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바뀌는 애니메이션 업계…우려보단 기회가 더 클 것”
‘엘리오’ ‘인사이드아웃’ 등
바다·모래 움직임 CG 작업
“관객 눈에는 스쳐지나가도
애니메이션史 기여 자부심”

최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오’의 특수효과에 참여한 이재준 픽사 시니어 이펙트 테크니컬 디렉터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애니메이션 영화의 다양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24일 기자들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그는 “AI를 활용하면 기존에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작업이나 많은 자원이 필요했던 작업들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더 빨리, 더 많이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디렉터는 아주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애니메이션 자회사인 픽사에는 지난 2021년 합류했다. ‘엘리오’뿐만 아니라 ‘엘리멘탈’(2023), ‘인사이드 아웃2’(2024) 등 작품에서 물과 모래의 자연스러운 물리적 움직임을 CG로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픽사를 구성하는 10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10여 명 수준이다.
‘엘리오’는 부모를 잃고 언제나 외톨이처럼 지내던 지구 소년 엘리오가 어느 날 외계행성 대표들의 커뮤니티인 ‘커뮤니버스’에 소환돼 새 삶을 꿈꾸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엘리오는 우주 전체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외계인 왕자 글로든과 우정을 쌓는 한편 함께 살던 고모와의 가족애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유쾌하게 풀어나가며 관객을 울고 웃게 만든다.
이 디렉터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때 느꼈던 상실감, 세상에 진짜 혼자 남아 있다는 느낌을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구들한테도 말하지 못했었다”며 “극중 엘리오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보였고, 제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서 ‘엘리오’는 개인적으로도 더 의미 있고 와닿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어 더빙판에서 엘리오가 외계와의 교신을 위해 모래 위에 '외계인들! 나 좀 데려가요!!!'라고 적은 한글도 제작진 가운데 한국인인 이 디렉터가 쓴 손글씨를 딴 것이다.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도 특수효과는 기술과 예술을 넘나든다. 이 디렉터는 “기본적으로 이펙트 작업은 물리학 기반의 시뮬레이션이기 때문에 파도의 중력, 속도 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는 맞지 않는 장면을 표현하기도 한다”며 “‘엘리오’를 예로 들면, 엘리오가 지구 대표 자격을 상실했을 때 느낀 상실감을 표현하기 위해 물리적 조건으로는 좀 더 세게 쳐야 하는 파도를 더 잔잔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을 보고 애니메이터의 꿈을 키웠다. 이 디렉터는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엔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의 중소 규모 회사를 옮겨 다니며 7~8년 정도 경력을 쌓고 픽사에 입사하게 됐다”며 “특수효과라는 게 시나리오나 연출처럼 드러나는 일은 아니지만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쓰면서 여기에 기여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걸 미국 현지에서 생생하게 체감한다고도 했다. 이 디렉터는 “BTS를 비롯한 K팝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전 세계가 한국 문화에 집중하고, 덩달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다양한 분야 아티스트들이 조명을 받게 돼 뜻깊다”며 “이런 성과는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지금까지 쌓아온 결과물들이 지금에 이르러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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