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생태계 산모 역할 10년 ‘더 제주다운 창조경제’ 모델 만든다

김수종 칼럼니스트 2025. 6. 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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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Jeju’, 리더에게 묻다] 기획 대담-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

제주 첫 공공 액셀러레이터로 선순환 생태계 앞장  
‘글로벌 스타트업’ 제주 성공 모델 가능성 확인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스타트업 연결 역할하겠다”
대담 중인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창업 지원기관 중 하나다. 2015년 지역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민관 협력 시스템으로 출범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7개 시·도 센터 중 규모는 가장 작으나 지난해 최우수 등급을 받을만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 사진=김찬우 기자 ⓒ제주의소리

창의적으로 일하고 소득도 올릴 수 있는 청년 일자리가 많아지고 또 그런 산업생태 환경을 찾아 제주도를 찾는 국내외 청년들이 많아질 때 제주도민들의 삶은 풍부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제주도에서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2015년 탄생한 기구가 바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창업 지원기관으로,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해 운영하는 민관 협력 시스템이다. 몇 차례 정권교체기를 거쳤지만 10년 간 일관성 있게 그 기능과 역할을 유지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높은 신뢰를 얻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정부기구가 아니라 민간기업,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긴밀히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구축됐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6월 26일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된 지 꼭 10주년 되는 날이다. 2015년 6월 26일 출범한 이후 10년 동안 '새로운 연결을 통한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란 목표를 내걸고 창업생태계 조성과 지역특화산업 육성을 위해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코스닥 상장을 도와주는 등 의미 있는 진화를 이뤄냈다. 

이와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서서 제주형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도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인구 감소, 청년유출, 기후위기 등 제주가 안고 있는 복합적 도전에 대응하는 혁신플랫폼이 되어 '제주다운 창조경제' 모델을 만들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제주창조경제센터에 지워지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출범 10주년을 맞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병선 대표이사와 기획 대담을 가졌다. 제주도 창업생태계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제주도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전망도 들어보는 자리가 됐다. 이 대표는 문화일보 등에서 기자를 하다가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으로 자리를 옮겨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냈다. 2014년에는 다음과 합병한 카카오로 이동해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직을 맡았다. 2015년 제주창경센터 출범 당시 전담기업이었던 카카오 임원이었기에 누구보다 창경센터의 히스토리를 잘 꾀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7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간 제주신화역사공원 일원에서 열리는 제12회 국제 e모빌리티엑스포 조직위원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대표를 통해 올해 엑스포의 방향과 발전방안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대담 진행은 원로 언론인으로서 제주의 미래산업에 관심이 많은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이, 대담 기록과 사진 촬영은 김찬우 기자가 맡았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Q. 김수종 전 주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창경센터)라는 명칭은 많이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는 도민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또는 창업생태계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들었는데, 10년 동안의 성과를 큰 틀에서 정리해 주십시오. 이 대표께서 창경센터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지난 3년간 성과를 포함해주시면 좋겠습니다. 

A. 이병선 대표= 창경센터는 제주지역 최초 공공 액셀러레이터로, 2015년 6월 카카오가 전담기업으로 지정되어 출범한 지 이제 딱 10년을 맞았습니다. 액셀러레이터란 새로 창업한 스타트업을 단기간에 육성해 시장에 진입시키는 프로그램 집행자를 말합니다. 설립 당시에는 공공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정립돼있지 않았죠. 창업과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을 돕고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등 지역혁신을 촉진하는 역할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정체성을 확립해 가면서 초기 창업을 활성화하는 역할에 집중했습니다. 그 방향이 바로 공공 액셀러레이터입니다. 그래서 센터는 단순히 기업들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주는 식의 활동이 아니라 창업생태계를 만들고 초기 창업을 활성화시켜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한 번 지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보육하고 투자하고 후속 성장을 견인하며 도약 성장에 이르기까지 전주기(全周期) 지원체계를 마련한 것입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해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시스템 중에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투자사가 1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정부 R&D 자금을 7억원까지 매칭 지원해주는 제도입니다. 1억원을 투자하고 7억~8억원의 투자 효과를 보게 하는 프로그램인데, 창업 지원 시스템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제주창경센터는 이 팁스 프로그램을 2023년 제주 최초로 운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기술 창업이 바늘구멍 같았는데, 우리 센터가 팁스 운영사가 되면서 기술을 기반으로 제주에서 창업한 기업들과 제주를 찾아온 기업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죠.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사진 왼쪽)와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 10년 간 여러 정부를 거치는 동안 흔들림 없이 제주 첫 공공 액셀러레이터 기관으로 뿌린 내린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제주의소리

Q. 김= 아무리 좋은 창업 아이디어도 투자가 있어야 기업으로 태어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팁스 운영사로서 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군요. 창업의 시드머니와 기업운영의 펀드는 어떤 식으로 조달되고 있나요?

A. 이 대표= 센터가 지난 2023년 운영사가 된 후 10개 기업을 팁스에 추천해 선정시켰습니다. 선정률 100%입니다. 팁스 선정 수를 늘리기 위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 펀드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습니다. 개인 벤처 투자조합을 만들고 지난해에는 정부 모태 펀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는 조합이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하면 정부가 펀드 규모에 매칭해 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입니다. 작년에 우리 센터가 모태 펀드 18억원을 매칭, 총 35억원짜리 제주 초기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카카오를 비롯해 제주도의 기술 지주회사, 제주은행 등 제주 관련 기업으로부터 출자를 받고 창경센터가 펀드의 절반 정도를 마련해 35억원짜리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태펀드를 끌어온다거나 팁스의 자금을 끌어오는 일은 센터 설립 10년이 가까워지며 나타나기 시작하는 성과들입니다.

Q. 김=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스타트업 성공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창경센터가 문을 연 지 10년 동안 스타트업으로 가장 주목할만한 성공사례로 어떤 기업을 들 수 있는지요. 

A. 이 대표= 스타트업 성장 전략을 세울 때 기술(테크) 기반 성장트랙과 비기술 기반 로컬 성장 트랙으로 나누어 기업 성장주기에 맞춘 지원사업을 배치합니다. 그중에 테크 기업으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들자면 우주산업 회사인 '컨텍(CONTEC)'이라는 회사가 있지요. 센터가 2018년 시드머니를 투자해서 2023년 상장까지 이뤄낸 회사입니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1000억원이 넘었고,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288억원입니다. 기술 특례로 상장된 사례라 하겠습니다. 초기 투자 금액의 21배를 회수하게 됐지요.
우주산업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세계 추세입니다. 민간에서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위성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났지요. 컨텍은 이런 추세에 편승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내려받고 이를 가공처리하는 사업, 즉 데이터마이닝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입니다. 다시 말해 우주지상국 서비스 및 위성영상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컨텍은 기술 기반 기업의 대표 성공사례입니다. 
또 로컬 창업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제주는 사실 로컬 기업의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원산물을 활용한 로컬 기업들이 활동 중인데 이런 로컬 기업들을 광범위하게, 또 지역에 좀 깊게 뿌리내리도록 성장시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창경센터는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을 6년째 수행 중입니다. 중기부가 매년 최우수 로컬 기업을 선정하는데 2023년에는 제주산 감귤 등 시트러스로 착즙 주스를 만드는 '귤메달'이 선정됐고, 2024년에는 어묵을 만드는 '와이제이컴퍼니'가 선정됐습니다. 2년 연속 제주에서 최우수 로컬 기업이 배출됐다는 것은 제주 로컬 산업이 그만큼 가능성이 있고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Q. 김= 우주산업 회사 '컨텍'은 제주와 어떤 연고가 있는 기업인가요?

A. 이 대표= 대전에서 창업한 회사인데 위성 수신 기지국 부지를 찾기 위해 제주를 찾아온 회사입니다. 우주산업에서 제주는 발사각이나 수신각이 가장 넓어 입지적으로 가장 유리하다고 합니다. 컨텍 역시 그런 이유로 제주를 찾아왔고 이때 센터와 인연을 맺어 전국 최초로 투자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투자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때 가장 먼저 가능성을 알아보고 투자한 것이죠. 5년 동안 여러 가지를 지원했습니다. 처음에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에 기지국 안테나를 설치해주고 한림읍에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 건립도 지원 중입니다.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제주에서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본사는 대전에 있습니다. 본사 이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대담 중인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 17개 시·도에 설립된 창업 지원기관 중 하나다. 2015년 지역 특화 산업을 육성하고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 지방자치단체,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민관 협력 시스템으로 출범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7개 시·도 센터 중 규모는 가장 작으나 지난해 최우수 등급을 받을만큼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제주의소리

Q. 김= 제주창경센터가 추진하는 '시드머니 투자사업'이나 '데모데이 프로그램'이 제주 창업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A. 이 대표= 10년 전에는 창업생태계에 대한 관점이 부족했습니다. 기업은 그냥 정부 지원을 받으려 했고 정부도 돈을 나눠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기업은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 어떤 게 필요한지, 그다음 성장 단계에서 어떤 자원을 붙여줘야 빨리 성장할지, 그다음 단계를 어떻게 할지 등 주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생태계는 하나의 순환 사이클이 있죠. 컨텍 같은 회사를 보면 세팅 단계에서 초기 투자를 해주고 성장 과정을 지원하면서 이익을 얻고, 이것을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돌아갑니다. 창경센터는 이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가려고 데모데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기관과 밀접하게 협력합니다. 지난 10년간 활동하면서 창업 지원 기관 간에 연결과 협력 필요성을 느끼고 제주지역 혁신 싱크탱크 협의체라는 것을 발족, 지식을 쌓아나갔습니다. 그리고 창경센터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2023년에는 창업생태계 포럼을 만들었습니다. 제주의 36개 지원기관과 공사, 대학, 연구소 등을 연결해 제주의 창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 논의하고 우수 기업을 추천해 함께 투자해나가고 있죠. 

Q. 김= 제주도는 미래 모빌리티, 친환경에너지, 수소에너지, 우주항공,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 정책적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업부의 분산에너지 특구 최종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제주도의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창경센터의 역할과 성과에 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이 대표= 미래모빌리티나 친환경 에너지, 우주산업 등은 제주의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정말 제주에서 키워야 할 미래산업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그 전략에 맞춰 센터도 그 분야의 유망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또 그런 기업들이 제주 내에 없다면 컨텍과 같이 제주로 찾아오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센터는 우주 분야 관련 스타트업 두 군데에 투자했죠. '스펙스'라는 회사와 '스페이스 빔'이라는 회사입니다. 천문학 기반 창업 기업으로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들이 만든 회사들입니다. 아마 제2, 제3의 컨텍이 몇 년 안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입니다. e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도 그동안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왔습니다. 또 제주도의 빠른 전기차 보급 영향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있었고요.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을 제주 주력 스타트업으로 보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된다면 그동안 준비해 온 이런 기업들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김= 제주도의 주산업은 농업, 수산업, 관광업 등으로 스타트업과 관련해서 익숙한 산업 개념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주도가 발전하려면 스타트업을 비롯한 산업의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야 할 텐데 그런 의미에서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있는가요.

A. 이 대표= 사실 스타트업 방식으로 산업을 키운다는 것은 한국에서 익숙한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10년 전에는 생소한 개념이었죠. 그런데 이제 컨텍 같은 회사들을 보면 스타트업 방식으로 기업이 성장한다는 인식이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도민과 인식을 공유하고 도민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여러 연결점을 갖고 있습니다. 가령 1년에 한 번씩 테크 쪽을 중심으로 한 조인(JOIN)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제이커넥트데이라는 행사를 통해 로컬 기업을 연결하고 있지요. 이어 제이커넥트 매거진을 발행하고 SNS 채널은 물론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도민들과의 접촉면을 나름대로 넓혀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원 프로그램 안내를 비롯해 기업들이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도록 회사를 설계하거나 자기 회사를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방법들을 교육하고 컨설팅하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올해 10주년을 계기로 창경센터가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려 도내 창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과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제주의소리

Q. 김= 돈벌이만이 목적이 아니라 혁신적인, 제주도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문화적 콘텐츠 등을 개발하는 사람들에 대한 센터의 지원 가능성은 있습니까?

A. 이 대표= 물론 기업은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지만 모든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기본적인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을 가져야 합니다. 컨텍과 같이 몇십 배로 빠르게 성장해서 큰돈을 만드는 것만이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창경센터는 기술 기반과 비기술 기반으로 나눠서 트랙을 만들고 있는 겁니다. 비기술 로컬 쪽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지역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면서 지역을 혁신하고 지역을 바꿔나가기도 합니다. 이에 창경센터도 나름대로 지원구조를 짜고 있습니다. 가령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이 그런 사업입니다. 로컬 상권사업은 한 지역에서 대여섯 개 팀이 하나의 상권을 만들어 지원을 신청하면 2년간 5억원을 투입해 상권 자체를 살리는 프로그램입니다. 돈을 많이 버는 성장만이 아니라 지역을 좀 의미 있게 바꿀 수 있는, 또 문화라든가 이런 콘텐츠들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실력과 비전을 가진 팀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사업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그런 뜻을 가진 분들과 잘 연결될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해왔고 또 앞으로도 해나가려고 합니다. 꼭 매출이 오르지 않더라도 그 콘텐츠로 인해 그 지역이 활성화된다면 주변 여러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 그런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고 그런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김=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중 제주 창경센터가 지난해 최고 등급을 받은 비결은 무엇인가요. 

A. 이 대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제주창경센터는 가장 작은 규모인데 지역 특성을 잘 활용한 사업 구조를 만든 덕분에 최우수 등급을 받아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우 보람을 느낍니다. 평가는 4가지 항목으로 이루어집니다. 우선 창업 지원을 얼마나 잘했냐, 창업 지원의 구조를 얼마나 잘 갖췄냐 이게 첫 번째 평가 기준입니다. 두 번째는 혁신입니다. 대기업들과 연결된 사업을 얼마나 확대했고 또 그런 것들이 지역 기업들의 혁신으로 연결됐느냐를 봅니다. 세 번째는 투자입니다. 이 세 부문에서 제주 창경센터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창경센터가 그동안 구조를 만들어 왔고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 분야 성과를 쌓아온 것이죠. 2023년부터는 스타트업들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하기 위해 찾아오는 대기업들과 연을 맺어나갔습니다. 그래서 10여 개의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구조를 만들었지요. 특히 올해는 한화 시스템과 우주 산업 분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고 또 농심과는 펫 산업과 관련된 것들을 진행하고, 이런 식으로 지금 혁신 분야에서 또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좋은 구조를 갖게 됐고 그동안 쌓아온 양의 변화가 질적 변화를 일으키는 단계가 되면서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Q. 김= 지역 맞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헌 이불 순환경제 프로젝트'라는 것도 있던데요. 프로젝트 이름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사업인가요.

A. 이 대표= 제주에서 창업한 기업 중에 '제클린'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민박 침구류 등 세탁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기업인데 세탁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수거된 폐 침구류 같은 것들을 업사이클링 하는 기술로 발전시켰습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기업인데 저희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속에서 작년에 '이브자리'라는 브랜드와 매칭이 됐습니다. 폐이불을 수거하면 이브자리 할인 쿠폰을 주는 식으로 협업하며 순환경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또 이브자리와 함께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 하나의 좋은 사례입니다. 업사이클링이라는 기술과 접목되면서 현재 기업 밸류가 100억원을 넘었습니다.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제주의소리

Q. 김= 제주의 미래전략산업과 관련해 지역과 어떤 협업을 하고 있습니까. 

A. 이 대표= 제주도의 미래 전략산업 속에서 좋은 스타트업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육성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우주산업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화시스템이 자리 잡게 되면 이 기업과 함께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스타트업을 공모하게 됩니다. 또 농심과 함께할 바이오 펫 산업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모집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주산업, 모빌리티, 에너지, 바이오 등 전략 산업과 제주의 스타트업을 잘 매칭해 서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의 사업 구조를 설계 중입니다. 

Q. 김= 펫 산업의 경우 제주도와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나요. 서울 같은 대도시 위주 유망 산업이 아닙니까?

A. 이 대표= 일부 관광객들이 제주에 여행 와서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는 유기견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에서 펫 산업을 하는 분들은 유기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접목해 아이디어를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여러 시도가 있었고 또 제주대학교에 수의학과가 있습니다. 대학에 기반이 있어서 펫 산업도 기반이 갖춰졌다고 볼 수 있죠. 

Q. 김= 창경센터는 청년 창업 초기뿐만 아니라 성장기 스타트업을 위한 투자 연계와 스케일업 지원도 강화해왔다고 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지원이 단기성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이나 후속 투자 사례 등에 대한 데이터도 있으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A. 이 대표= 단순한 자영업이 아니라 성장 계획을 세우고 비전을 가진 기업이라면 반드시 외부 투자를 받아 성장하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창경센터는 이 시점에서 연결시켜주는 것입니다. 창경센터가 투자한 다음, 기술 기업은 팁스, 로컬 기업은 립스(LIPS:민간투자 연계형 매칭융자 프로그램)를 통해 초기 가장 필요한 지원을 받게 합니다. 기술이나 판로 관련 사업은 센터가 따로 매칭하기도 하고요. 일단 센터가 투자금을 마련해 기업에 투자하면 이 금액의 몇 배나 되는 지원사업을 매칭으로 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Q. 김= 창경센터가 도심편중 활동을 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아울러 실질적 고용 창출 한계도 지적됩니다. 도민들에게 좀 더 창경센터를 어필할 수 있는 노력이나 아이디어를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A. 이 대표= 제주 안에서도 지역 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스타트업 전략을 세울 때 기술 기반과 비기술 기반으로 트랙을 구분했습니다. 기술 기반은 당연히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 도심권에서 성장해야 할 겁니다. 제주는 곳곳마다 원산물을 활용하거나 좋은 농산물로부터 바이오 자원들을 추출하는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창업이 좀 더 활성화되고 나아가 정말 가능성 있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로컬 창업팀 쪽에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붙여 성장할 수 있는 그런 구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전국 단위 사업을 수행하면서 기업가형 비전을 가진 소상공인들을 연결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Q. 김= 같은 맥락에서 제주시에 비해 서귀포시는 창업생태계가 빈약해 보입니다. 이를 어떻게 보는지요.

A. 이 대표= 창경센터는 기본적으로 제주도를 전체적으로 보고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인구가 집중된 제주시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균형 발전 필요성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서귀포 쪽에서는 민간 액셀러레이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인프라를 구축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그쪽과 잘 협의해 나가면서 투자하고 창경센터 성장 프로그램에 그곳 프로그램을 태워 성장시키는 등 선순환 구조들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병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는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창경센터의 유망한 스타트업 중에서 e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의 성장과 엑스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Q. 김= '제12회 국제e모빌리티엑스포'가 7월9일부터 나흘간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열립니다. 엑스포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제주에서 12년 전 순수 전기차엑스포(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사실상 세계 최초로 열린 후 12년째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로 영역이 확대되고 명칭도 바뀌었습니다. 이 엑스포는 민간이 주도하여 열리는 엑스포지만 제주도의 '카본프리아일랜드2030' 비전에 부합하는 콘셉트로 지속성을 보여왔습니다. 이 대표도 올해 국제e모빌리티엑스포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번 엑스포가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또 엑스포를 발전시키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A. 이 대표= 사실 전기차엑스포를 처음 만드는 과정에서 김대환 위원장을 비롯해 여러분을 직접 뵙고 계획도 듣고 기여할 부분들도 같이 의논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민간에서 계속해서 전기차엑스포를 개최하고 발전시켜 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제주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다. 국제전기차엑스포에서 국제e모빌리티엑스포로 이름을 바꿨듯이 모빌리티와 에너지를 포괄하는 그런 엑스포로서 자기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제주도가 모빌리티와 에너지를 콘셉트로 한 엑스포를 중심으로 규모 있게 성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실 이런 역사를 쌓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발적으로 이뤄지는 이벤트와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국제e모빌리티엑스포 공동위원장을 수락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창경센터로서는 이 분야에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스타트업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 있어, 또 여러 관계된 플레이어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중요한 연결점으로 이 엑스포를 보고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에너지나 모빌리티와 관련된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있습니다. 각자 목적이 있겠지만, 그런 분야들은 힘을 합쳐서 규모 있고 임팩트 있는 하나의 이벤트로 발전시켜 나가는 지혜를 모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김= 오랜 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들어보니 창경센터가 지난 10년간 제주의 창업생태계를 육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 고령화 등 환경 변화가 더욱 심각해질 앞으로 10년간 창경센터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포부를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A. 이 대표= 지금 시점에서의 화두는 글로벌입니다. 지난 10년간 여러 가지 사업 구조들이 다 갖춰졌고 그래서 지금부터는 어떻게 글로벌하게 스타트업들의 성과를 연결할 것인지가 제주창경센터의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일본과 동남아, 중화권, 나아가서 유럽과 미국까지 바라보면서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제주의 미래와 관련해 좀 더 세계를 향해 열린 섬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자꾸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이 몇 명 줄었냐 늘었냐 하는 것에 연연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열린 섬으로서의 근본적인 설계를 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 창업 기업들이 글로벌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과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으므로 일본으로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이 우리 제주를 통해서 가게 만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 여러 가지 구조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일 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계획하고 있고 그냥 펀드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를 연결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팅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본과 긴밀하게 연결하는 그런 창업생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미래를 그리고 완성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