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부정 뒤쫓는 ‘과학 탐정’의 세계 [오철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5. 6. 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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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탐정'이라고 하면, 과학적 증거와 추론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을 떠올리기 쉽다.

과학 탐정의 영향력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06년 네이처에 실려 수많은 후속 연구에 인용될 만큼 권위 있던 알츠하이머병 관련 논문에서 뒤늦게 이미지 조작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악용해 부실, 위조 논문을 만들어 내는 연구 부정이 늘어나지만, 이에 맞서 논문 부정을 찾아내는 자발적인 과학 탐정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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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부실·위조 논문의 이미지나 데이터 오류 또는 조작을 추적하는 이른바 ‘과학 탐정’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갖가지 디지털과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논문 부정을 찾아내며, 이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루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과학 탐정’이라고 하면, 과학적 증거와 추론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셜록 홈스 같은 명탐정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최근 과학계에서 주목받는 과학 탐정은 이와 다르다. 날로 교묘해지는 연구 부정 논문을 찾아내는 사람들을 가리켜 이렇게 부른다.

과학 탐정으로 불리진 않았지만 그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은 국내에도 있었다. 2005년 황우석 연구진의 논문 조작 사건이 드러난 데에는 이들의 활약이 큰 몫을 했다. ‘과학 탐정’은 외국 언론에서 10여년 전부터 논문 오류와 부정을 찾아내는 이들을 가리키는 별칭으로 쓰이다가 이제는 학술 매체에서도 자주 쓰인다.

과학 탐정의 영향력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06년 네이처에 실려 수많은 후속 연구에 인용될 만큼 권위 있던 알츠하이머병 관련 논문에서 뒤늦게 이미지 조작이 밝혀진 사건이었다. 2022년 언론 보도로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는 과학계의 탐정 역할을 자처한 사람들의 끈질긴 추적이 있었다.

최근에 과학 탐정들의 활동 폭은 더 넓어지는 듯하다. 지난달 말에 연구 부정 취재 전문매체인 ‘리트랙션 워치’는 기부금 프로그램으로 미국과 브라질의 과학 탐정 2명을 정식 고용했다고 발표했다. 또 얼마 전에는 과학 탐정 커뮤니티가 그동안 부실·위조 논문을 추적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정리한 과학 탐정 안내서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들은 “누구나 탐정이 될 수 있다”며 갖가지 웹과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이미지와 데이터 조작, 표절, 인용 왜곡 등을 찾는 방법을 공개했다. 그래픽 유사도 분석 도구, 이미지 중첩 비교 알고리즘, 통계 이상 탐지 프로그램 등의 사용법을 자세히 담았다. 이번 안내 자료는 주로 생물학, 화학, 통계학, 컴퓨터과학 분야 논문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하는 네이처 뉴스는 부실, 위조 논문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학술 출판사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 탐정들 중에는 전문 연구자도 많지만 전문 지식 없이 이미지나 데이터 조작을 잡아내는 데 저마다 능력을 발휘하는 일반인도 많다. 비영리 매체 언다크의 기사에 따르면, 어떤 이들은 통계 부정을 집어내는 데 전문가이고 어떤 이들은 이미지 조작을 찾는 데 능력자이다. 어떤 이는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이고 어떤 이들은 그저 자경단 같은 역할에 자부심을 갖는 이들이다.

물론 과학 탐정 활동이 과학계에서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검증과 비판이 도를 넘으면 ‘온라인 마녀사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몇몇 학술 출판사는 스스로 나서 논문의 사전 검증 단계에서 부실, 위조를 걸러내는 자체 전담팀을 운영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을 악용해 부실, 위조 논문을 만들어 내는 연구 부정이 늘어나지만, 이에 맞서 논문 부정을 찾아내는 자발적인 과학 탐정들의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연구 부정의 기술이 교묘해지는 만큼 이를 추적하는 기술도 진화한다. 과학 탐정은 존재만으로도 과학계에 윤리적 긴장감을 높여주며, 그 긴장감은 부실, 위조 논문을 줄이는 중요한 억제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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