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메이트’ 한진원 감독 “‘기생충’ 각본상 부담‥첫 드라마 연출 너무 어려워” [EN:인터뷰③]

이해정 2025. 6. 2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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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원 감독(사진제공=티빙)

[뉴스엔 이해정 기자]

한진원 감독이 '러닝메이트'로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소회를 밝혔다.

6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티빙 오리지널 '러닝메이트'을 집필하고 연출한 한진원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러닝메이트'는 불의의 사건으로 전교생의 놀림감이 된 노세훈이 학생회장 선거의 부회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온갖 권모술수를 헤치고 당선을 향해 달려가는 하이틴 명랑 정치 드라마.

5년 전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오스카) 각본상을 공동 수상한 한진원 감독은 "'기생충'의 명성에 부담감도 있긴 한데 '러닝메이트'가 이미 적나라하게 공개됐으니 리셋된 것 같다. 앞으로도 재밌는 걸 하고 싶다. 봉준호 감독님의 '괴물' 같은 걸 만들고 싶다. 세계관이 독특하기도 하고 캐릭터의 천국 아니냐. 꼭 괴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러닝메이트'로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소감을 묻자 한 감독은 "실제 10대들의 현실을 담는 것보단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게 포인트였다. 현실을 반영하는 것보단 이 세계관을 더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 감독은 "드라마 연출이 정말 어렵다. 남의 작품 이야기할 때는 미장센이니, 대본이니. 별 거 다 이야기하는데 만들 때가 되니 입장이 달라지더라"며 "한정된 시간도 아쉬웠다. 드라마 사이클에 시간을 맞춰야 하니 하루에 찍어야 하는 양이 영화와 다르더라. 준비된 콘티가 80개가 있으면 점심시간에 자르거나 묶거나 하는 게 일이었다. 원래 연출 의도와 다르게 오려내고 오려내고 해서 어떤 날은 이야기 전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그게 가장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 감독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유세 장면을 꼽으며 "그 땡볕에 배우들은 땀 뻘뻘 흘려가면서 찍는데 카메라 3대, 4대를 돌려도 만족하는 그림이 안 나오더라. 한 테이크 더 찍으면 배우들이 쓰러질 것 같은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배우들은 인터뷰를 통해 한 감독의 남다른 친근감을 부드러운 현장 분위기의 비결로 꼽았다. 수십명에 달하는 배우들의 본명을 모두 외우고 실제 연기를 보여주면서 적극적인 디렉팅을 선보였다고. 한 감독은 "리듬이나 느낌 때문에 한 번씩 연기를 보여줄 때가 있다. 그렇게 하면 배우들도 풀리더라. 감독이 재롱 잔치 한 번 하면 스태프든 배우든 긴장이 풀리니까 거리감을 좁히려는 시도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노세훈 역을 맡은 배우 윤현수는 거의 모든 회차에 등장해 말 그대로 열연을 펼쳤다. 한 감독은 "결과적으로 윤현수는 배역을 너무 잘 소화했다. 극 중 세훈이는 리액션형 캐릭터다. 연기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보다 오히려 절제해야 한다. 상대방보다 드러내지 않고 감정을 좀 삼킨다거나 주인공인데 조연, 주변인처럼 방어적 연기를 해야 한다. 그게 사실 어려운 거다. 사실 배우라는 직업이 폭발시키고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건데 에너지를 누르는 연기는 베테랑들도 어려워한다. 그걸 이렇게 젊은 배우가 할 수 있다는 데에 참 놀랐다"고 호평했다.

이어 "추가 촬영을 빼고는 윤현수가 100% 나왔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컸다. 휴차가 돼도 다른 배우들과 맥주 한 잔 한다거나 이런 것도 없이 혼자 지내며 대본을 외우더라. 현장에서 대사 실수도 거의 없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한 캐릭터다 보니까 촬영 중간 중간에도 어디 고립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의 열정을 높이 샀다.

최후반부 플레이어로는 반전의 얼굴을 드러내는, 배우 이정식이 연기한 곽상현 역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정식은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운을 뗀 한 감독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엄석대를 표현하고 싶었다. 엄석대를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온실 속 화초가 옳지 않게 자라버린 거다. 다만 극 중 곽상현이 경찰서 잡혀가고 엉엉 울면서 엄마를 불러달라고 하지 않냐. 악역에 몰입되면 짜증날 수도 있지만 '이 친구도 애구나' 이런 감정까지 표현해야 하는 배우였다. 이정식은 연기하는 톤도 안정적이고 그 나이대 배우들 같지 않게 보여주려는 연기가 아니라 분위기 그 자체를 소화하더라. 마지막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촬영장에서는 굉장히 긴장했지만 즐기는 것 같았다"고 이정식의 호연에 감격했다.

끝으로 한 감독은 '러닝메이트'를 아직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색안경을 끼지 말고. 선거나 정치라는 코드를 넣은 게 말다툼을 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라 토의하는 대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는 걸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차기작이 있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는 한 감독은 "방구석에서 글을 쓸 때는 크게 그런 생각이 안 드는데 촬영장에 가고, 또 수많은 스태프들을 거치다 보면 감독이 정말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구나 실감하게 된다. 다음 작품에 기대감이 생기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뉴스엔 이해정 hae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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