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을 때 군인으로 자원입대했다. 몸집이 작았던 그는 작은 키와 가벼운 몸무게 때문에 조종사가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공군에 지원했다. 하지만 나이도 많고(당시 39세), 심장질환도 있어 공군으로부터 입대를 거부당했다.
다음 해, ‘불혹의 약골’ 라벨은 운전병으로 육군 포병부대에 끝내 입대했다. 독일군의 폭격이 빗발치는 최전방에서 무기를 수송하는 임무를 담당한 그를 두고, 동료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라벨의 나이와 명성을 생각한다면 더 쉬운 곳에서 있을 수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라며 칭송했다.
전쟁은 참혹했고, 천재 작곡가의 육체와 정신을 크게 손상시켰다. 어머니를 여의었고, 크고 작은 병으로 고통받았다. 매일 펼쳐지는 눈앞의 참상으로 인해 라벨은 거의 작품을 쓰지 못했다.
그러나 라벨의 예술혼을 다시 일깨운 것은 전쟁 중에 고통을 겪고 있는 조국 프랑스 국민들의 모습이었다. 희생을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끝내고 승리하고자 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며, 군인 라벨은 작곡가 라벨로 다시 거듭난다.
라벨의 유명한 곡 ‘쿠프랭의 무덤’은 이때 작곡됐다. 바로크 시기 프랑스 작곡가 쿠프랭의 모음곡 형식을 기반으로 한 이 곡은 총 6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악장마다 전장에서 희생된 동료들을 추모하며 헌정된 곡이라 제목에 ‘무덤’이라는 말이 붙었다.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도 전쟁과 관련 있는 곡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만든 이 곡은 전쟁과 관련된 또 하나의 걸작이며, 지금도 피아니스트에게 단골 레퍼토리로 사랑받고 있다.
2025년 올해는 모리스 라벨 탄생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국보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라벨의 작품이 연주되고 있다.
6·25전쟁 발발 75주기를 맞은 오늘, 조국에 대한 헌신과 책임감으로 전쟁의 고통마저 예술로 승화시킨 모리스 라벨의 음악을 들으며, 지금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그곳에 하루빨리 평화가 찾아 오길 기원한다.
이창원((사)인디053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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