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파격과 무모한 도박 사이, 이재명式 인사의 손익계산서

정윤성 기자 2025. 6. 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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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정부’ 기조 속 실용 인사…현역 의원·기업인 전면 배치로 속도전
비상계엄 연루·‘양곡법 비판’ 尹정부 농식품부 장관 유임에 ‘우려’도 제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내각 진용 인선에는 '실용'과 '통합'에 방점이 찍혔다. 당정 협력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을 대거 배치하고, 민간에서 실력이 검증된 기업인들로 '실용주의' 기조에 방점을 찍었다. 동시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고, '비명계'로 분류되던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통합의 메시지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과거 정권들이 보여온 인사 공식의 틀을 깬 파격적 인선이라는 평가 속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시절 민주당과 정면대결을 펼치던 송미령 장관 유임을 두곤 '우려'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정부의 농업 정책 추진 동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물론 내란특검 과정에서의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윗줄 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아래 줄 왼쪽부터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연합뉴스

불확실성 대신 검증된 카드 꺼낸 李

이재명 대통령이 이 같은 첫 인선을 감행한 배경은 무엇일까.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역량이 검증된 인물들을 기용하면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일하는 정부'를 가시화하는 데 속도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통령실이 발표한 내각 명단 12명 가운데 5명이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 의원인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까지 합치면 정치인 출신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는 통상 의원의 입각에 신중했던 역대 정부와는 대비되는 기조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장관 등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인선을 결정할 때는 정치적 고려가 필연적으로 뒤따라 왔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일원이 되면 입법부로서의 감시와 견제 기능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고, 국회 내 소속 상임위나 정당의 의정활동에 차질을 줄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이런 점을 감안해도, 현역 의원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당정 협력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얻는 실리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 동력 확보가 시급한 시점에서, 당과 정부의 소통이 원활한 현역 의원들을 주요 부처에 배치해 국정 전반의 정책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번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출범한 탓에, 국정 운영의 큰 틀조차 아직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이를 고려해 이 대통령은 그동안 국회에서 손발을 맞춰 온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초기에 흔들릴 수 있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조기에 바로세우고, 정책 수립과 실행 간의 간극을 최소화하겠다는 판단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대통령실과 내각, 국회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묶어 국정의 초기 혼선을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LG전자와 SK텔레콤 등을 거친 배경훈 후보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네이버 대표이사 출신 한성숙 후보자가 배치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술·산업 부처에 민간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과 전문가를 배치하면서 과거 특혜 논란 등을 고려해 유능한 기업인을 공직자로 쓰기 주저하던 관행을 깬 모습이다. 이재명 정부의 또 다른 축인 경제 살리기와 기술 혁신 등에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두 후보 모두 IT 기업 출신이라는 점에서 AI 정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통합 메시지 속 물음표도

이번 인선에선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통합' 행보도 나타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송미령 농림부 장관이 유임된 가운데 비명계로 분류된 전재수 후보자 등이 바로 그 사례다. 이 역시 진영·계파와 관계없이 실력 있는 인물은 언제든지 기용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송 장관의 경우 여야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유임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이 한층 집중되고 있다. 전날 유임 소식이 전해지자 송 장관 스스로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여권은 대체적으로 실용적 철학이 반영됐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송 장관이 민주당의 농정과 정반대 노선을 거듭 탔던 만큼 실용주의 인사에 대한 진통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 장관은 그간 양곡법, 농안법, 한우법 등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온 바 있다. 물론 송 장관은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법안들이 이재명 정부의 핵심 농업 정책인 만큼 추진 동력에 대한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유임과 관련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송 장관 유임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장관 오래 하려면 송미령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내란 특검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이재명 정부에겐 부담이다. 송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국무회의에 참석한 만큼 내란특검 과정에서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17일 서울중앙지검에 임의 출석해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경위를 설명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송 장관의 유임 배경에 대해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 본다"고 설명했다.

농해수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인선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 하지만 사람이 한 순간에 바뀌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정부의 농정 공약이 잘 실현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내란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송 장관이 제 아무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해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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