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길이 없으면 길을 낸다”...박영래 노원구 국장 33년 공직 마무리

[헤럴드경제=박종일 기자]서울시 공무원들은 각기 나름 사연들이 많다. 특히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교 진학은 꿈도 못꾸고 바로 산업현장으로 뛰어 든 경우도 있다.
노원구청 박영래 국장이 그 대표적 사례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국립전북기계공고에 입학, 고등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치고 안양에 있는 금성전선(현 GS전선)에 취업, 고된 노동근로자 생활을 시작했다. 군 제대 후 신문배달 등을 하며 담배인삼공사(현 KT&G) 공채 1기로 들어갔다가 퇴사한 후1993년 서울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실업계 출신이 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다보니 여러모로 부족해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주경야독의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서울시장실 근무 시절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비뚤비뚤하게 쓴 편지 한통을 받았다.
80세 할머니의 사연은 관악구 신림12동 아카시아마을에 115세대가 무허가 건물에서 살며 공동수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관리인이 수도요금을 터무니 없이 갈취하고 있어 무허가건물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내용이었다. 상수도사업본부와 관계부서 협의를 통해 공동수도 계량기를 직접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무허가건물에 일련번호를 부여, 본인들이 사용한 금액만큼 수도요금을 납부하도록 개선했다. 그동안 부서에 민원도 넣고 시장이 바뀔때마다 부당함을 호소해도 어느 누구 하나 귀 기울여 준 사람이 없었는데‘수돗물 갈증을 22년만에 풀어’준 것에 대해 너무 고마워해 이를 계기로 힘없고 빽없는 사람들을 위해 든든한 언덕이 되어 드리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또, 늘 배우고 공부하며 학업에 대한 열망이 더해져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은 후 2011년 노원구로 전입을 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현 환경부장관 지명자) 시절 5급 승진을 위한 논술시험에서 응시자 43명 중 당당히 1등을 해 5급 승진에 성공했다.
이때부터 모든 일에 강한 추진력을 보이며 노원구 주요시책사업을 하나둘씩 완성해 나갔다. 문화체육과장 시절 육군사관학교와 끈질기게 설득, 협의한 결과 육사 부지(7036㎡)를 무상 사용하는 협약을 마침내 이끌어 내 ‘사회인야구장’을 조성했다.
기획예산과장으로 발령 받아서는 노원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어 도봉면허시험장 및 창동차량기기 이전에 발 벗고 나섰다.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의정부시 장암동 일대를 최적의 면허시험장 이전부지라고 판단, 서울시, 의정부시, 경기도, 국토교통부, LH공사와 수십차례 협의를 거친 끝에 2020년 오세훈 서울시장·안병용 의정부시장·오승록 노원구청장 간 면허시험장 이전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해 비로소 도봉면허시험장 장암동 이전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4호선 진접선 연장사업도 그랬다. 수락산 터널 구간에서 사찰의 강한 반발이 있었고, 자칫 수년 간 지연도 우려됐지만 수차례 협의 끝에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 하역노동자 21명의 생계가 걸린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은 또 다른 긴장이었다.
“우리를 무시하면 용산처럼 되게 하겠다”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절박함을 느꼈다. 그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반복하며 충돌이 아닌 상생의 방법을 믿었다. 결국 그들도 마음을 열었고,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
또 동북선 경전철사업, 수변감성도시 일환인 노원 두물마루, 경춘철교 전망쉼터 점용허가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지 않았다. 그 대신 길을 만들었다. 필요하다면 산을 깎았고, 강을 만나면 다리를 놓았다.
누군가는 그 과정을 집요함이라 부르겠지만, 그는 그것을 책임이라 부른다.
노원이라는 도시에,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공직자의 강한 책임의식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다. 이유는 구민을 향한 따뜻하고 뜨거운 마음이 2018년 민선 7기 당선인 때부터 현재까지 한치의 변함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오승록 노원구청장 초대 비서실장 시절 살인적인 구청장 일정을 소화해 냈지만, 구청장님과 함께 구민을 위해 땀 흘려 일할 수 있었던 지난 시간이 가장 큰 영광이며 기쁨이었다고 회고한다.
특히 오 구청장의 따뜻한 눈빛 하나에 50만 구민의 마음이 녹았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이달 30일자 지방부이사관(3급)으로 퇴직하며 33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박 국장의 인생 2막에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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