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80> 길 가다 폭우를 만나 시 읊은 고려시대 문인 임춘

조해훈 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2025. 6. 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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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낮고 들판 넓어 비가 구슬 튀듯 내리고(天低野闊雨跳珠·천저야활우도주)/ 맹렬한 기세로 공중 가로지르니 보이는 게 없네.

/ 생각해 보니 부견(符堅)이 처음 전쟁에 패퇴해(想得符堅初戰退·상득부견초전퇴)/ 온 병사와 말들이 일시에 달아나는 것과 같구나.

아마 임춘이 들판을 가다 여름 폭우를 만난 모양이다.

장마철인 요즘 비가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 퍼붓곤 좀 있다가 다시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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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한 기세로 공중 가로지르니 보이는 게 없네(猛勢橫空望却無·맹세횡공망각무)

하늘 낮고 들판 넓어 비가 구슬 튀듯 내리고(天低野闊雨跳珠·천저야활우도주)/ 맹렬한 기세로 공중 가로지르니 보이는 게 없네.(猛勢橫空望却無·맹세횡공망각무)/ 생각해 보니 부견(符堅)이 처음 전쟁에 패퇴해(想得符堅初戰退·상득부견초전퇴)/ 온 병사와 말들이 일시에 달아나는 것과 같구나.(千兵萬馬一時趨·천병만마일시추)

위 시는 서하(西河) 임춘(林椿·1149~1182)의 ‘길을 가다 폭우를 만나’(途中暴雨·도중폭우)로, 그의 문집인 ‘서하집(西河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임춘은 고려 후기 ‘국순전(麴醇傳)’·‘공방전(孔方傳)‘ 등을 저술한 문인이다. 그는 고려 건국공신의 후예로 당시 사회에서 기반이 탄탄하였다. 하지만 20세 전후에 무신란이 일어나 가문이 화를 입었다. 그는 가족을 이끌고 피신해 7년여 객지를 떠돌았다. 실의와 빈곤 속에 방황하다가 30대에 죽고 만다. 이인로를 비롯한 죽림고회(竹林高會) 벗들과는 막역하게 지냈다.

아마 임춘이 들판을 가다 여름 폭우를 만난 모양이다. 빗줄기가 얼마나 세었으면 구슬 튀듯 내린다고 했을까?

폭우란 말 그대로 맹렬하게 퍼부으니 앞이 한 치도 보이지 않는다. 기구와 승구에서 비가 쏟아붓는 상황을 설명하다 전구에서 중국 5호 16국 시대 전진(前秦)의 3대 왕 부견(符堅)의 고사를 대입한다. 전구와 결구의 부견 이야기를 간략히 하면 다음과 같다. 부견의 시대에 전진은 최절정기를 맞는다. 그는 전연(前燕) 등을 정벌해 북방지역 대부분을 통일했으며 서역(西域)으로 진군했다. 그러다 382년 87만 대군을 이끌고 동진(東晉)을 공격하다 비수에서 대패를 당한다.

그 후 나라가 분열된 가운데 38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하여 임춘은 전구와 결구에서 부견의 대군이 싸움에 패배해 달아나던 그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묘사한다.

장마철인 요즘 비가 갑자기 하늘이 뚫린 듯 퍼붓곤 좀 있다가 다시 퍼붓는다. 특히 지리산 주 능선이 뒤쪽에 펼쳐진 산속이다 보니 비 오는 걸 가늠할 수 없다. 폭우만 내리면 화개동천이 섬진강과 만나는 화개장터 인근 사람과 차량은 대피하라고 연신 방송한다. 몇 년 전 이곳이 물에 잠긴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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