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 "내가 집착하는 건 오로지 작품" [인터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6. 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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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손석구  / 사진=스태넘

추리 스릴러의 장르적 긴장감 속에서도 배우 손석구는 언제나처럼 진득하게 캐릭터의 결을 따라갔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에서 손석구는 10년 전 미결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 김한샘으로 분했다. 한샘은 윤이나(김다미)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면서도 그를 관찰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믿기로 선택하는 인물 내면의 층위를 세심하게 쌓아갔다.

"이런 장르에서는 떡밥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것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결말까지 이어지는 드라마라서 좋았어요.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이번에 다시 볼 때 몰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시청자도 집중해서 따라올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었죠."

형사라는 직업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출연작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과 비교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그는 낙관적인 시선으로 캐릭터의 다른 결을 만들어갔다. 그는 "형사 1과 형사 2의 차이점을 굳이 만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같은 직업이라서 다르게 만들기보다는 이번에는 이런 생각을 하고 이런 주변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다른 캐릭터가 될 거라고 접근했다. 어떤 역할과 다른 점을 만들려고 하면 부자연스러워진다"고 설명했다.

손석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런 접근은 한샘을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특히 손석구는 이 역할이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으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한샘은 단단하게 짜인 서사 안에 놓여 있으면서도 배우마다 무언가를 덧입힐 수 있는 여백이 많았던 캐릭터였다.

"이 작품이 가장 끌렸던 건 저에게는 낯설고 모르는 장르이자 세계관을 지녔다는 점이었어요. 캐릭터적으로는 한샘이 윤이나와는 다르게 대본상에서 제 나름의 해석과 하고 싶은 걸 넣어볼 수 있는 여백이 매우 많았거든요. 제가 해온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면 어떤 캐릭터는 내가 하나 다른 배우가 하나 일정한 맥락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설정이 있었어요. 그런데 한샘의 경우는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전혀 다른 사람이 됐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는 이번엔 나만 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게 의미 있겠다 싶었죠."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한샘은 비니, 문신, 코트라는 상징적 외양을 통해 인물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드러낸다. 손석구는 이 외형들이 '나인 퍼즐'이라는 세계의 현실성과 만화적 질감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도록 치밀하게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너무 사실적으로 가면 극의 질감이 무뎌지고, 반대로 만화적으로만 흐르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그는 균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이 드라마는 마냥 현실 같지도, 완전히 만화 같지도 않은 세계였어요. 그 사이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전략을 많이 짰어요. 날것의 느낌도 살리고 싶었고 또 너무 만화적으로만 흐르지 않게 조절했죠. 의상이나 발언, 도발적인 행동은 오히려 그런 이질감을 적절히 섞는 장치가 됐어요. 매번 목표는 이질감이 아니라 조화를 만드는 거였어요."

손석구 /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는 한샘의 변화 곡선에도 주목했다. 한샘은 처음엔 윤이나를 의심하지만 점차 그를 믿게 된다. 그는 "믿을 수 있을 만한 단서들은 계속 생기고 의심할 만한 근거는 점점 사라진다. 결국 이나와 소주를 마시는 순간 믿기로 선택한 거다. 그게 5화 마지막쯤인데, 시간의 흐름 동안 지켜보며 누적된 감정이 그 순간에 터진 거다. 갑작스러운 변화라기보다는 축적된 신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과 협업은 손석구에게 있어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자 작업 과정 전체를 지탱한 신뢰의 축이었다. 그는 감독이 배우에게 과도한 해석을 요구하거나 불확실한 연출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깊은 신뢰를 보였다. 그는 '나인 퍼즐'을 통해 연기 외적인 고민 없이 오롯이 인물과 장면에 몰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을 드러냈다.

"감독님은 경험이 많은 분이라 본인이 원하는 바가 명확할 뿐 아니라 장면이 어떻게 완성돼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계세요. 그래서 저로서는 그만큼 감독님을 믿고 오롯이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죠. '나인 퍼즐'을 촬영하면서 주변에서 요즘 뭐 하냐고 물으면 가장 자주 했던 말이 '현장에서 연기밖에 안 해'였어요. 다른 건 이미 감독님이 전부 구축해 놓으셨기 때문에 배우로서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됐거든요. 감독님을 볼 때마다 존경심이 드는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이에요."

손석구  / 사진=스태넘

극 중 한샘은 10년 동안 한 사건을 붙들고 있을 만큼 집착적인 인물이다. 그렇다면 실제 손석구는 무엇에 집착할까. 그는 "나는 작품에 집착한다. 그것 말고는 집착하는 건 없다. 작품에 들어가면 자주 다쳐서 좋아하는 스포츠도 안 한다. 해도 전문가가 있는 곳에서만 한다. 육체적인 위험은 최대한 피할 만큼 작품에 골몰한다"고 털어놓았다.

손석구라는 개인으로서 끝까지 추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 명확한 대답보다는 조심스러운 고백이 먼저 나왔다. 끊임없이 작품을 하며 달려 온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잘 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자신을 위한 시간, 새로운 감각, 낯선 도전을 그리워하게 됐고 지금은 그 틈을 채우는 시기를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냥 잘 지내는 게 목표예요. 작품을 계속하다 보면 놓치는 것도 많거든요. 그래서 글도 쓰고 있어요. 연출까지는 아니고 시나리오 정도? 안 해본 일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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