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넘보는 中의 성장 비결은 인재… 모방 아닌 창조인재 잡아야"
김세직 "모방형 교육·경제 체제 답습이 원인… 아이디어 중요"
이태규 "국가적 전략가치 결정하는 첨단기술 보유기업 키워야"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제언' 특별포럼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인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주 72시간제 허용, 해외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제조 강국으로 우뚝 섰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한국 경제 생태계의 침하, 성장력과 역동성의 퇴조-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에 대한 제언' 특별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전 교수는 "중국 정부는 '제조업 규모 1위, 세계 제조업 대국'을 목표로 2025년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시행했다. 많은 영역에서 미국을 추월했고 앞으로 10년 뒤엔 미국의 코앞까지, 그 다음 10년 뒤엔 미국을 넘어 세계 이노베이션을 지배하는 '유일한 태양'이 '차이나 2025'의 밑그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전략의 핵심은 중국과학원"이라며 "한국으로 치면 카이스트와 같은 곳으로 첫 번째 사업이 인재 회사를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간 10만명의 기술 인재를 유치하고 1800개의 첨단 기술을 목표로 세웠다. 이들의 R&D가 기업으로 전수되고 외국 기업에게 제조기술을 배우고 합작 기술을 소화해 재창조해냈다"고 중국의 첨단 산업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중국 전기차 업체 BYD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를 제시했다. 김 전 교수는 "BYD는 2006년 메르세데스 벤츠와 합작해 전기차연구소를 세우고 2012년부터 생산을 개시했다. 2024년 9월엔 벤츠가 철수했다"며 "2023년엔 중국 자동차 시장 1위를 지켜온 폭스바겐을 추격하고, 작년엔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지방정부의 출연 펀드로 지원금을 받던 중국 스타트업들은 딥시크를 계기로 민간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조달의 길이 열렸다"며 "중국 정부는 올해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AI+'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딥시크 성공에 중국 정부는 자신감을 얻고 AI 응용기술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과 정 반대라고 김 전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16년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상법 개정과 주 52시간제를 내세웠다"며 "지난 10년간 정권 투쟁을 하느라 중국과 반대방향으로 갔다"고 꼬집었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한국의 저성장 극복의 답은 인재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과거와 같은 '모방형 인적자본'이 아닌 '창조형 인적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방형 인적자본은 기술 모방, 창조형은 새 기술과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드는 인적자본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국내 경제 성장률의 추락 원인은 모방형 교육제도와 경제체제의 답습 때문이다. 90년대 이후 엉뚱한 인적자원에 투자했다"며 "90년대 이전에는 선진국과 기술 격자가 30~50년 차이가 났지만 이후엔 20년 이내로 좁혀져 모방형 인적자본 성장 문제에 봉착했다. 특히 챗GPT 등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모방지식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플, 비트코인 등을 사례로 들며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애플 PC는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전문지식·기술의 결합으로 이뤄졌다"며 "AI가 발달하면서 워즈니악의 역할을 AI가 해주고 있다. 아이디어와 전문지식 중 아이디어가 더 중요해진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애플 등 세계 시총 상위 7개 기업(매그니피센트 7)은 모두 기술기업이다. 기술의 핵심은 아이디어"라며 "비트코인의 경우 '민간이 발행하는 가상화폐'라는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작년 말 총 가치(2조달러)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와 맞먹는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챗GPT로 상징되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낼 수 없는 국가·기업·개인은 도태될 위험이 있는 반면, AI를 활용한 기술혁신으로 폭발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술과 R&D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사람의 아이디어다. 아이디어의 가치가 천문학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업가, 관료 등 사회지도층의 인식 부재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첨단기술을 가진 기업의 보유 여부는 미중 경쟁 하에서 한 국가의 전략적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한국이 반도체·배터리·방산 등의 분야에서 주요 기술기업을 보유하지 못했다면, TSMC가 대만 기업이 아니었다면 세계 질서 속 한국과 대만의 전략적 가치는 지금과 크게 다를 것"이라도 말했다.
이어 "글로벌 대기업을 키우는 생태계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다. 튼튼한 성장사다리 구축,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 기업성장을 가로막는 '피터팬 증후군'을 극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첨단 인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경제단체들의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한국의 고급인력 해외유출 현상의 경제적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1만명당 AI 인재 순유출은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35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룩셈부르크(+8.92명), 독일(+2.13명), 미국(+1.07명) 등 주요 선진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SGI는 "2019년 12만5000명이던 해외 유출 전문인력은 2021년에 12만9000명으로 4000명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로 유입된 외국인 전문인력은 4만7000명에서 4만5000명으로 감소했다"며 "두뇌수지 적자는 2019년 7만8000명에서 2021년 8만4000명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과학자의 해외 이직률(2.85%)은 외국 과학자의 국내 유입률(2.64%)보다 0.21%포인트 높아 전반적으로 순유출 상태다. 순유출입 순위는 조사대상 43개국 중 33위로 하위권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인재 유출 원인으로 ◇단기 실적 중심의 평가체계 ◇연공서열식 보상 시스템 ◇부족한 연구 인프라 ◇국제협력 기회의 부족 등을 지목했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인재 유출이 심화되며 기업은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직면하고 있고, 대학과 연구기관은 연구 역량 저하로 산학연 기반의 기술혁신 역량이 위축되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국가 R&D 경쟁력과 기술주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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