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14발 쏘고 휴전…이란 왜 '생존카드' 택할 수밖에 없었나
호르무즈해협 봉쇄 땐 자충수, '전략적 파트너' 러시아 외면도 작용

23일(이하 각 현지시간) 늦은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이 합의됐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란이 24일 국영 언론을 통해 이스라엘과의 휴전 시작을 알렸다. 지난 13일 이란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이 급작스런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미국 폭격기가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인 포르도 등에 13톤의 벙커버스터(지표면 관통 폭탄)를 투하한 데 대해 24일 이란이 카타르의 미 공군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전에 공격 방침을 미국에 알려 피해가 크지 않았다. 심지어 미군은 이곳을 사전에 비워놓기도 했다. 사실상 이란이 국내 여론을 의식해 면피용으로 '짜고 친' 공격이다.

2020년 이란 해외군작전 최고사령관이었던 카셈 솔레이마니의 살해 당시 이란의 대응과 흡사하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 미 공군기지에 미사일 12발을 발사해 100명의 미군이 외상성 뇌손상을 입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반격 명령을 하지 않았고 그로써 이란과의 긴장은 완화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 휴전 쪽으로 방향을 튼 데는 현실적으로 보복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 주효했다.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 후 이미 제공권을 뺏긴 데다 이란 군 핵심 인사들도 줄줄이 사망해 전력에 구멍이 워낙 큰 상황이다.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하마스(가자지구 무장정파) 등 친이란 '저항의 축' 세력도 이스라엘과 전투를 벌이며 세력이 크게 약화했다. 여기에 지난 21일 핵시설 3곳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 핵프로그램도 상당 부분 와해됐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 따르면 이란 최대 핵시설 중 하나인 포르도 우라늄 농축장이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란 스스로 이곳으로 석유를 수출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자국 경제에 추가 피해가 생겨 정권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복을 목표로 하지 않고 핵 프로그램 폐기에 주안점을 뒀다는 점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줬다. 결국 이란은 이번에도 제한적 보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만났지만 미국의 공습이 정당하지 않다고 비난하면서도 정작 군사 지원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러시아에 새로운 방공 시스템과 핵 에너지 네트워크 복구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이란 관계 전문가인 니콜라이 코자노프 카타르대학교 교수는 "이란은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단계부터 탄약, 포탄, 수천대의 드론을 지원하며 전쟁을 도왔다. 그러나 양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에는 상호방위조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던 아르메니아조차 2020년과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분리 독립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에서 병력을 잃은 후 러시아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는 아르메니아가 미국과 협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축출될 때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로의 망명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
정치학자 안드레이 코르투노프는 "러시아가 불과 5개월 전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이란을 돕거나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러시아는 정치적 발언 이상의 다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가수 동료→연인' 신지, 7세 연하 문원과 결혼…"예쁘게 잘 만나겠다" - 머니투데이
- 부부관계 피하자 시작된 아내 '24시간 감시'…속옷 냄새도 검사 - 머니투데이
- "10년간 200억 벌어"…임형주, 혼자 사는 400평 대저택 공개 - 머니투데이
- "저게 춤이냐 X스지" 발언 용서…에이지스쿼드 "실수할 수 있어" - 머니투데이
- "생각 없고 레시피만 바라는 애"…골목식당 빌런 꼬리표, 해명도 못했다 - 머니투데이
- '58세' 치과의사 이수진 "47.7㎏인데 딸이 돼지라 안 놀아줘" 당황 - 머니투데이
- 아침만 되면 손가락 '뻣뻣'… 방치했더니 꼬부랑 손가락 됐다? - 머니투데이
- 김지호, 도서관 책 밑줄 긋고 찰칵…"습관 탓, 조심성 없었다" 사과 - 머니투데이
- "현금 보여줘" 카페서 수상한 대화...신고한 시민 "나도 당해봤다" - 머니투데이
- "아이 지우자" 낙태고민 신혼부부, '아들' 싫어서?..."부모 자격없다" 비난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