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의 저주’ 독성 곰팡이…백혈병 치료제 길 열렸다 [나우, 어스]

정목희 2025. 6. 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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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무덤을 조사한 고고학자들의 급사를 유발하는 이른바 '파라오의 저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곰팡이종에서 백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텍사스 연구팀은 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분자가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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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오래된 무덤을 조사한 고고학자들의 급사를 유발하는 이른바 ‘파라오의 저주’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곰팡이종에서 백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이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돼 수십 년간 백혈병 치료에 사용된 물질과 비슷한 수준의 항암 효과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세리 가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화학·생물분자공학과 교수팀은 23일(현지시간) “인류를 위협했던 ‘파라오의 저주’ 곰팡이가 이제는 암 정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관련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해당 곰팡이는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로 죽은 식물 조직에 자라면서 곡물, 콩류, 견과류 등에 번식하는 진균이다. 학계에서는 아스페르길루스 균주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폐에 감염돼 아플라톡신이라는 독소를 생산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무덤의 곰팡이와 고고학자들의 죽음 사이의 연관성이 제시된 것이다.

1920년대, 이집트 투탕카멘 왕의 무덤을 발굴한 고고학자들이 연달아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했다. 당시 명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사람들은 무덤 침입자를 막기 위해 고대 이집트인들이 저주를 걸었다며 ‘파라오의 저주’라고 불렀다.

1970년대에는 과학자 12명이 15세기 폴란드 왕인 카지미에서 4세의 무덤을 조사하고 몇 주 뒤 1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속 조사에 따르면 무덤에서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라는 누룩곰팡이가 발견됐다.

셰리 가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화학·생물분자공학과 교수팀이 배양한 ‘아스페르길루스 플라부스(Aspergillus flavus)’ 곰팡이. [데일리메일]

최근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텍사스 연구팀은 이 곰팡이에서 추출한 분자가 백혈병 세포를 제거하는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곰팡이에서 서로 맞물린 고리 형태의 신종 분자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아스페리지마이신’이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이 이 분자 구조를 백혈병 세포에 적용한 결과, 네 가지 중 두 가지 유형에서 강한 항암 반응이 확인됐다. 특히 아스페리지마이신에 지방 성분(지질)을 추가로 결합했을 때, 기존 항암제인 사이타라빈과 다우노루비신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였다. 두 약물은 현재 백혈병 치료에 사용 중인 FDA 승인 항암제로, 완화율이 50~80%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 화합물이 세포 분열을 조절하는 구조를 공격해 정상헤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분자의 작용 방식은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과도 비견될 만큼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된다.

다만, 이번 실험에서 아스페리지마이신은 간암·폐암·유방암 세포에는 효과가 없었으며, 특정 암에만 세포 분열을 방해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결과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잠재력이 큰 미지의 영역의 시작”이라고 설명하며, 향후 동물 실험을 거쳐 인간 대상 임상시험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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