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도난됐던 지리산 성모상(좌)과 새로 제작된 성모상(우) 모습. 22일 천왕봉 자락에 새로 안치됐다. 산청군 제공
예로부터 지리산 정기와 영험함을 품고 있어 ‘지리산 천왕 할머니’로 불렸던 ‘지리산 성모상’이 도난 후 새로운 모습으로 천왕봉에 안치됐다. 새 성모상 안치로 지리산 성모 신앙을 계승하고 지역의 정신적 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산청군에 따르면 지난 22일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 천왕봉 자락에 지리산 성모상이 안치됐다. 안치 이후에는 군민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성모상 고유제가 펼쳐졌다.
지리산 성모상은 민간신앙에서 오랜 기간 숭배된 여신이다. 지리산 성모가 1500여 년 전 천왕봉에 앉아 주변 산세를 둘러보고 골짜기를 갈라 다섯 고을로 나누고 인간을 살게 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신라 박혁거세가 어머니를 지리산 산신으로 봉해 봄·가을에 제사를 지냈고, 고려 태조 왕건 역시 어머니 위숙왕후를 산신으로 모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산청군 일대에서는 이런 지리산 성모를 ‘천왕 할머니’라고 부르며 예로부터 숭배해 왔다. 제작자와 제작 연도가 불분명한 성모상이 천왕봉 인근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1970년대 머리와 몸체가 분리돼 분실됐다. 이를 1987년 되찾아 복원한 뒤 현재 시천면에 있는 천왕사에 보관 중이다.
성모상 안치 이후 군민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성모상 고유제가 봉행됐다. 산청군 제공
이번에 시천면사회단체협의회는 지리산국립공원에 건의해 성모상을 새로 제작했다. 옥돌 재질의 새 성모상은 높이 1m, 폭 0.7m, 무게 900kg이다.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직원들이 지반 조성에 힘을 보탰다.
당초 산청군은 지난 21일 성모상을 안치하고 제례를 봉행할 예정이었으나, 호우로 인해 헬기 운용이 어려워 행사를 하루 연기했다.
복원을 주도한 산청군 시천면 두류산악회 홍명기 회장은 “성모상이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왔다. 앞으로 지리산 성모 신앙과 관련한 맥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라와 지역 모두 번영할 수 있도록 기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