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왔지만 못 버텼다”.. 귀농·귀어, 10년 만에 무너졌다
정책보다 빨랐던 이탈, 남은 건 ‘체험 귀촌’뿐

지난해 귀농·귀어 가구 수가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3년 연속 감소세 끝에 2024년 20% 이상 급감하며 낙폭 자체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결국 귀농은 8,000가구 선이 무너졌고, 귀어는 500가구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농어촌으로 간다’는 정책 구호가 무색하고, 정착 대신에 잠깐 머무는 ‘체험 귀촌’만 유일하게 늘었습니다.
■ ‘은퇴귀농’의 그림자.. 1인 가구 78%, 평균 연령 55.6살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4년 귀농어·귀촌인통계'를 보면 지난해 귀농 가구 수는 8,243가구로 전년 대비 2,064가구(20%) 줄었습니다. 2021년부터 시작된 감소세는 매년 가속화되고 있으며, 감소율 자체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눈에 띄는 지점은 ‘누가’ 떠났는가에 맞춰집니다.
귀농 가구주 평균 연령은 55.6살로, 60대(37.9%)와 50대(29.2%)가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들은 평균 1.3명의 가구 규모로 귀농에 나섰고, 그중 78.7%는 ‘혼자’ 농촌에 정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세대의 진입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 제주, 40% ‘증발’.. 전국 모든 시도서 귀농가구 감소
전국 17개 시도 중 귀농 가구가 증가한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감소율이 가장 컸던 지역은 제주(-40.7%)로, 귀농 가구 236가구에서 140가구(-96가구)로 줄었습니다.
경기(-34.3%), 세종(-34.0%)도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가장 많은 귀농가구가 몰린 곳은 경북(1,537가구), 전남(1,516가구), 충남(1,074가구) 순이었습니다.
■ 작물은 채소, 땅은 협소.. 5,000㎡ 미만 소규모 재배 85%
농지를 확보한 귀농가구의 84.7%는 0.5ha(5,000㎡) 미만의 소규모 재배지에서 작물을 경작했습니다.
평균 재배면적은 0.33ha(약 3,282㎡). 재배 품목은 채소가 42.8%로 가장 많고 논벼(32.2%), 과수(31.2%)가 뒤를 이었습니다.
가축을 키우는 귀농가구는 124가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마저도 꿀벌(33.9%), 한우(26.6%), 염소(16.9%) 위주로, 규모보다 생계 보조형 사육이 주를 이뤘습니다.

■ 귀어도 역대 최저.. ‘도시회귀’는 계속
귀어 가구 수는 555가구로 전년보다 22.5% 감소했습니다.
3년 연속 줄어든 귀어 가구는 이번 통계에서 역대 최소 규모를 찍었습니다.
귀어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3살로, 전체 귀어 가구의 79.1%가 1인 가구로 나타났습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수도권 출신 귀어인이 전체 45.3%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전남, 충남, 경남 등 전통적 어촌 지역에 귀어 가구가 분포한 반면, 제주와 경기 지역은 귀어 가구 수가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 유일하게 늘었지만… ‘귀촌’은 정착 아닌 체험에 그쳤다
귀농·귀어가 줄어든 것과 달리, 귀촌은 유일하게 반등세를 보였습니다.
2024년 귀촌 가구는 31만8,658가구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귀촌은 통상 ‘농업을 생계로 하는 이주(귀농)’와 달리, 농업 외 직업을 갖거나 전원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농촌으로 이주하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정착보다는 체험, 생계보다 생활 양식의 전환에 가까운 흐름입니다.
실제로 귀촌인의 연령 분포를 보면 30대(23.4%)와 20대 이하(20.2%)가 가장 많아, 비교적 젊은 세대가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실제 농업에 뛰어든 인원은 단 1만 1,402명에 불과했고, 어업 개시는 1,200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전체 귀촌인의 2.7%만이 농어업에 진입했습니다.
귀촌 이후 다시 도시로 되돌아간 비율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최근 5년간 귀촌인 중 도시 재이주자는 19만 명을 넘겼고, 이는 연간 귀촌인의 약 절반(45%)에 해당합니다.
귀촌 인구 2명 중 1명꼴로 5년 안에 ‘복귀’를 선택한 셈입니다.
단기 체류·경험 위주의 일시적 흐름이 주를 이뤘고, 지속 가능한 정착 기반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이탈은 빨라지고, 진입은 멈춰”.. 타이밍 놓친 귀농 정책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상승세를 탔던 귀농·귀어 인구는 2022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탈은 가속화됐지만, 신규 진입은 사실상 멈춘 수준입니다.
정착 전에 ‘체험’을 택하면서, 현실과의 괴리에 부딪혀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구조적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귀농은 더 이상 ‘정착의 결심’이 아닌, ‘탐색적 일탈’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청년 농어업인 육성’, ‘지역 정착 지원’ 등을 내세우며 대응에 나섰지만, 통계는 정책 효과가 아직 현장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동성을 중시하는 세대, 경험보다 체험을 우선하는 흐름 속에 ‘정주 정책’은 타이밍을 놓쳤고, 현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농어촌 현장은 ‘남은 사람’보다 ‘다시 떠난 사람’이 더 많아진 구조”라며 “이같은 통계는 지난 10년간의 정책 방향과 농촌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 신호”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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