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부마항쟁 발상지인데…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유감
[지역 기자의 시선]
[미디어오늘 김연수 경남도민일보 기자]

경남 마산 3·15해양누리공원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들어섰다. 국호를 내건 지상 3층 규모의 청동색 대형 전시관은 시민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시 내용은 '무색무취'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을 아우르려다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이를테면 3·15의거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노동·환경·정치적 상황에 시민 관심이 커져 사회 변혁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퉁쳤다.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도 마찬가지다. '부마민주항쟁은 3·15의거의 정신을 계승하며, 정치·사회·경제적 모순에 맞선 항쟁이었다'는 모난 데 없는 평이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전시관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은 마치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독재자 이승만·박정희 이름 석 자를 쏙 빼놓았다는 점이다. 이승만 없이 3·15의거 설명하기, 박정희 없이 부마항쟁 설명하기, 그것을 해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처럼 지역 특화 전시라는 이름으로 '창원시 산업 발전'은 구구절절 설명해 놓았다. 마치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한 것처럼 자랑스러운 한일합섬·마산수출자유지역·창원국가산업단지의 성과를 민주주의 전시관에서 볼 수 있었다. 지역 특화 전시에서는 마산 근현대사를 '우리 모두의 바다', '포용의 바다', '도전의 바다'라고 했다. 아름다운 표현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민간인 학살로 수많은 이들이 수장된 '괭이바다'와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떠올랐던 김주열 열사의 '비극의 바다' 같은 건 시민들이 '혁명'을 일으키게 된 중요한 사건이지만 우울한 이야기라서 뺐나 보다.
'관점'이 없다. 힘을 줄 곳에 주고, 뺄 곳은 빼야 하는 법이다. 전시관이 3·15의거와 부마항쟁 발상지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원시가 작성한 전시 설계 용역 업체 모집 공문을 보면 전시 취지가 명확하게 기록돼 있다. 건물 건립 취지를 '창원시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고찰·기념하고, 미래세대에게 전승 및 계승·발전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민주 성지 창원의 상징성을 부각하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업체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민주 성지 창원의 정체성 확립 및 도시 브랜드 가치 제고'를 꾀하겠다고 명시해 두었다.
문제는 창원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일부 의원들의 '뒷북'이다. 전시 실무자들은 가칭 '창원민주주의전당'에 맞춰 전시를 준비했는데, 지난해 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갑자기 명칭이 바뀌었다. 애초에 '창원시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고찰·기념'하는 전시에 참여한 실무자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국 내부 전시를 급하게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명칭이 변경되던 당시에 '전시 내용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바꾸라는 말을 들었다'는 증언을 들었다.

'자유민주주의전당'이 안 된 것을 위안 삼아야 할까. 지난해 9월 창원시는 가칭 창원민주주의전당의 정식 명칭 후보군에 '자유민주주의전당'을 올렸다. 이후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질타를 받고 결국 '한국민주주의전당'으로 명칭을 잠정 결정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창원시의회가 개관을 앞둔 민주주의전당 시설 명칭을 '한국민주주의전당'에서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으로 바꿨다.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인 졸속이었다.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도출한 7개 이름 후보군에는 없었던 명칭이기 때문이다. 발의자는 박선애(국민의힘, 월영·문화·반월중앙·완월동) 시의원이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지자체 시설물 중 대한민국 국호를 쓰는 곳이 없다”는 시 담당 과장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측 제안으로 1시간가량 이어진 비공개 토론 끝에 조례안이 수정됐다. 이후 경남도민일보 최석환 기자가 박선애 시의원에게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박 시의원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라는 용어가 우리 기자님은 싫으세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다행히 창원시는 6월 29일로 예정됐던 정식개관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성토를 받아들인 셈이다. 안심하긴 이른다. 지방행정과 정치권은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공분에 '면역'이 생겨 있다. 지금은 잠시 눈치를 보지만, 언제든지 '갈 길 가겠다'는 태세로 돌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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