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한 방’에 세진 트럼프式 리더십, 한반도는 불안하다?

박성의 기자 2025. 6. 2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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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핵시설 정밀 타격 후 이스라엘과 휴전 유도
“협상 중 공습도 가능”…북한, 핵억지 강화 명분 확보
자신감 등에 업은 트럼프, 李정부 ‘방위비 압박’ 직면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중동 전장의 포성이 '폭격 한 방'에 잦아들었다. 전쟁에 쉼표를 찍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정조준 공습 단행 직후 이란과 이스라엘은 휴전을 선언했다. 고조되던 전운을 더 큰 전운으로 잠재우면서, 비판이 쇄도하던 '트럼프식(式) 리더십'도 재평가를 받는 모습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통한 평화' 전략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 한반도에는 '평화의 전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이 더 강화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받아들 '방위비 청구서'의 부담도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왼쪽부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서 있다. ⓒAP=연합뉴스

빗나간 '타코 전망', 트럼프 '이란 공습' 성공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가에서도 미국의 이란 공습을 예언한 이는 적었다. 자칫 전쟁이 전면전으로 비화하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표방해 온 '미국 우선주의-분쟁 불개입 원칙'에 배치될 수 있다는 진단에서다.

여기에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지지층 사이 전쟁 반대 여론이 득세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가 18일(현지시각)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란 공습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거란 응답은 59%를 기록했다. 공화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부정 여론은 36%에 달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국가안보보좌관 출신인 존 볼턴은 19일(현지시각) 독일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안보에서도 겁 먹고 도망가는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의 순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패턴을 잘 아는 이란은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볼턴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압박에 이란이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식 거래는 부동산에선 통할지 몰라도 외교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군사로 위협하면 이란이 협상할 거란 생각은 틀렸다"고 했다. 이어 "이란은 (공격을 유예하는) 상황을 항상 도망가는 트럼프의 패턴으로 받아들이며 계속 상황을 지켜보며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미군 참전 시 중동 전쟁 확전→트럼프의 공격 유예' 전망은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실제 이란 핵시설에 폭탄을 투하했고, 현재 기준 결과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라는 성과까지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저녁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휴전이 양국의 최종 작전 수행(트럼프 대통령의 합의 발표 시점으로부터 약 6시간 이내)→이란의 12시간 휴전(대이스라엘 공격행위 중단)→이스라엘의 12시간 휴전(대이란 공격행위 중단) 등 3단계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AFP 연합·연합뉴스

세진 트럼프에 한반도 손익계산 분주

문제는 한반도다. 중동에서 성과를 낸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앞세운 외교'가 미국의 대남,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정가는 같은 '핵 보유 의심국'인 이란의 굴욕적 패전에 북한이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물론 ▲북한이 이란과 달리 핵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미국의 무력 사용 시 러시아와 중국의 개입 가능성 ▲한국 정부의 우려 등을 고려하면 중동과 한반도의 상황을 동일선 상에서 볼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이란 공습으로 미국과 북한의 회담 가능성에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정은 군부가 '핵무기 및 무력 확대 전략'에 더 치중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북한 입장에서는) 이란의 처지가 북한의 미래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며 "공습은 어렵겠지만, 북한 입장에선 몸값을 높일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협상 중에도 (이란 핵 시설) 공습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보다 확실한 보상 없이는 협상에 나서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북핵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문턱은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습이 한반도 방위비 협상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에서 '힘'의 성과를 체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보다 강압적인 협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에서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2035년까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계획에 합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청구서를 한국에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32% 수준(약 61조원)이다. 이를 5%까지 확대하려면 연간 130조원 규모의 방위비 증액이 요구된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한미 외교관계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한미군 주둔 비용을 규정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건설, 인건비, 군수비용 세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다른 비용도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충분한지도 한미가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윤 대사대리는 "다른 비용"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군사건설·군수비용·인건비 등 SMA의 3개 지출 항목 외에 미국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포함한 '작전 지원비' 항목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취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18년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당시 '작전 지원비' 항목 신설을 주장하며 한국 정부 분담분의 대폭 증액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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