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말은 인품의 잣대다

신부식 자유기고가 2025. 6. 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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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식 자유기고가

여기저기 말 폭탄이 터져 세상이 난장(亂場)이다. 탐욕이 주 양념이다. 수렵시대엔 화(火)가 나면 '돌'을 던졌고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다.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위선으로 겉을 감싼 험담이라는 말 폭탄은 선뜻 실체도 가늠하기 힘든데 상처는 치명적이거나 상처가 깊다. 인격모독의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말 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한다.

작금에 여의섬 사파리 동물원 주변의 위정자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말 폭탄을 마구잡이 던져 세상을 파괴하고 있다. 자신까지 상처를 입지만, 그는 아픔을 모른다. 앞뒤 생각 없이 내 던져 입벌구 선생이라는 고명한 호를 선물받기도 했다. 그는 선민의 후예이고 선의 절대 지존인 양, 나라를 반듯하게 세우겠단다. 그러나 믿는 이가 드문 것이 안타깝다. 야무진 그의 꿈에 측은함을 넘어 개탄스러운데 이를 깨우치는 일화가 있어 펼쳐 본다.

어느 것이 참이고 진실인지조차 모르는 인문학 전문용어로 리플릿증후군임이 분명하다. 스페인 격언에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라고 했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당연히 후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 갈 수밖에 없다. 입벌구 선생에게 치명상을 입어 천국 이민을 가거나 지금도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어 고통스럽게 사는 이가 부지기수이다.

옛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고 한 말을 작금에 소름 돋게 가슴을 찍듯이 때린다. 혀의 30초가 가슴의 30년을 멍들게 함이 진리이다. 불교 천수경(千壽慶)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구업·口業)을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이를 풀려면 하루 세 번 수리수리마수리 마하수리를 외라고 주문했다. 그 구업 4가지는 거짓말로 지은 죄업, 꾸민 말로 지은 죄업, 이간질로 지은 죄업, 악한 말로 지은 죄업을 참회한다.

작금의 그 위정자를 생각하면 이 죄업을 어떻게 풀까? 괜스레 걱정이 한 짐이다. 탈무드에는 혀(舌)에 관한 우화가 실려 있다. 어느 날 왕이 광대 두 명을 불렀다. 한 광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악한 것'을 찾아오라"고 지시하고, 다른 광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선한 것'을 가져오라"라고 명했다. 두 광대는 세상 곳곳을 돌아다녔다. 몇 년 후, 광대들이 왕 앞에 나타나 찾아온 것을 내놓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이 가져온 것은 모두 '혀였다.

흔히 말은 입 밖으로 나오면 허공으로 사라진다고 생각지만, 말의 진짜 생명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다. 허공에 적은 말은 지울 수도, 거둘 수도 없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공기를 타고 번식한다. 말은 사람의 품격을 측정하는 잣대이다. 품격의 품(品)은 입 구(口)자 셋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입을 잘 놀리는 것이 사람의 품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은 입을 잘 다스려 때와 장소에 맞게 적절하게 잘 하지 않는 이가 있던가.

논어(論語)에선 입을 다스리는 것을 군자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군자의 군(君)을 보면, '다스릴 윤(尹)' 아래에 '입 구(口)'가 있다. '입을 다스리는 것'이 군자라는 뜻이다. 세 치 혀를 잘 간수하면 군자가 되지만, 잘못 놀리면 한순간에 소인으로 추락한다. 대문호 '톨스토이가 "말을 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백 번 중에 한 번 후회하지만,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하면 백 번 중에 아흔아홉 번 후회한다."고 했다.

공자는 "더불어 말해야 할 사람에게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하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하면 말을 잃는다"고 했다. 잘못된 언행으로 사람과 말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도 때와 장소를 가려 인품에 걸맞게 함께 즐거움을 일구는 삶이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