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출신 장관 후보자,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당부는
현직 노동자 김영훈 전 민주노총위원장, 이재명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지명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당부 "노동 인식 개선" "자본의 발뺌, 반복되는 문제 해결해야"
"자본의 편이었던 노동부장관들…차기 장관은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 해결 필요"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현직 철도기관사인 김영훈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이재명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성남시장 시절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노동부 장관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노동부 장관에 발탁하겠다고 말했는데, 이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 일정 부분 실현된 셈이다.
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파격적 인사라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노동부 장관에 관료·정치인 출신이 아닌 현직 노동자이자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을 임명했다는 의미가 있다. 보수 정권은 노조를 부패 집단으로 낙인 찍고 '노조 때리기식' 방침을 일관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대표적 공격 대상이 되어왔다. 경제지 및 보수언론이 합세해 '노조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반복돼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노동자들을 '건폭'(건설노조+폭력배) 프레임으로 탄압했다. 소위 '보수 언론'은 이에 발맞춰 건설노조를 부패 집단인 듯 매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에 대한 조선일보의 허위보도다. 월간조선은 양씨의 유서 대필·조작 의혹까지 제기하며 고인의 죽음을 모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지명은 건설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김준태 건설노조 교육선전국장은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탄압 당시 역할을 방기했던 고용노동부를 비판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윤 정부가 만들어 놓은 건설 현장 고용 불안정을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국장은 “윤석열 정부 당시 건폭몰이 탄압을 받았는데 이정식·김문수 장관 등 노동부의 역할이 필요했음에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건설업계 이해관계를 들어주다 보니 노조 측에서 얘기하는 불법 고용 문제에 대한 노동부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대선 때도 이재명 후보 캠프에 건설 현장 고용 안정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는데, 당시 선대위에 김 후보자가 있었다. 만약 장관이 된다면 고용 안정 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 보도 등을 통한 노조 혐오에 정부 부처가 검증, 갈등 조율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국장은 “당시 국토부장관이었던 원희룡, 경사노위 위원장이었던 김문수는 조선일보 보도를 개인 SNS에 올리며 호응하고, SNS 글을 언론이 다시 보도했다. 정부가 노조 탄압을 밀어붙이고, 정부 부처 장관들이 동조하고, 보수 언론을 통해 필터링되지 않고 보도되는 시스템이 이어졌다”며 “새 정부에선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언행을 조심해야 하고, 검증이나 갈등 조율도 정부 부처의 역할이다. 정부 부처가 역할을 해서 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철도 기관사의 길을 걸은 김 후보자는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을 거쳐 2010~2012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김 후보자가 몸 담았던 철도노조의 행보 역시 보수 언론의 주요 공격거리였다. 파업의 이유는 제대로 묻지 않은 채 철도노조 파업을 비난하고 시민 불편을 강조하는 식의 흐름이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23년 언론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칼럼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에 맞선 파업을 '시대착오적 밥그릇 지키기'라 비난한 보수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종선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투쟁에는 이유가 있는데 모든 게 '노동귀족'으로 얘기된다. 노동자들이 투쟁하고 파업할 땐 재밌어서 하는 게 아니라 너무 문제라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런 내용은 없이 일방적 이야기들, 오히려 그 사람들이야말로 정치적인 입장으로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 언론은 앞으로라도 본질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김 후보자가 현장의 문제를 현명하게 판단하길 당부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은 진짜 현장에서 일하는 분이고,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냈기 때문에 현장의 내용과 고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 믿는다”며 “(노동 현안에 대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게끔, 뒷걸음 치지 않게끔 해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당부
현 시점 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김 후보자 지명의 의미를 물었다. 복직과 노조 탄압 중지 등을 요구하며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교통구조물에서 132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우려 섞인 기대를 전했다. 고 지부장은 미디어오늘에 “고용노동부 장관을 해왔던 사람들의 행보를 봤을 때 대부분이 노동보단 고용, 자본의 편에서 움직여왔다. 실제 '노동자들의 노동부' 역할에 대해선 딱히 생각나는 사례가 없을 정도”라며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후보자가 됐지만, 그럼에도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몸에 와닿는 정책을 실현할 수 있을까 먼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 지부장은 “내가 고공에 올라와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다. 노동자 입장에서 한국 사회는 해고가 너무 쉽고, 해고는 필연적으로 비정규직 확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진정성 있게 접근하지 않으면 나머지는 수박 겉핥기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지부장은 “임기 내에 하지 못하더라도 필요성이라도 강하게, 시발점이라도 만드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경북 구미의 불에 탄 옥상에 올라 534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노동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은 미디어오늘에 “소통이 좀 더 잘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절박한 노동자가 오랜 시간 고공에 올라와 있다. 이런데도 자본에서 끝까지 발뺌하고 있는 문제를 잘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반복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고진수 지부장과 나의 고공농성 문제 해결과 노조법 2·3조 개정 등 관련 법·제도도 필요하다”며 “빠르게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우리 사안을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청인 한화오션에 노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던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 19일 97일 간의 농성을 마치고 철탑에서 내려왔다. 김 지회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차기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의 문제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회장은 “(차기 노동부장관은) 근본적으로 노동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정책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시간 축소를 통한 삶의 질 개선,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동 기본권에서 배제된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안하고 시민과 노동자들에게 동의와 이해를 얻어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지위와 권리가 침해 당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노동부 장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영계의 반발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준태 국장은 “건설업계의 반발이 상당할 거라는 우려가 있다.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등 이재명 정부 차원에서 하고자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재계의 반발이 심할 텐데 어떻게 현명하게 조율할 수 있을지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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