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된 ‘트로이 목마’ 항암제로 다발골수종 누른다

채인택 2025. 6.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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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을 내장한 항체를 세포 내부에 집어넣고 방출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트로이 목마' 신약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에 들어갔다고 BBC방송이 지난 6월 13일 보도했다.

'트로이의 목마' 신약은 4단계를 거쳐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첫 단계에선 '세포 독성물질이 결합된 항체'인 신약이 암세포(이 병에선 백혈구에서 암세포로 변했다)의 표면에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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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물질 품은 항체를 암세포에 침투시켜 공략
암세포에만 달라붙게 만든 모노클론항체 활용
세포 깊숙이 침투해 약물 방출해 암세포 사멸
단일클론항체를 활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무력화 개념도. 특별히 만든 단일클론항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이 구조물인 스파이크에 달라붙어(사진 왼쪽), 바이러스를 무력화(사진 오른쪽)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벵크]

독성물질을 내장한 항체를 세포 내부에 집어넣고 방출시켜 암세포를 죽이는 '트로이 목마' 신약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에 들어갔다고 BBC방송이 지난 6월 13일 보도했다.

'트로이의 목마' 신약이 적용되는 질환은 다발골수종(myeloma)이다. 이 병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혈액암이다. 형질세포는 뼈 가운데에 있는 해면골수에서 생성된다. 비정상적으로 분화한 형질세포가 뼈 속으로 번지면 뼈가 잘 부러지며, 골수에 침범하면 골수를 감소시킨다. 골수 감소로 백혈구·적혈구·혈소판 숫자가 줄어들면 감염에 취약해지는 건 물론 빈혈·출혈로 이어진다. 이 질환의 발생 원리, 즉 왜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변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발성골수종 치료법은 항암 화학요법이 기본이며, 암세포를 파괴해 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는 방사선요법도 사용한다. 화학요법 뒤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골수 기능을 회복시키는 조혈모세포 이식도 시행된다.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과 다른 시람의 것을 이식하는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이 있다. 여기에 '트로이의 목마' 치료제가 추가된 셈이다.

암 진행 멈춤 효과 기존의 2.8배

'트로이의 목마'의 다발성골수종 치료 메커니즘. [사진=Myeloma UK]

영국 BBC방송은 지난해 골수이식을 받았다가 연말에 재발했던 폴 실베스터라는 인물이 이 약물을 사용한 뒤 몇 주 만에 호전된 사례를 보도하고 이를 '진보된 화학요법'이라고 평가했다.

'트로이의 목마' 신약은 4단계를 거쳐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첫 단계에선 '세포 독성물질이 결합된 항체'인 신약이 암세포(이 병에선 백혈구에서 암세포로 변했다)의 표면에 달라붙는다. 둘째 단계에선 이 신약이 암세포 내부에 흡수된다. 셋째 단계에선 세포 내에서 이 신약이 분해되고 독성물질이 방출된다. 넷째 단계에선 암세포가 사멸하게 된다.

이 치료법은 튼튼한 성벽으로 방어하던 트로이를 공략하기 위해 거대한 목마 속에 군인들을 숨겨 성 안에 보낸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따와 '트로이 목마 치료법'으로 불린다. 골수종은 비록 완치가 어렵지만 지난해 임상시험에서 암 진행을 3년 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다른 치료법이 13개월인 것이 비해 약 2.8배가 길다.

기존 치료 안 듣는 불응성이나 재발 환자에 사용

이 약물은 특정 항원(이 경우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만들어진 항체인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에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물질인 '아우리스타틴 F(mcMMAF)'를 결합한 항체-약물 접합체다.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블렌렙(Blenrep)이라는 상표명으로 내놓은 '벨란타맙 마포도틴(Belantamab mafodotin)'이라는 의약품이다.

2020년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4회 이상 기존 치료로도 효과가 없는 불응성 환자나 재발성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이 승인 받았지만 일부 문제로 2022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새로운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유럽의약품청(EMA)은 올해 5월 마케팅 허가를 권고했다. 영국 '의약품 및 건강관리제품 규제청(MHRA)'은 지난 4월 이 의약품의 병용요법을 허가했으며, 일본도 5월 승인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 자문회의는 오는 7월 이 의약품의 병용요법 허가에 대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시력저하를 비롯한 부작용이 보고돼 있다.

채인택 의학 저널리스트 (tzschaeit@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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