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는 삶”…출도도, 치료도 막힌 제주 이주 난민 현실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31일 기준 한국의 난민 신청자는 약 12만 명. 이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500여명에 불과하다. 인정률은 고작 2.7%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제주도는 한국에서 난민과 이주민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땅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주를 비롯한 한국 사회는 여전히 '문 닫힌 사회'에 가깝다.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와 제주인권정책라운드테이블이 공동 주최한 '2025년 제4차 제주인권 정책 라운드테이블 집담회'가 24일 오후 인권위 제주출장소에서 개최됐다.

# "제주는 난민의 첫 도착지…하지만 출도조차 막힌 섬"
첫 발표자로 나선 나오미센터 라연우 활동가는 시리아 출신 귀화자로 직접 체감한 난민 제도의 현실을 전했다.
라씨는 "2018년 예멘 난민 이슈로 제주에 들어온 이들 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하면서 당시 '출도 제한'이라는 조치가 내려졌고, 지금까지도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섬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난민 신청서만 22쪽에 달하고, 그마저도 한국어로만 작성해야 한다"며 "도움을 받아 신청서를 내더라도 정작 본인은 어떤 내용이 적혔는지 이해하지 못해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제도의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 "이미 한국 사회화된 이주 아동…돌아가도 적응 못 해"
제주종합사회복지관 윤지은 사회복지사는 '이주 배경 아동'의 문제를 다뤘다.
그는 "초록우산과 함께 제주에 거주하는 이주 아동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해왔지만, 실태조사조차 없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또 "중고등학생 이주 배경 아동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언어 습득이 늦고 체류 자격이 불분명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는 중학교 들어서면서 자기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문제적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미등록 이주 아동은 교육권·돌봄권 등 기초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기 어렵다.

# "건강보험 없는 삶…치료비는 2~3배 비싸"
위프렌즈 의료공제회 김정우 활동가는 이주민의 '건강권'을 주제로 현실적인 장벽을 지적했다.
김씨는 "국내 체류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생길 뿐, 농축산·건설·어업 분야의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의료 사각지대에 있다. 더욱이 계절근로자는 아예 가입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건강보험료는 한국인보다 높고, 체납 시 진료도 제한된다. 응급상황에도 국제 진료수가를 적용받아 일반 진료비의 2~3배를 내야 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 "노동은 하고 있지만, 신분은 없다"
제주투데이 김재훈 편집국장은 '이주민과 노동'을 주제로 제주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공유했다.
김 국장은 "2018년 예멘 난민 유입이 제주 농어민들에게는 오히려 노동력 확보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제주도는 다양한 방식의 이주노동을 이미 겪은 지역이다. 그런데 이들을 보호하는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제주도의 계절근로자 조례를 예로 들며 "현재 조례 목적은 '안정적인 영농 활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계절근로자의 권리 보호는 빠져 있다"며 "반면 전남 광양시의 조례는 '외국인 삶의 질 향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원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에게는 익명형 신분 보장 체계도 필요하다"며 "이들을 불법이 아닌 '제주의 구성원'으로 인식할 수 있는 언어와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